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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성의 The Stage 166] 뮤지컬 ‘명성황후’
  • 유희성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1.25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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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12월 명성황후 시해 100주기를 맞아 뮤지컬 ‘명성황후’가 예술의전당에서 초연됐다. 작품은 올해 25주년을 맞아 2021년 1월, 오페라극장에서 단 3회 프리뷰 공연이 이루어졌고 향후 재개될 날을 고대하고 있다.

뮤지컬 ‘명성황후’는 1995년 초연부터 큰 반향을 일으키며 국민뮤지컬로 일컬어졌다. 또한, 대한민국 창작 뮤지컬의 가능성과 더불어 이후 방향을 제시하기도 한 기념비적인 뮤지컬이다. 그동안 뮤지컬 관련 수상 목록만 보더라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초연 이후 1996년 제2회 한국뮤지컬대상 최우수 작품상을 비롯하여 배우, 스탭상을 휩쓸었으며 1998년 한국뮤지컬대상 특별상과 남, 여 주연상을 받았다. 1999년에는 LA Ovation에 배우상과 스탭상이 노미네이트 되었고 2003년 뮤지컬 부문 국회 대상, 2004년 GM대우 아름다운 뮤지컬상, 2010년 국가브랜드 대상, 2016년 제5회 예그린 뮤지컬 어워드 여우주연상 수상 등 초연 이후 계속된 수상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흥행에서도 초연부터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당시 최초로 입석까지 발매했으며 공연 기간까지 연장하는 등 엄청난 호응을 얻었다. 1997년, 초연 2년 만에 한국 창작뮤지컬 최초로 브로드웨이(뉴욕 링컨센터)와 웨스트엔드(2002년 런던 해머스미스 극장)에 진출해 해외언론사들에 극도의 찬사를 받았다. 또한, 24년간 1,300회 이상 공연하며 누적 관객 190만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민뮤지컬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25주년 기념 공연을 위해 뮤지컬 ‘명성황후’는 대대적인 변화를 꾀했다. 그동안 진행했던 대사 없는 성스루(sung­through) 뮤지컬 형식을 탈피했다. 드라마의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 부분적으로 대사를 추가하고 스토리와 음악, 안무 등을 과감하게 압축하거나 생략하며 새로운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무대와 의상, 소품 등 현대적 감각에 맞춰 새롭게 디자인하고 제작되어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했다.

특히 입체 회전무대는 유지하되 무대 상부 장치를 새롭게 디자인했다. LED 패널을 이용한 다채로운 영상의 콜라보를 통해 빠른 전환과 극적 긴장감을 스피드하게 전환했다. 포스터는 이만희 화백의 오리지널 유화의 이미지를 활용하고 타이틀 로고 또한 ‘명성황후체’로 변화를 꾀해 본질에 충실하면서도 동시대적인 창의성과 글로벌 이미지를 접목해 25주년에 걸맞은 의미를 더했다.

의상은 그동안 드라마, 영화 등에서 왕성하게 활약한 정경희 디자이너가 새롭게 디자인하여 고품격과 현대적인 감각을 더했다. 무엇보다 크게 바뀐 부분은 기존 호주의 피터케이시(Peter Casey)에서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개, 폐회식 음악감독을 역임했고 국립극장 여우락 페스티벌 예술감독과 영화와 다양한 음반 활동으로 익숙한 양방언 씨가 새롭게 편곡자로 합류해 전체 오케스트레이션과 리프라이즈 등 김희갑 작곡, 원곡의 특성과 정서를 충분히 살리면서도 가야금이나 대금 등의 악기를 추가하여 더 한국적이고 동시대적인 음악적 색깔을 풍성하게 가미하여 완성했다. 특히 1막의 무과급제 넘버가 2막에서 세자의 솔로로 리프라이즈 되어 솔로곡으로 추가된 것은 여러모로 유의미한 구성이었고 세자의 역할구축에 큰 힘이 되었다.

