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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향한 여배우들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연극 ‘백수광부들’과 ‘분장실’ 속 그녀들

현영이라는 자신의 이름으로 불리기보다 ‘갈매기’의 니나로 불리길 바라는 한 여인. 연극 ‘백수광부들’의 여인은 끊임없이 죽음을 꿈꾸며 죽음보다 못한 현실로부터 벗어나기를 소망한다. 텔레비전에서 상영되는 영화제의 화려한 시상식 무대는 그녀가 처해있는 현실과 확연한 대비를 이룬다. 이름 없는 배우이기에 무명(無名)일 수밖에 없는 그녀는 ‘갈매기’의 니나처럼 남루한 생계를 극복해낼 명성을 원한다.

연극 ‘분장실’의 여배우들은 연극 ‘백수광부들’의 여인의 또 다른 분신에 다름 아니다. 주역에 대한 열망으로 죽은 뒤에도 분장실에 머무는 두 여배우 A와 B, 주역 배우의 배역을 빼앗으면서까지 주역에 집착하는 여배우D와 자신을 향한 스포트라이트의 빛이 나가버릴까 노심초사하는 여배우C. 이들은 주연과 조연의 아슬아슬한 줄타기에 몸을 맡긴 채 백수광부가 건너가려했던 강 속 깊이 발을 담근다.


가끔은 주목받는 생이고 싶었던 그녀들은 니나의 대사를 읊조리며 점점 바래가는 자신의 모습을 직시한다. 주연 배우의 대사를 통째로 외워버린 프롬프터에서 기약 없는 공연을 기다리며 언제고 대사를 외우는 무명 배우, 죽어서도 대사를 외우는 유령들에 이르기까지 끝나지 않는 그녀들의 연습은 잊고 지내왔던 ‘꿈’이라는 단어를 생생하게 환기시킨다.

하지만 마음 속 간직해왔던 꿈을 떠올리기에 현실의 벽은 높고도 견고했다. 백수광부가 건넜던 강의 물살 또한 깊고도 험난했다. 사람들은 흐르는 물살을 향해 뛰어드는 ‘백수광부들’을 광인 취급하며 비주류로 내몰아갔다. 꿈은 그렇게 현실의 세파에 휩쓸리고 닳아 한 줌의 바다로 가슴에 남았다. 바다로 남겨진 꿈은 이내 그리움이 되어 한 점 별처럼 그네들의 가슴 속에 들어와 박혔다.

그러나 그녀들은 가슴 속에 박힌 그 별을 저버리지 못해 매일 밤 꿈을 꾼다. 꿈속에서도 꿈을 꾸고 현실 속에서도 꿈을 꾼다. 꿈이 현실인지 현실이 꿈인지 모르는 채로 꿈을 살고 현실을 산다. 그녀들의 끈질긴 꿈찾기 여정은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자신들의 존재를 상기시킨다. 그리고 이런 질문을 남긴다. 당신이 자신의 전 생애를 걸고 하고 싶었던 배역은 과연 무엇이었느냐고.

박소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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