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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치유의 수다 한 편, 연극 ‘사라지다’ 12월 16일~2022년 1월 2일, 대학로 선돌극장

극단 고래의 열여덟 번째 정기공연, 연극 ‘사라지다’가 오는 12월 우리를 찾아온다. 

작품 속에 부재하는 듯 가장 강력하게 존재하는, 이미 세상을 떠난 윤주의 독백을 시작으로 관객들은 수다를 떨어대는 여자 네 명과 그들이 이모라 부르는 트랜스젠더 한 명이 앉아있는 한 아파트의 거실 속으로 순식간에 빨려 들어가게 된다. 

상강, 청명, 동지, 신정, 말복까지 다섯 명의 인물 하나하나는 개성 있고 매력적이다. 작가 이해성은 인물들의 이름에 절기를 부여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처럼 이 인물들은 각자 한 해의 계절적 흐름을 구성하는 필수적 요소이자 어느 한 명 빠지면 작품의 우주가 완성체로 만들어지지 못한다는 암시가 들어있기도 하다. 

코로나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심리치료법, 수다

‘사라지다’는 남성 작가가 쓴 여성들의 이야기다. 언제 그렇게 여성들의 수다를 훔쳐보았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할 정도로 작가 이해성이 보여주는 여성의 세계는 생생하다. 말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한 내용도 어느 새 불어버리고, 허구헌 날 아픈 사랑이나 하고, 직장에서 상사에게 당하다 못해 막말 전화까지 하는 친구들이지만, 네 명의 여자동창생들은 결국 가장 잘 서로를 보듬어 안고 위로해주는 사람들이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돌봄 노동의 중요성은 더욱 부상했다. 집 밖이 위험해지자 사람들은 모두 집 안에서 옹기종기 시간을 보내면서 가족 구성원 모두가 ‘삼식이’ 대열에 편입되었고 이들을 책임지는 것은 대부분 여성들이었다. ‘사라지다’는 여성 간의 수다, 여성 간의 연대, 또 그 이야기들을 통해 얼마나 치유받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 작품 전반에 걸쳐 이야기하고 있는 또 다른 키워드 중 하나는 ‘경계’다. 여자와 남자의 경계, 트랜스젠더와 트랜스젠더 아닌 사람들과의 경계, 장애인과 장애인 아닌 이들과의 경계를 끄집어낸다. 

특히 트렌스젠더 말복은 아버지에서 이모로 삶의 자리를 이동했으며, 세상을 떠난 윤주와 이들 네 사람의 이모로 끊임없이 잔소리를 해대지만 정작 자신의 내면과 마주할 때는 더할 나위 없이 쓸쓸하다. 배우 신현종이 말복의 역할을 맡았는데, 그는 이해성 연출로부터 트랜스젠더 배역 제안을 받았을 때 “1초도 망설이지 않았다”며, “배우가 트랜스젠더 역할을 해 보는 경험을 어떻게 거절할 수 있단 말인가?”라는 말로 이 역할에 대한 의욕을 내보였다. 

연극 ‘사라지다’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만 같던 감염병과 그로 인한 거리두기 때문에 돌아오지 않을 것 같던 거리의 불빛, 사람들의 수다와, 성탄의 캐럴이 대기를 채우는 시기에 따뜻한 맞춤형 작품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작품은 오는 12월 16일 대학로 선돌극장에서 개막한다.

자료 제공_극단 고래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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