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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념 초월한 화합과 연대 꿈꿔” 영화 ‘초선’ 전후석 감독 ②전작 ‘헤로니모’에 이은 두 번째 영화 ‘초선’, 11월 3일 극장 개봉
영화 <초선>의 전후석 감독 (제공: 커넥트픽쳐스)

영화 ‘초선(Chosen)’의 전후석 감독이 미국으로 건너간 것은 그가 고3 때인 2002년 3월이었다. 그는 자신의 자서전 『당신의 수식어』를 통해 그 순간을 “한국인이라는 정체성 너머의 세계로 발을 내디뎠다.”고 묘사한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건너가신 게 거의 성인 무렵이다. 재미한인 사회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보수적 분위기의 기독교 신앙과 융합하는 경험을 하셨을 텐데.

- 물론이다. 나 역시 보수적인 복음주의적 신앙관 아래서 자라왔다. 그러나 다양한 깨달음을 통해 그 신앙관을 해체하는 여러 과정이 있었고, 지금도 나만의 신앙관을 다시 구축하는 과정에 있다.
 
이번 영화를 보면서 특히 크리스천, 나아가 신앙인들의 이념과 태도에 대한 감독님의 고민이 엿보였다. 신앙인의 관점에서도 하고 싶은 말이 있었나.

- 굉장히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신을 갈구하고 알아가고 싶은 사람으로서 ‘신앙의 본질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영화를 통해 하고 싶었다. 특히 데이비드와 그의 아버지 간에는 극명한 신앙관의 차이가 드러나지 않나. 지난 5월 ‘초선’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개봉했을 때, 어떤 한 교수님이 찾아와 “대한민국 근대사를 두 개의 키워드로 정리하자면 그것은 기독교와 공산주의의 프레임 대결”이라고 말씀해 주시더라. 그 프레임은 지금 현재도 한국과 미국의 대선 결과를 여전히 좌지우지하고 있다. 영화 속 데이비드 부자간의 갈등구조 안에 그것이 또한 고스란히 녹아있다.

영화 <초선> 스틸컷

개인적으로 인상적 장면 중 하나가 다섯 후보들이 온라인으로 정책토론을 하는 장면이다. 또 그들은 정치적인 입장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 한인정치인들은 많을수록 좋다”라고 입을 모은다. 그들의 다양한 정치적 입장을 모두 보여주면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었나.

- 최근 어떤 책을 읽었는데 “어떤 민족적 혈통이나 역사적 기억보다 더 사람들을 뭉치게 하는 것이 이념”이라고 하더라. 이데올로기가 민족적 혈통의 공통성보다 더 강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사실 한반도가 그렇지 않나. 같은 민족인데 반으로 나눠져 있다. 미국 내 재미한인사회에도 비슷한 공식으로 이념에 의해 자신의 세계관이 구축되는 것이 훨씬 더 강한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대해야 하는 지점, 즉 공통분모를 찾으려 노력했다. 예를 들어 사이구(LA폭동) 같은 사건이 그렇다. 좌우 상관없이 소수민족이기 때문에 겪어야 했던 공통적 위기였기 때문이다. 그런 문제는 우리가 화합과 연대를 통해 함께 싸워나갈 수 있다. 오늘날 아시안 혐오범죄 문제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LA폭동을 와 닿게 느끼기 어렵고, 미국연방의원선거에도 관심이 적다. 2020년 미국 연방의원 선거에서 한인 5명이 도전한 사실도 영화를 통해 처음 안 관객이 대부분일 것이다. 국내 개봉을 앞두고 한국 관객들에게 잘 전달됐으면 하는 부분이 있나.

- 나는 정치적 지형과 환경 면에서 미국과 한국이 매우 흡사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좌우의 이념적 대립과 갈등은 재미한인사회의 모습과 닮아 있다. ‘한인 디아스포라’인 재미동포들이 ‘아메리칸드림’을 위해 유복하고 행복하게 살겠다는 표면적 인식에서 벗어나, 소수민족으로서 살아남기 위해 정치적 신장을 목표로 발버둥치는 현실을 같이 보는 것이다. 이 영화가 우리 민족의 현실을 볼 수 있는 렌즈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여기에 덧붙여, 많은 재미동포들이 해외에서 권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듯이 ‘코리안드림’을 위해서 해외에서 들어오는 이방인들의 노고와 권리투쟁에도 우리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여유가 생기면 좋겠다. 

영화 <초선> 전후석 감독 (제공: 커넥트픽쳐스)

자서전 제목이 『당신의 수식어』다. 추후에 영화감독으로서 자신의 이름 앞에 붙여졌으면 하는 수식어가 혹시 있는지 궁금하다.

