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분 간 필름이 돌아가는 동안 누군가 끊임없이 질문한다. “내안의 적은 누구인가?”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주연성형외과 원장 주연상이다. 한 아이가 피부가 찢겨져 성형외과 10곳을 전전하다가 결국 치료를 받지 못했다는 기사를 보고 시놉시스를 쓰게 되었다는 그. 흰 눈에 첫발자국을 내딛는 것 같은 1월의 어느 일요일. 압구정에 있는 그의 성형외과에서 주연상 원장을 만났다.

- 무뎌진 초심을 영화로 처방하다

지난해 갤러리 AG에서 이색적인 전시회 ‘의사의 아름다운 사색 처방전’이 열렸다. 메스를 내려놓은 의사들이 붓을 들고 나타난 것. 전시장을 나갈 때 관람객들은 예술로 된 알약 하나씩을 받아들었다. 전시회에 참여한 의사 중 한 명인 주원장은 영화를 들고 이 전시회에 참여했다. 의학단편영화 ‘내안의 적은 누구인가?’ 그는 적의 실체는 우리 각자의 내면에 있다고 생각해 영화명을 지었다고 한다. “우리가 살면서 고통을 겪게 되면, 그 원인이 외부에 있는 것 같이 느껴집니다. 그러나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처럼, 우리는 자신을 반추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시간을 통해 우리는 자신이 왜 그러한 행동을 했는지 알 수 있으며, 또 어떻게 세상을 살아야 되는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몇 해 전 영화 시놉시스의 모티프가 된 신문을 읽고 그는 슬펐다고 말한다. “의사들이 아무리 사정이 있었다 해도, 아이가 치료를 못한 채 10곳을 전전하게 할 정도로 의사들의 현실이 어려웠을지 생각해 봤습니다. 찢어진 피부를 꿰매는 데 걸리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는데…. 뭔가 한참 잘못되었고,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영화는 제작되었고, 의료계는 물론 대중에게도 다가갔다. 그는 의료계의 슬픈 현주소를 반추해나갔다. 주원장은 의사가 본질에서 멀어졌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했다. “실 하나로 쌍꺼풀을 하면 백만 원을 벌 수 있고, 찢어진 피부를 꿰매면 오천 원을 벌 수 있습니다. 사람은 이기적이고, 동물적인 요소가 많아 돈을 많이 버는 쪽으로 관심을 갖게 마련입니다. 개업한지 얼마 안 되는 병원의 경우 어려운 점이 있다는 걸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나 의사의 본질은 환자가 잘 되도록 그 필요를 채워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다음이 돈 버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원장은 말한다. “저는 존경받는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돈 많고, 많이 배웠다고 존경받을 자격은 없습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때 존경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존경받기 위해서는 가장 기본적인 자세로 돌아가야 됩니다. 환자에게 도움을 주는 의사가 되겠단 초심을 늘 간직해야 됩니다.”

주원장이 꿈꾸는 사회적 공헌은 보다 유익한 생각들을 예술이란 표현방식을 통해 나누는 것이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봉사의 개념도 변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고아원에 라면을 들고 가던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저의 생각을 영화로 만들어 사람들과 나눕니다. 일반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때 책을 많이 출판합니다. 그러나 영화는 제 메시지를 책보다 보다 많은 사람에게, 적은 시간을 할애해 전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시간적ㆍ정신적 여유가 있을 때 다른 부류의 영화도 만들어 많은 사람과 공감을 나누고 싶습니다.” 그 주변의 사람을 통해 들은 바에 의하면, 주원장은 자신의 가진 의술로도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모델협회 전무로 일하는 그가 가난한 모델 지망생들을 위해 무료로 쌍꺼풀 시술을 해주고 있다는 것. 초심을 잊지 않으려고 애쓰는 그는 아마도 끊임없이 예술로 사회와 소통하고, 가진 기술을 사회에 환원할 것이다.

- ‘성형수술은 또 다른 정신과 치료’ 주연상 원장

손재주가 많아 공대나 미대 진학을 꿈꿨다는 그. 미적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했던 주원장은 의과대를 들어가자마자 성형외과가 자신이 갈 길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그는 성형외과가 돈이 되지 않았다 해도 이 길을 선택했을 것이며, 지금도 다시 태어나도 이 직업을 갖고 싶을 정도라고. 그는 성형수술을 해준 뒤 환자가 자신감을 찾는 걸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이성 관계에 소극적이던 분들도 성형 뒤 적극성을 띠고 시집을 갑니다. 성형을 뒤 자신감을 가지고 취직을 하는 구직자들도 봅니다. 많은 사람들이 외모 콤플렉스를 극복할 수 있는 시대로 갔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극단적인 외모지상주의는 지양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많은 사람들이 내면의 아름다움을 겸비한 외면의 아름다움을 갖길 꿈꿉니다.”

미의 기준이 많이 변한 오늘날 신윤복의 ‘미인도’에 나오는 여인은 여전히 아름다울까. 그는 오늘날 미의 관점으로는 미인도에 나오는 여인이 아름답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한다. “예전에는 참새 같은 이마, 나방 더듬이 같은 눈썹, 은행알 같이 작고 동그란 눈, 앵두 같이 붉고 작은 입술을 아름답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국제화가 되면서 작은 얼굴에 시원스럽게 큰 눈을 선호합니다. 오늘날에는 얼굴미인은 물론 몸매미인도 추구합니다. 예전에 선호한 스타일이 작고 아담한 체형이었다면, 오늘날은 7등신이나 8등신의 늘씬한 모델스타일을 선호합니다. 미의 기준은 시대에 따라 계속 변화할 것입니다” 미의 기준이 변한 만큼이나, 사람들의 성형에 대한 인식도 많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연예인, 화류계 등 특수 계층의 사람들이 성형을 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성형이 국민화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상급학교로 진학할 때 외모를 바꿔 놓고 가는 게 당연하리만큼 생각합니다. 옛날에는 성형한 것을 부끄럽고 수치스럽게 생각해 숨겼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연예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성형한 사실을 떳떳하게 밝히는 추세입니다. 마치 성형이 좋은 외투나 옷을 사 입는 것처럼 생각합니다. 이제 성형은 좋은 데서 잘 하면 다른 사람에게 자랑거리가 될 수 있는 보편적인 상황으로 인식되는 단계입니다.”

일요일 밤 주연성형외과의 불이 꺼졌다. 비행기에 오르기 위해 바쁘게 이동하는 주원장은 피곤할 법도 한데, 오히려 목표를 향해 나아갈 때 행복하다고 한다. 보통 병원에서 하루에 대여섯 차례 쌍꺼풀 시술을 한다는데, 그는 하루에 십여 차례 쌍꺼풀 시술을 한다고 한다. 눈을 반짝이는 그에게 2010년의 계획을 들어본다. “쌍꺼풀 성형으로 획을 긋고 싶습니다. 주변에서는 저를 보고 쌍꺼풀 시술 달인이라고 합니다. 저의 장기를 발전시키기 위해 더 연구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미술과 영화 쪽에 관심을 갖고 작품을 준비하고 싶습니다. 나중에 의사 활동이 끝나고 나서는 예술 활동에 더욱 매진하고 싶습니다(웃음).” 올해에도 그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정은승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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