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21.4.20 화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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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in] 수녀들의 수다, 뮤지컬 ‘넌센스’의 레지나, 허버트

 

발걸음 소리마저도 들리지 않을 것 같은, 수줍은 미소로 일관할 것 같은 수녀들을 상상했다면 그 환상은 일찌감치 접어두시라. 뮤지컬 ‘넌센스’의 수녀들은 엉뚱하면서도 호탕하고, 개구지면서도 솔직하다. 파자마 바람으로 부비부비 춤을 추는 원장 수녀 레지나, 호탕한 웃음과 굵직한 목소리로 분위기를 제압하는 무한 포스 허버트. 그들이 한바탕 잔치를 시작했다.

 

엄격한 척하는 허당 수녀, 원장 레지나

 

엄격하고 싶은데 쉽질 않다. 코까지 내려 쓴 안경 너머로 수녀들을 쳐다보지만 겁을 먹기는 커녕 키득거린다.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약점까지 잡히고 말았다. 소시지 중독으로 죽게 된 52명의 수녀들의 장례 기금을 충분히 마련했다고 생각한 그녀. PDP 대형 벽걸이 TV 한 대를 구입한다. 그러나 남은 돈은 48명분의 장례비용 밖에 되질 않는다. 그 이후로 원장 수녀 체면이 말이 아니다.

 

원장 수녀 레지나는 관객들을 위해 기꺼이 망가져준다. 우연한 기회로 손에 넣게 된 신비한 약(?)의 힘을 빌려 파자마 쇼를, 머리에 꽃을 달고 미친 척 춤을 추는 일도 거침없는 레지나. 그녀의 허술함은 어설픈 엄격함보다 훨씬 더 사랑스럽다.

 

천하장사도 울고 갈 터프 수녀, 허버트

 

정숙한 수녀복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강렬한 포스가 넘치는 허버트. 원장 수녀 레지나보다 오히려 더 무게감이 느껴지는 것은 비단 덩치 때문만은 아니다. 수녀들의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허버트는 십자가에 머리를 맞고 기억을 잃은 엠네지아를 끈기로 가르치는 색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한편 수녀들이 계획 중인 스님들과의 미팅에 자기를 끼워달라며 때를 쓰기도 한다. 천하장사도 울고 갈 건장한 몸으로 호탕하게 웃어버릴 때면 어느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무한 포스가 작렬한다.

 

진정제(?)가 필요한 왈가닥 수녀, 로버트 앤

 

활발함이 지나쳐 다소 부담스럽기까지 한 수녀, 로버트 앤은 언더스터디지만 단독무대를 꿈꾸고 있다. 원장 수녀 레지나가 그녀의 독무대를 반대하지만 처음에는 회유로, 그 다음엔 애교로, 마지막 수단으로는 눈물로서 호소한다. 결국 독무대에 선 그녀는 자신의 기량을 아낌없이 선보인다. 왈가닥 수녀, 로버트 앤의 무대가 더욱 빛나는 것은 그녀가 무대 뒤에서 홀로 연습했을 시간들에 대한 보상이라고 해도 좋겠다.

정지선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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