배우들의 작품에 임하는 태도는 시기가 시기인지라 참으로 애틋하고 남달랐다. 어쩌면 단 3회의 프리뷰 공연으로 끝날지도 모른다는 절박함과 아쉬움, 그리고 이렇게라도 공연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감사함이 뒤섞여 모든 장면이 소중하고 귀한 쓰임들을 정성과 신명을 다해 내 뿜어 내었다.

타이틀 롤을 맡은 명성황후 역의 배우 신영숙은 1999년 명성황후의 손탁 역으로 데뷔했다. 언젠가는 꼭 명성황후 역을 맡는 날을 다짐하며, 늘 꿈꾸고 기다리며 준비했었고, 2015년 시즌 명성황후 역을 맡아 호평을 받은 바 있다. 근 16년간 도전하며 꿈을 이루어내 모두의 찬사를 한 몸에 받았었다. 신영숙은 이번 25주년에 다시 명성황후 역을 맡아 혼신을 다했다. 철저하게 계산된 호흡과 연기로 무대를 누비고 때로는 섬세하고 때로는 강렬한 뮤지컬 넘버로 그야말로 극장을 감동의 탄식으로 가득 채우게 했다. 무엇보다도 어린 세자와 애틋하고 따뜻한 모성애가 물씬 넘치는 장면에서 황후의 자태와 뮤지컬 넘버는 모성애가 물씬 묻어 날 뿐 아니라 고고한 품격을 유지하며 공연만의 아름다운 진면목을 다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특히, 세자를 대하는 인자하고 자애로운 어머니로서의 앞모습과 뒤로는 외세와 열강 사이에서 나라를 지키려는 강인하고 영민한 의지를 자아낸 국모로서의 기품을 느낄 수 있게 표현해내는 뒷모습, 한 몸으로 두 가지 같은 듯 다른 연기적 표현에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또한, 그동안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연기적 스펙트럼이 누구보다 넓다고 인정되는 강필석이 연기하는 고종 또한, 거부할 수 없는 아버지 대원군과 명성황후, 그리고 외세의 침략과 국제정세에서 나라를 지키기 위한 상황 속에서, 고뇌하는 성군과 남편으로서, 때로는 아버지로서의, 심리적 상황들과 연계되어 섬세하고 감성적이면서, 때로는 단호하게, 우유부단할 수밖에 없는 상태를 너무나 안정적이고 호소력 있게 연기했다.

이번 시즌 미우라 역에 캐스팅된 최민철의 성장과 압도적인 아우라에 깜짝 놀랐다. 최민철은 뮤지컬 ‘명성황후’에서 처음 시작할 때 외국공사부터 시작했으나 그동안 다양한 작품에서 꾸준하게 작업하며 연기력과 가창력을 인정받아 왔지만, 이번에 미우라 역을 맡으며 그 존재감을 확연히 구축하며 놀랄 만큼 무대를 압도했다. 또한, 뮤지컬 ‘명성황후’에서 1998년부터 2016년 시즌까지 앙상블부터 시작해 서양공사, 이토 히로부미, 미우라, 홍계훈에 이어 이번 시즌에서는 대원군 역할까지 각양각색의 연기를 혼자서 해 낸 서범석의 열연 또한 놀랍고도 대단하다. 차후에는 일인 모노 뮤지컬 ‘명성황후’도 해낼 수 있을 듯하다.

메인 배우부터 시작해 주, 조역 배우들, 앙상블 배우들, 세자와 어린 배우들까지 하나같이 의기투합하고 무대를 소중하고 귀하게 여기는 태도와 무대를 지켜보며 참으로 감사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가눌 수 없었다. 얼마 전에 뮤지컬협회와 프로듀서협회, 뮤지컬 제작자협회와 스탭들, 배우들을 비롯해 뮤지컬계 종사자들이 함께 모여 극장 객석의 효율적인 운영방안을 요청하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동반자 외 거리두기 적용을 촉구하며 일행끼리는 붙어 앉아서 공연 볼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부디, 철저한 방역과 알맞은 제반 준비를 하고 있는 업계의 요구 사항이 반영되어 뮤지컬 ‘명성황후’가 2월부터 계속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사진제공_(주)에이콤

유희성 칼럼니스트  he2s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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