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극장가에는 500년 만에 봉인에서 풀려난 도사 ‘전우치’가 활약하고 있다. 개봉 3주차인 영화 ‘전우치’는 개봉신작들을 제치고 높은 예매점유율을 기록해, 흥행전망이 밝다.
고전 영웅소설 ‘전우치전’에서 캐릭터와 모티브를 따온 영화 ‘전우치’는 현대를 주요배경으로 이야기를 재창조 했다. 한국형 히어로 ‘전우치’는 과학문명에 기반한 서양 영웅들의 능력과 달리 토종이야기에 기반한 도술을 선보인다. ‘홍길동’과 같은 기존 영웅소설 캐릭터와 달리 전우치는 대의명분에 관심이 없다. 봉인에서 풀어주겠단 말에 마지못해 요괴를 잡는 정도다. 오히려 전우치는 상대를 골탕 먹이는 도술을 부려 일을 해결하는 등 기존 영웅들과 달리 자유스럽고, 악동기질을 지녔다. 연출자 최동훈 감독은 “전우치가 영웅이지만 반사회적 인걋繭� 점에 매료돼 이 영화를 기획했다”고 전했다
500년 전 조선시대 도인 천관대사(백윤식)과 화담(김윤석)은 요괴의 손에 넘어간 ‘만파식적’을 둘로 나눠 맡고, 요괴를 봉인한다. 한편 천관대사 망나니 제자 전우치(강동원)가 둔갑술로 임금을 속여 한바탕 소동을 일으키고, 신선들은 천관대사를 찾아간다. 그러나 천관대사는 누군가에게 살해당하고, 피리 반쪽은 사라졌다! 범인으로 몰린 전우치는 봉인된다. 2009년 서울 과거 봉인된 요괴들이 나타나 세상을 어지럽힌다. 화담을 찾지 못한 신선들은 전우치와 초랭이를 불러낸다. 그러나 전우치는 요괴사냥은 뒷전이고, 세상구경과 사랑노름에 바쁘다. 때마침 나타난 화담은 만파식적의 행방을 두고 전우치와 대적하는데….
이 영화에는 개성 넘치고 흥미진진한 캐릭터의 향연이 펼쳐진다. 영화 ‘타짜’, ‘범죄의 재구성’을 통해 탁월한 캐릭터창출능력을 보여줬던 최동훈 감독의 장기가 영화 ‘전우치’에서 다시 발휘된다. 영웅이지만 천방지축악동인 전우치는 슈퍼히어로 캐릭터 전형에 비껴나가 있어 매력적이다. 자신의 능력을 드러내지 않고 숨기는 헐리웃 영웅들에 반해, 전우치는 자신의 도술실력을 널리 알리고 뽐내고 싶어 한다. 자유롭고 솔직하다 못해 뻔뻔하기 그지없을 때도 많고, 술과 풍류를 즐기고, 바람둥이 기질까지 있다. 화담은 철저히 재창조된 캐릭터로, 전형적 악인에서 벗어나 선악이 공존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그는 전설의 피리 만파식적과 빈둥거리면서도 도술실력이 뛰어난 전우치 때문에 내재된 악을 드러내고 변모해간다. 전우치의 친구 초랭이는 전우치가 데리고 다니는 개로 개인간이라는 발상이 눈길을 끈다.
캐릭터의 향연은 강동원, 김윤석, 임수정, 유해진, 백윤식, 염정아 등 스타군단의 동반 출연으로 완성된다.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그놈 목소리’에서 열연했던 강원동은 악동 도사를 연기해 데뷔 이래 가장 파격적인 캐릭터 변신을 선보이고 있다. 최동훈 감독은 “강동원의 완벽한 외모 이면에 유쾌한 악동이미지를 발견했다. 영화 ‘전우치’ 프로젝트를 떠올린 순간부터 강동원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썼다”라고 밝혔다. 전우치의 라이벌 도사 화담 역에는 강렬한 카리스마와 소탈한 매력을 동시에 선보이며 소시민적 영웅캐릭터를 탄생시켜 온 김윤석이 열연하고 있다. 순수한 외모 뒤 뜨거운 욕망 배우를 꿈꾸는 코디네이터 서인경 역은 임수정이 맡았다. 그녀는 청순한 외모와 도발적인 끼를 동시에 지닌 ‘팜므파탈’ 캐릭터로 색다른 모습 보여주고 있다. 개인간 역으로는 영화 ‘공공의 적’, ‘왕의 남자’, ‘타짜’에서 해학 넘치는 코믹연기로 웃음과 감동을 준 개성파 배우 유해진이 열연하고 있다.
정은승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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