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갱년기 여성을 표현한다는 게 부담이 있었죠. 저와는 멀게만 느껴졌으니까요. 그런데 이번 뮤지컬 ‘메노포즈’를 안 하면 안될 것 같았죠. 정말 좋은 작품이거든요. 그렇다고 갱년기에 대해서도 잘 아는 것도 아니었어요. 그래서 다른 배우 분들에게 물어보고 또 물어봤죠. 그러다보니 차츰 갱년기 증상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되었죠.” 라고 말하는 그녀의 말투, 헤어스타일은 완벽한 아줌마였다.

“저 이래 봬도 뮤지컬계의 아이돌이에요.”라며 크게 웃는 개그우먼 김숙. 1995년 KBS 12기 공채 개그우먼으로 선발돼 꾸준히 활동 중인 그녀는 브라운관의 모습 그대로 털털하고 재치 있는 입담을 과시했다. “극중 여성 4명이 등장해요. 우연히 백화점 란제리 세일 코너에서 만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돼요. 그중 전 가장 전형적인 주부를 맡았어요. 남편, 아이들만 생각하는 주부. 흔히 볼 수 있죠? 아참? 세일기간도 챙기는 아줌마! 둘러보면 다 한 번씩 만날 수 있는 주부들이죠.”

결혼 후에 갱년기가 오면 어떻게 극복할거냐는 질문에 김숙은 “실제로 제가 갱년기 여성이 될 때쯤이면 아마 즐기면서 넘기지 않을까요? 지금 미리 공부하고 있으니까요. 아마 갱년기 증상을 알고 그 시기를 겪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큰 차이가 있겠죠? 전 즐겁게 살려고 노력할거에요. 웃으면서 말이죠. 지금은 갱년기에 대해 공부한 것이 그때쯤이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요”라며 말하는 그녀에게는 갱년기도 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김숙이 뮤지컬 ‘메노포즈’에 합류하게 된 계기는 개그우먼 이영자 추천이 있었다. “역대 전업주부 역을 모두 처녀들이 맡았어요. 근데 모두들 그 역할을 능숙하게 잘 소화해 냈죠. 저도 그래야겠죠?”

뮤지컬 ‘메노포즈’는 지난 11월 14일 막이 올랐지만 김숙의 공연은 12월 5일부터 관람할 수 있다. “아직 저희엄마는 공연을 보지 못하셨죠. 아마 제가 공연할 때 쯤 와서 보시지 않을까요? 엄마도 뮤지컬을 보시면 공감하실 부분이 많을 것 같아요.”

“공연 장면 중 전업주부가 가방에 있는 물건을 모두 다 꺼내면서 무언가를 찾는 장면이 있어요. TV리모컨, 때 수건, 단순히 생각해보면 집에서 필요한 것들을 꺼내요. 근데 결국 그녀가 찾는 건 이런 게 아니에요. 우울증 치료제죠. 이 장면은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어요. 근데 웃음으로 승화시켰죠. 아마 모든 중년여성들이라면 가장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요?”라며 그녀도 예전 자신의 엄마 모습을 떠올렸다. “가끔 엄마의 얼굴이 붉어지고 화를 냈을 때는 왜 그러지? 하고 이해하지 못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아~그때 그래서 엄마가 짜증을 내셨구나 하고 이해가 되죠”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또한 “딸들은 같은 여자라서 엄마를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남편과 아들은 평생 모르고 지나칠 수 있죠. 하지만 뮤지컬 ‘메노포즈’를 마음 편히 보러 오셔서 기쁨, 슬픔을 함께 나누고 서로를 보듬어 줬으면 해요”라고 덧붙였다.

“공연을 본 후 울면서 돌아가는 남성분들의 모습을 보면 제가 더 감동을 해요. 아마 그동안 화만 냈던 자신을 반성하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라고 말하며 인터뷰 내내 그녀의 입가에는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그녀의 능청스러운 아줌마 연기를 볼 수 있는 뮤지컬 ‘메노포즈’는 2010년 1월 31일까지 명동 해치홀에서 공연된다.


김지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_ 강지영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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