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21.9.17 금 10:35
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리뷰
[유희성의 The Stage 172]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응축된 에너지의 포효와 발현, 여름날 소나기처럼 청량감과 후련함 선사
  • 유희성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6.21 17:30
  • 댓글 0

 

뮤지컬 ‘브라더스 카라마조프’가 세 번째 시즌으로 돌아왔다. 19세기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소설가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옙스키 원작으로 오세혁 연출이 뮤지컬로 각색하여 허강녕 프로듀서와 과수원 컴퍼니에서 제작했다.


비슷한 시기에 각기 다른 프로덕션이 도스토옙스키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3개의 작품을 거의 동시에 올리기도 했다. 그만큼 도스토옙스키의 원작은 유독 한국에서 뮤지컬 작업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오세혁 연출이 각색한 작품은 ‘친부 살인’이라는 충격적이고 묵직한 우리 몸에 내재 되어 있는 폭풍 같은 몸부림의 에너지로 긴박한 법정 드라마 뮤지컬 스릴러 형식을 취한다. 평생 욕정을 쫓으며 방탕하게 살아온 호색한 표도르 가라마조프는 첫 번째 아내로부터 드미트리, 두 번째 아내로부터 이반과 알료사를 얻고, 또 한 명의 자신의 아들인 사생아 스메르쟈코프를 하인으로 부리며 살고 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밤, 누군가에게 살해를 당하는 표도르. 평소 아버지 표도르와 유산 문제로 다투다 아버지를 자기 손으로 죽이겠다고 공언하고 다닌 드미트리는 유력한 용의자로 수감 되고, 모스크바에서 유학 중인 이반, 견습 수도승인 알료사, 그리고 하인 스메르쟈코프까지, 표드르를 향한 증오와 혐오가 팽배해 있던 네 명의 형제들은 급기야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형제들 중 누가 친부를 살해했는지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들을 크고 작은 단서를 찾아내거나, 알리바이가 조금이라도 의심되는 형제들을 차례로 소환하며 밑바닥까지 파헤치거나 작은 단서라도 증거로 실마리를 찾은듯하다가 갈수록 미궁에 빠진다. 각자의 시선으로 긴장된 객석과 더불어 사건을 함께 유추하거나 재판하듯 심문하며, 진짜 범인은 누구인지를 파헤쳐가는 심리적 스릴러 성격을 띠고 있다. 각 캐릭터의 감정선과 작금의 상태들을 음악적 스케일과 긴장감을 조성하는 코드로 세심한 듯 폭발하고 표출되어 극적 긴장감을 고조시키거나 급격하게 반전시키며 정확히 예측하기 힘든 미궁의 극적 상황들로 휘몰아갔다.

이진욱 작곡은 그레고리안 찬트부터 르네상스 시대의 음악적 기법, 대위법을 활용한 음악적 화성을 확장하거나 축약시키며 현대 뮤지컬 음악의 구조를 덧입혔다. 아버지 넘버를 중심으로 각 캐릭터들의 상황과 각기 다른 아들의 상태와 심리를 결부한 넘버들을 배치했다. 거기에 연계된 거미줄 같은 구성과 각 캐릭터의 성격까지 고려하여 메인 멜로디를 중심으로 욕망의 분출을 마치 흩어지는 모세 혈관 같은 음악적 라임을 유지하며 섬세하게 펼쳐 냈다.

무대디자인 김대한은 러시아 지방의 지주 표도르의 묵직한 아치형 저택 한가운데 표도르의 죽음을 상징하는 무덤 같은 관을 무대 중심에 두고, 집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건과 상황을 들쳐 볼 수 있게 곳곳에 아들들의 공간을 배치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게 하며 동선과 조명으로 변화와 상징적 상황을 유추할 수 있게 했다.

안무의 이현정은 동선과 캐릭터의 공간을 활용해 손동작 중심의 기호화된 동작으로 시각적 통일성 안에서 각 캐릭터의 심리적 표출을 조금씩 다른 저마다의 자기 수화 동작으로 응축하며 절제되고 상징적인 신호를 세련되게 보내왔다.

다섯 명 배우들의 열연과 음악적 브랜딩은 작품 곳곳에 알맞고 적합하게 배치되어, 최고의 열연과 넘버 소화력으로 작품에 순식간에 동화되고 몰입하게 하더니 순식간에 커튼콜을 인지하고 화들짝 놀라게 했다. 표도르 역의 도창선 배우는 마치 도스토옙스키가 구현하려 했던 캐릭터의 그 모습 그대로의 인물이 무대에서 환생한 듯, 무대에서 거침없고 야생적인 욕망의 현신으로 탄생해 열연했다.

먹이를 찾아 포효하는듯한 수컷 사자의 금방이라도 터질듯한 욕망의 분출, 도덕과 상식을 무시하고 가족이라는 개념조차 안중에 없고, 가족이라 할지라도 그 누구라도 살해할 수밖에 없을듯한 폭력적인 언행과 점철된 악마의 표상으로 부활한 듯한 캐릭터 그 자체의 연기와 가창으로 작품의 중심을 잡았다.

드미트리 역의 양승리 배우 또한 그동안 보여줬던 안정적이고 선 굵은 연기를 바탕으로 이번 작품에서는 무척이나 세심하고 섬세한 연기적 호흡의 조절과 운용으로 사랑에 대한 모순을 정당하고 심도 있게 그려냈다. 이반 역의 김재범 배우 또한 그동안의 탄탄한 경험과 관록으로 차분하고 안정적이었으며, 심리적이고 이율배반적인 내적 감정의 혼란스러움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자신의 캐릭터를 확고하게 구축했다.

알료사 역의 김지온 배우 또한 자신이 가진 외형적인 진실함과 투명한 눈망울을 바탕으로 믿음과 구원에 대한 자기성찰과 부족한 인간이지만, 내적 위안과 선한 행동으로 희망에 접근하고자 하는 진지한 태도와 모습으로 캐릭터의 색깔을 확고히 구축해 냈다. 스메르쟈코프 역의 박준휘 배우의 무대에서의 변신과 성장은 늘 깜짝 놀랄 만큼 캐릭터에 동화되고 빠져들어 열연하는 모습에 심취할 수 있게 했다.

여린 듯 강하고, 작은 거인 같은 응축된 에너지의 포효와 발현은 탄탄한 가창과 더불어 여름날 시원한 소나기처럼 청량감과 후련함을 선사했다. 빠른 시일 내로 네 번째 시즌으로 다시 돌아와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의 작품과 배우들의 멋진 앙상블을 다시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유희성 칼럼니스트  he2sung@hanmail.net

<저작권자 © 뉴스테이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