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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성의 The Stage 171]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혁신적인 다차원의 공간으로 강렬한 체험 선사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은 1812년 나폴레옹의 침공 직전 모스크바가 배경인 성스루(sung_throug) 뮤지컬이다. 원제는 ’나타샤, 피에르 그리고 1812년의 위대한 혜성‘(Natasha, Pierre & The Great Comet 1812)이다.

뮤지컬은 현재 미국 공연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곡가 겸 극작가인 데이브 말로이(DAVE MALLOY)가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1828~1910)의 ‘전쟁과 평화’ 2권 5부의 70쪽 분량을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대부분의 배우들이 악기를 직접 연주하는 액터 뮤지션과 연주자가 연기까지 하는 뮤지션 액터를 취하는 형식을 갖췄다.

작품은 삶을 향한 철학적 고찰과 삶의 전환기를 다룬다. 극 중 맑고 순수한 ‘나타샤’는 누구라도 첫눈에 반할만한 ‘아나톨’의 유혹으로 이내 사랑 증후군에 빠진다. 그저 모든 것이 사랑스러운 언행과 온통 빨개진, ‘아나톨’의 동물적이고 치명적이며 저돌적인 유혹은 격동적인 로맨스의 회오리바람으로 주변 인물들을 휩쓸어 버린다. 이어 고독한 ‘삐에르’는 모든 장면의 구경꾼이자 작품 전체를 이끌어 간다. 그는 아코디언과 피아노까지 연주하며 그가 갈구하는 삶의 철학적 고찰이 전개되지만, 마지막에는 다소 ‘막장’ 드라마에 나올 법한 나타샤를 향한 사랑의 구애가 속내를 드러낸다. 동시에 때마침 1812년의 위대한 혜성이 가로지르며 새로운 역사와 함께 삶의 전환기를 맞이하는 세태를 맞이한다.

2012년 오프 브로드웨이 기존의 공연장 대신 펍, 바, 식당 등을 오가며 첫선을 보임과 동시에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혁신적인 최고의 신작 뮤지컬’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후 엄청난 주목 속에서 호평받았으며 수차례에 걸쳐 앙코르 됐고 차츰 공간을 확장해 재공연을 하더니 2017년, 세계적인 팝페라 가수 조쉬 그로반(Josh Groban)이 참여한 브로드웨이 공연으로 토니어워드 최우수 뮤지컬 상을 포함해 12개 부문에 최다 노미네이트 되었다. 또한, 드라마 데스크어워드 4개 부문과 외부 비평가 협회 어워드에서 2개 부문을 수상하며 그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폭발적인 흥행성으로 그 진가를 입증했다.

국내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개막을 한차례 연기한 바 있다. 2021년 봄, 가까스로 세계적인 공연양식 변화의 흐름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작품의 제목과도 바로 연결될 수 있는 유니버셜 아트센터에서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작품을 이끌어 가는 가장 큰 축 중의 하나는 무대다. 오필영 무대 디자이너는 기존 극장의 내부 구조를 완전히 해체하다시피 내부 전체의 객석과 무대의 경계를 허물었다. 이는 혁신적인 다차원의 공간으로 탈바꿈시켜 모두에게 강렬한 체험을 선사한다.

7개의 원과 반원을 겹쳐 오대양 육대주의 지구촌과 같고 우주의 유영하는 크고 작은 혜성과도 같이 구현한 동그란 도넛 모양들이 중앙 무대 축을 향해 있으며 중앙 무대 양옆에 오케스트라가 있다. 적극적인 무대 참여형 객석인 코멧 석에는 다양하고 기하학적인 라인과 구조가 별처럼, 빛났다 사라진다. 샹들리에는 우주의 유성들 같기도 하다. 이를 통해, 전쟁과 평화로 만나고 흩어지는 사람들 사이에 얽히고설킨 사랑의 공간으로 혁신적인 탈바꿈을 시켰다.

