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원작 <오셀로>에서 이아고라는 인물에 초점을 맞추어 번안공연된 2006년의 <이利아我고孤>는 극단 ‘통’의 최재오 연출의 작품이다. 사실 지금의 극단 ‘행길’은 극단 ‘통’이 좀 더 관객들에게 친숙한 느낌으로 다가서고자하는 의도로 바꾸어진 이름이다. 이름과 함께 새롭게 거듭난 극단 ‘행길’은 머레이 쉬스갈 작의 <종이호랑이>를 대학로 청운예술극장에서 올 5월에 올렸다. 그리고 2009년 한국과학창의재단 융합문화사업에 과학/연극으로서의 <빛의 전쟁>을 신청하여 선정되었다. 극단 ‘행길’은 뜨거운 여름이 시작되는 7월부터 대본작업을 시작으로 <빛의 전쟁>이라는 작품을 향한 4개월간의 모든 준비과정을 끝내고, 드디어 대학로 라이프 극장에서 11월 13일부터 12월 13일까지 한달 동안 공연된다.


- 회상화된 극적 흐름

극은 한 천재 전기 발명가인 니콜라 테슬라의 삶의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엄마를 회상하면서 시작된다. 테슬라의 어린시절은 엄마의 대사를 통해 알려지는데, 그가 어린시절 수차앞에서 놀면서 수력발전의 힘을 통한 전기 발명을 창안하게 됨을 암시한다. 이 첫 장면은 극의 끝부분에서 다시 재현되어지면서, 극은 그의 마지막 삶의 순간에 회상되어지는 젊은 시절의 기억들이 펼쳐지는 공간으로서 구성된다.
이 공간 연출을 위해, 무대디자이너는 무대배경에 자리잡은 투명한 아크릴판에 분무기와 붓칠을 통해 영상 이미지들을 투영시키며 적절한 이미지 작업을 통해 공간연출을 시도했다. 그리고 연출은 단순한 미니멀한 구도위에서 상황에 따라 바뀌어지는 두 가지 종류의 책상과 탁자를 바꾸어가면서 시공간을 뛰어넘는 공간구성을 큰 어려움 없이 처리해나간다.

- 진실을 위한 외로운 싸움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기를 발견한 이로 뛰어난 과학자 토마스 에디슨을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에디슨이 직류연결을 이용해 당시에 전기공급을 보편적으로 할 수 없었다는 사실과, 이 과학자가 크로아티에서 온 한 겸손한 청년인 니콜라 테슬라의 비범함, 교류연결을 통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는 그의 제안을 듣고 그의 재능에 대해 질투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알지 못한다. 극은 테슬라의 전기교류연결방법을 성공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에디슨의 질투를 통해, 이 두 과학자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심리적 갈등을 보여준다. 그래서 연출은 이들 전기 발명에 대한 두 과학자의 서로 다른 연구적 자세를 드러낸다.
테슬라의 교류전기시스템을 이용한 전기의 보편화를 위한 외로운 싸움은 자기 자신과의 끈질긴 투쟁으로 이어지고, 결국, 이 끈질긴 노력의 결과로 직류를 보완한 교류전기 시스템이 개발된다. 하지만, 테슬라는 시설자금의 어려운 재정난을 겪게되고, 그래서 그는 자신의 발명 로열티를 모두 시설 설립을 위해 기증한다. 마침내 그의 주장대로 수력발전소의 설립과 교류전기시스템을 통한 전기공급을 보편화하고, 돈많은 이들만이 향유할 수 있었던 전기를, 대부분의 시민들에게도 전기를 공급하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로열티를 포기한 그는 경제적인 빈곤상태에서 한 호텔방에서 외롭게 숨을 거둔다.
연출은 한 과학자의 외로운 싸움이 거둔 성과에 비해 그의 쓸쓸한 죽음의 현실적인 상황을 보여줌으로써, 그가 처했던 부조리한 현실에 대해 관객에게 다양한 해석의 공간을 열어놓고 있다.

- 과학연극의 정의

올해 봄, 두산아트스페이스의 ‘과학연극’ 기획과 함께 세미너가 개최되었지만, 과학 연극은 여전히 모호한 개념으로 남아있다. 그래서 연극계에서 부상되고 있는 과학/연극의 개념을 간략하게나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실 과학/연극을 통해 연극은 과학에 관심을 가져왔는데, 이 말을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연극은 인간이 과학에 대해 사유하는 부분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연극이 과학을 언급할 때, 이는 연극을 방법론으로 하는 과학이 목적이 아니라, 과학에 의해 야기되는 인문학적인 사유부분인 ‘시적인 것’을 얻고자 함을 의미한다. 이 말은 다시 말해 연극이 과학자들의 단순한 연대기적 생애를 다루는 극이 아니라, 연극의 시학적인 것과 과학의 합리적인 것, 이 둘의 모순적인 연결을 통해, 이 둘 사이에서 서로 다른 해석에 열려진 ‘틈’을 그려내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그래서 과학/연극은 이 교차적인 짜임을 만들어내면서 연극과 과학의 소통적 자력을 더욱 강화시키고자 함이다.1) 이런 점에서 최재오 연출의 <빛의 전쟁>은 과학자들간의 갈등과 인간적 고뇌에 초점을 맞추었을 뿐 아니라,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사회적 재해석을 가한다는 점에서 연극이 과학을 통한 새로운 장르의 확장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극단 ‘행길’의 <빛의 전쟁>이라는 과학연극을 계기로 과학이 단순히 실험실이나 연구실에서 이루어지는 별개의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연극의 주제장르를 확장시키는 계기가 됨을 알 수 있으며, 뛰어난 과학자들의 삶을 통해 투영되는 인간적 삶의 모습은 이들을 더욱 대중들에게 가까이 다가서게 할 것이다.


1) 본인의 비평문에서 인용, <과학연극시리즈, <코펜하겐>>, 공연과 이론, 2009년 봄.


글_하형주 hyungju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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