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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 프리뷰] 일상의 평범함 속에 담긴 집단의 폭력성, 연극 ‘억울한 여자’

누군가를 향한 사랑이 폭력이 될 수 있는가? 대답은 예스다. 좋아하는 마음을 숨길 수 없어 적극적으로 구애도 해보고 고백도 해보지만 당사자는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게다가 이상한 소문까지 돌기 시작한다면 백발백중 그 사랑은 가면을 쓴 폭력으로 돌변한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이 상황은 연극 ‘억울한 여자’가 보여주려고 하는 의도된 이야기와 일맥상통한다. 이 작품은 ‘일상의 평범함’이 전부였던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서 이야기가 비롯된다.

연극의 배경은 일본의 어느 한적한 지방도시. 그 도시에는 무슨 일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에너지연구소와 울창한 숲이 있다. 무대는 그런 시골 도시에 있는 작은 커피숍이다. 그 커피숍에 자주 드나드는 단골손님 다카다는 그림책 작가. 그는 인터넷을 통해 자신이 쓴 책을 판매하고 있는데, 다카다가 쓴 그림책의 열렬한 팬이었던 유코와 결혼하게 된다.

다카다는 두 번째, 유코는 네 번째 결혼. 사람들은 축하파티를 열고 예쁘고 밝은 유코를 따뜻하게 맞아들인다. 그러나 우연히 화제에 오른, 그 지역에 있다고 하는 수수께끼 매미에 유코가 관심을 가지고 실제로 찾아 나서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점점 유코를 멀리한다. 사람들은 그저 소문에 불과한 매미를 진지하게 찾으려 하는 유코를 괴짜 취급하고, 정작 본인들은 아무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 일상에 권태를 느끼며 실없는 수다에 시간을 보내고, 불륜의 꿈을 꾼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타인의 ‘다름’을 인정하는 듯 보이나 결국은 자신의 문제에 갇혀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세 번의 이혼 후 새로운 사람을 만나려 하는 중년 여성이나 반복되는 일상의 무료함에 카페를 찾는 주부들, 친구의 아내에게 엉뚱한 마음을 품고 있는 중년의 남성, 남의 일에 참견하기 좋아하는 카페 주인 등 각각의 인물들은 타인과의 대화 속에서 종종 어긋나는 것들을 경험한다. 그 때 순간적으로 느끼는 무안함, 서로의 ‘다름’을 바라보는 황당한 시선들이 풍자적 웃음을 자아낸다.

연극 ‘억울한 여자’는 지난 2008 한국연극 베스트 7과 2009 동아연극상 신인연출상을 수상하며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이지하, 박윤희를 비롯해 류태호, 이선주, 김문식, 정선철, 김주령, 이현배, 이지영이 출연한다. 연출은 초연과 동일한 박혜선이 맡았다. 오는 2월 28일까지 대학로 문화공간 이다 2관에서 공연된다.

최나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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