한편 작품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음악이다. 원작자는 ‘일렉토닉 팝 오페라’라고 했다. 19세기 러시아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EDM, 팝, 록, 힙합 등 27곡의 다양한 장르의 넘버가 뒤섞여 있으며 전혀 지루할 틈이 없이 음악적 성찬에 가만히 앉아있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리듬과 비트와 멜로디에 빠져든다. 지휘하며 연주하고 드디어 연기까지 하는 김문정 음악감독을 필두로 모든 뮤지션들이 연주하며 연기하는 모습을 관찰하는 것도 새로운 관극 체험이 될 것이다.

또한, 대부분의 배우가 직접 액터 뮤지션으로 연기하고 연주하거나 주변에서 연주하며 춤추는 놀라운 예술적 기량을 서슴없이 드러내는 역량에 감탄하게 된다. 비정형 극장의 온 공간을 뛰고 누비며, 춤추고 연기하고 노래하는 배우들은 가히 놀라움으로 다가오며 그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대한민국 대표 뮤지컬 배우 홍광호의 변신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세상을 웬만큼 살아본 자의 풍체와 더러 예지력을 겸비한 선지자 같은 모습의 시인 같은 눈망울. 세상을 관조하며 무심히 아코디언과 피아노를 연주하는 음유시인 같은 모습을 하고 드러나는 가창은 극장 안을 넘어 우주와 모든 삼라만상에게 읖조린 듯하다. 통쾌하고 격렬하게 호소하는듯한 명품 가창은 어김없이 심장을 후벼 팠다.

누구라도 사랑 할 수 밖에 없는 사랑스런 ‘나타샤’를 사랑과 좌절을 넘어 구원의 여신으로 거듭난 배우 정은지의 무대 장악력과 아우라 또한 예사롭지 않았다. 나쁜 남자이자 거부할 수 없는 매력으로 시선을 강탈하고, 아무리 악행을 저지른다 해도 기어코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세기의 매력덩어리 고은성의 거침없고 시원스러운 언행과 가창 또한 빠져나올 수 없는 매력을 사정없이 발사한다.

또한, ‘삐에르’의 부인이자 ‘아나톨’과 남매지간인 ‘엘렌’ 역의 홍륜희 배우를 빼놓을 수 없다. 이미 한국에서 처음으로 이머시브 시어터로 공연했었던 ‘위대한 캐츠비’를 통해 그동안의 관록을 바탕으로 이머시브계의 여왕으로 회자 되다가 이번 ‘그레이트 코멧’을 통해 누구보다도 당차고 자신 있고 당당한 가창과 연기, 춤으로 가히 이머시브 여왕다운 분내를 맘껏 풍긴다. 거부할 수 없는 특별한 아우라이며 매력이다.

세계적인 흐름이기도 하지만, 공연예술이 국내에서도 기존의 프로시니엄(Proscenium Theater) 극장의 형태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변화해 가고 있다. 기존 공연의 형식을 깬 관객 참여형 공연, 즉 이머시브(Immersive Theater) 형식도 차츰 세계적으로 보편화 되어 가고 있다. 무대 위 배우와 관람석의 경계가 정확히 구분되지 않고, 배우들이 무대에서 내려와 객석 사이를 누비며 노래하거나 춤추며 연기하고, 때로는 관객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고, 더군다나 배우와 관객이 한 곳에만 머무르지 않고 건물이나 공간 전체를 이동하며 움직이는 공연의 형태인 이머시브 시어터가 보편화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공연했던 대표적인 작품이 ‘위대한 개츠비’와 ‘크레이트 코멧’ 등이다.

이머시브 시어터는 관객 참여 및 관객과 더불어 춤추고 환호하고 적극적으로 함께 공연을 하고 즐길 수 있었음에도 안타깝게도 세계적인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며 마스크를 쓰고 관람하고 환호도 할 수 없었다. 오로지 칼 박수로 화답하며 동참할 수 밖에 없어서 이머시브 공연만의 특별해진 공연의 묘미를 만끽하기는 어려웠다. 제작진이나 출연진, 관객 모두가 한켠의 아쉬움을 머금고 공연을 즐길 수 밖에 없는 것이 안타깝다. 부디 코로나 상황이 호전되거나 종식되어 ‘그레이트 코멧’ 재연과 더불어 이머시브 시어터의 축제 같은 공연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는 그날이 빨리 오기를 고대한다.

 

사진제공_쇼노트

 

유희성 칼럼니스트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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