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내 남자는 원시인’이 지난 12월 3일 대학로 아트원 씨어터 3관에서 국내 첫 선을 보였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활약하고 있는 배우 공형진의 1인극으로 개막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던 이 작품은 오는 2010년 1월 31일까지 더블 캐스팅 없이 공형진 혼자 이끌어간다.

연극 ‘내 남자는 원시인’은 브로드웨이에서 일인극으로는 최장기 공연됐다. 1시간 30분 동안 남녀의 차이, 그로 인해 생기는 오해들을 유쾌하고 솔직하게 탐험한다. 이미 전 세계 40여 개국 300여개 도시에서 16개의 언어로 공연되는 이 연극은 현대 코미디극 중 가장 성공적인 작품으로 꼽히기도 했다.

태초에 남자는 먹잇감을 포착하고 그 목표물을 향해 달려가도록 만들어졌다. 따라서 넓게 보고 세심하게 관찰할 줄 아는 여자와 달리 일단 ‘행동’하고 보는 것에 익숙하다. 반면 여자들은 원시로부터 채집을 하던 사람들이다. 남자들이 사냥을 하러 동굴을 떠나면 여자들은 삼삼오오 몰려다니면서 주변을 관찰하고 맘에 드는 꽃이나 열매를 수집하길 좋아했다.

공형진 가라사대, 현대 여자들이 ‘쇼핑’하는 걸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라고. 티셔츠를 하나 사러 백화점에 들어간다 치더라도 남자와 여자의 동선은 큰 차이를 보인다. 남자는 목표물이 설정되면 각설하고 바로 ‘잡아서 죽이’는 스타일이고, 여자들은 이것저것 만져 보고 상상하면서 최종적으로 마음에 드는 목표물을 바구니에 담는 것이다. 관객들이 배를 잡고 웃는 이유는 그가 들려주는 원시맨 이야기가 바로 우리들의 모습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한 명의 배우가 1시간 30분을 이끌어 간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배우 공형진은 남과 여의 근본적인 차이, 남자는 왜 이렇고 여자를 왜 저럴까, 하는 우리들의 오랜 수수께끼를 젠틀하고도 유머러스하게 표현한다. 극이 시작되기 전 스크린을 통해 보여주는 영상은 남자라는 성과 여자라는 또 하나의 성이 어떻게 다른지,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물론 관객들의 호기심 유발에도 최고다.


최나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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