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무용단의 2009년 마지막 정기공연으로 열리는 ‘중견작가전 NOW, MOVEMENT’가 12월 10일부터 11일까지 양일간 세종M씨어터에서 펼쳐진다. 박종필, 김남식, 조남규의 안무로 이뤄지는 이번 공연은 삶에 대한 해석을 3색의 춤사위로 풀어낼 예정이다.

‘중견작가전 NOW, MOVEMENT’에 ‘불망의 강Ⅱ’를 선보이는 조남규 안무가는 오는 7일 개최되는 대한민국무용대상의 총감독을 맡았다. 행사준비로 분주한 그가 국내에 창작공연을 올리는 것은 무려 3년만이다. 그는 이 작품에 대해 “지난 2004년에 초연된 ‘불망의 강’을 재해석한 작품입니다. 죽은 진시황이 부활하여 과거를 회상하는 내용인데 이번엔 좀 더 현대적으로 만들어 봤어요. 진시황은 욕망과 포악함의 대명사로 불리잖아요. 그를 통해 인간의 욕망과 인생에 대해서 돌아보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어요”라고 설명했다. 또한 제목으로 쓰인 ‘불망의 강’이란 넘을 수 없는 강을 의미한다. 조남규는 안무가는 “한마디로 인생이 흐르고 역사가 흐르는 강입니다. 이 강에서 삶과 죽음이 하나 되기도 하고 애욕과 원한이 얽히기도 하죠. 진시황의 이야기를 강물 따라 흘러 보내며 욕망의 덧없음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조남규 안무가는 진시황의 일대기를 작품으로 만드는 과정에 대해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워낙 이야기가 방대하다 보니 핵심을 잡기가 어려웠어요. ‘진용’ ‘영웅’ 등 진시황이 나오는 영화를 전부 보고 진시황에 관련된 모든 자료를 섭렵했죠. 스케일이 큰 인물이다 보니 소품과 무대세트 준비도 만만치 않았어요”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불멸의 강Ⅱ’에는 진시황의 무덤을 재현하기 위해 서른 개의 토우 인형이 동원된다. 서른 명의 무용수가 토우 복장을 입고 무대 전면을 가득 채운다. “실제 토우처럼 보이기 위해 의상에 심혈을 기울였어요. 막 흙에서 나온 듯 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 본드와 톱밥을 버무려 독특한 질감의 옷을 만들었죠. 이 의상도 4번의 실패 끝에 겨우 만들어졌어요. 무대에는 강물을 건너는 10미터의 다리를 설치했습니다. 상하로 자유롭게 움직이고 토우들이 그 위를 넘나들기도 합니다.”

조남규 안무가가 가장 신경 쓴 부분은 15분 동안 펼쳐지는 전쟁씬이다. 그는 “사람들이 눈을 뗄 수 없도록 역동적으로 만들었어요. 다양한 춤을 추는 무용수들이 등장해 휘몰아치듯 무대를 장악합니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30명의 토우들이 쏟아지는 장면이 압권이죠”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용을 어렵다고 생각한다. 철학적이고 함축적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그는 “누구나 보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저는 항상 인물중심으로 작품을 계획합니다. 2003년에는 ‘사랑의 슬픔으로’를 통해 사도세자의 이야기를 그렸고, 2004년엔 조선시대 여류시인인 매창을 주인공으로 작품을 만들었어요. 우리 춤이 생명력을 유지하려면 대중성을 가미해야 하는데 저는 항상 예술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 대중성을 함께 가져가려고 노력해요. ‘불망의 강Ⅱ’는 어려운 철학적 의미보다 진시황의 일대기에 초점을 두고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우리 춤의 아름다움과 멋을 한눈에 느낄 수 있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조남규 안무가는 ‘불망의 강Ⅱ’ 공연준비와 무용대상 총감독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목소리에선 활기가 넘쳤다. 그는 “영화하면 대종상을 떠올리듯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무용하면 대한민국무용대상을 떠올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필리핀국립무용단과의 합동공연 등 국내외 활동을 통해 우리 춤의 멋을 알리겠습니다”라며 포부를 전했다.


박경임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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