- 영화감독으로서, 라기보다는 스토리텔러로서 생각해보면 역시 나는 ‘디아스포라적 스토리텔러’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당신의 수식어』를 읽으면서 “세계에 모든 벗이 있는 영화감독”이라는 수식어를 붙여드리고 싶었다. ‘세계시민’이라 할 수 있는 모든 이방인들을 벗으로 삼을 수 있는 분이 될 것 같다.
 
- 너무나 과찬이다.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최근 내가 어떤 명언을 발견했다. 12세기에 살았던 신학자 빅토르 위고의 말이다. “자기 고향을 아직도 달콤하게 여기는 사람은 덜 성숙한 사람이고, 그것보다 더 성숙한 사람은 세계 어디를 가도 편안함을 느끼는 세계시민이며, 그것보다 더 성숙한 사람은 세계 어디를 가도 늘 자신을 이방인이라고 여기는 사람이다.”

매우 인상적인 말인데. 어떤 의미에서 울림이 있었나.

- 어떤 경계성과 소수성, 즉 ‘이방인성’을 유지하는 사람이 더 성숙하다는 것이다. 이 말을 알기 전까지 나는 ‘세계시민이 되는 것’이 가장 궁극의 목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말을 듣고 바뀌었다. 물론 이방인으로서 권력투쟁을 하고 권리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존재론적으로는 내가 어떤 이방인성을 유지하는 것이 사유 세계를 훨씬 풍부하게 하지 않을까. 기독교에서도 성경에서 중요한 역사를 만든 사람들은 모두 이방인이었다. 그래서 이런 디아스포라적 정체성, ‘이방인적 정체성’을 좋은 의미로 재해석하게 됐다.

영화 <초선> 스틸컷

그 말을 들으니 『당신의 수식어』에서 인상적이었던 구절이 생각난다. 최진석 교수님께서 ‘디아스포라적 삶’을 언급한 부분이다. 

- “나는 늘 디아스포라가 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한다. 내가 스스로 멈추고 안주하는 순간 나 자신을 깨뜨려 밖으로 나가려고 하고, 주류가 되어 편해지려는 순간 경계인이 되어 불편해지려 하고, 안도감으로 느슨해지는 순간 나 자신을 부정해 다시 깨달으려는 과정을 반복적으로 되풀이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디아스포라적 삶을 추구한다.” 맞다. 우리 모두가 그런 식으로 디아스포라적 삶을 추구할 수 있다.

앞으로도 이런 디아스포라적 관점의 다른 영화를 계속 만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나 영화적으로 감독님의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 우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내년 초에 결혼을 한다. 식은 한국에서 할 것 같다.(웃음) 그리고 만약에 ‘초선’이 잘 돼서 다음 작품을 찍을 수 있다면, 만들고 싶다고 생각한 이야기가 있다. 얼마 전 미국에서 크리스천 컴퍼런스에 참석했는데 현재 북한에서 13년째 장애 아동들을 치료하시는 의사선생님을 만났다. 재미한인이신데 그분이 북한 장애아동을 치료하면서 겪은 많은 에피소드를 들으며 큰 감명을 받았다. 특히 북한에 있는 열악한 장애인들의 현실과 부모들과의 관계회복에 대해 자주 언급을 해주셨다. 그 부분을 촬영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무척 흥미롭다. 또 다른 의미의 울림 있는 영화가 될 것 같다. 기대된다.

- 일단 그러려면 ‘초선’이 잘 되어야 한다.(웃음)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다. 나는 계속 영화를 만들고 싶고, 영화감독으로서의 삶이 행복하다. 

영화 <초선> 스틸컷

영화 ‘초선’은 2020년, 미국 정치 역사상 최초로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 동시에 도전한 5명의 한인 동포들이 이민자로서 어떻게 성장하고 미국 정치계에 왜 뛰어들었는지, 1992년 LA 폭동이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그리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전후석 감독은 재외동포 변호사 출신으로 전작 ‘헤로니모’에 이어 두 번째로 재외동포들의 모습을 스크린에 담았다. 각자 다른 삶의 배경을 지닌 후보들이 재외한인이라는 공통된 정체성 아래 서로를 격려하며 함께 선거 레이스를 펼쳐가는 모습을 박진감 넘치게 그려낸다.

‘초선’의 주인공인 변호사 출신의 정치 신인 데이비드 김 후보는 ‘풀뿌리 선거’라 자칭하며 직접 발로 뛰는 치열한 미국 선거 현장을 생생하게 드러내 공감과 응원을 이끌어낸다. 오는 11월 8일 치러질 미국의 중간선거에서 당선 가능성이 매우 높아 주목 받고 있다. 또 이번 영화에 출연한 다른 후보들 또한 재선의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영화 ‘초선’은 국내 11월 3일 개봉한다.

사진 제공_커넥트픽쳐스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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