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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성의 The Stage 164]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작품의 요소요소에서 반드시, 필요한 대동맥 형성
  • 유희성 칼럼니스트
  • 승인 2020.11.2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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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_사랑과 살인편’은 2012년 10월부터 11월까지 미국 하트퍼드에 위치한 Hartford Stage에서 초연했다. 이후 2013년 3월 캘리포니아 글로브 극장을 거쳐, 2013년 11월 브로드웨이 Walter Kerr Theatre에서 정식으로 막을 올렸다. 이후 2016년 1월까지 성공적으로 공연되었다. 이후 2015년과 2017년 미국 투어 공연을 진행한 뒤 2018년 11월 한국 대학로 홍익대 아트센터에서 한국 초연 이후 이례적인 흥행기록을 남겼다. 2020년 11월, 2년 만에 홍익대 아트센터에서 앙코르 무대로 다시 돌아왔다.

작품은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오픈과 함께 이듬해 토니어워즈, 드라마데스크어워즈, 그래미어워즈, 외부비평가상 등 2014년 브로드웨이 4대 뮤지컬어워즈 작품상 등 BEST MUSICAL 그랜드슬램 달성과 함께 이미 작품성과 대중성을 널리 인정받았다. 극은 1900년대 런던, 낮은 신분과 직장도 없이 살아가던 ‘몬티 나바로’가 어머니의 장례식을 치르고 돌아온 날, 자신의 출생 비밀을 알고 있다는 ‘미스 슁글’을 손님으로 맞게 되면서 자신이 고귀한 ‘다이스퀴스’ 가문의 여덟 번째 후계자라는 믿기지 않은 사실을 알게 된다.

그날 이후 ‘몬티 나바로’는 ‘지렁이도 두 발로 직립보행 하는 날이 오고야 말리라’라는 자신을 다독이는 위안의 말을 상기하고 드디어 후계자로의 길로 한 걸음씩 걸어가려 한다. 그런데 정작 후계자가 되려면 자신보다 높은 후계자 순위로 정해진 앞의 6명의 후계자가 죽어야만 한다. 설상가상으로 사랑하는 연인도 다른 남자에게 빼앗기게 될 처지에 놓인 ‘몬티 나바로’는 사랑과 명예 모두를 되찾기 위해 기상천외한 방법을 선택하게 되는데... 과연, ‘몬티 나바로’는 하루아침에 마치 ‘신데렐라’처럼 깜짝 신분 상승해 ‘다이스 퀴스’ 가문의 백작이 될 수 있을까?

코로나19로 어느 때보다도 지치고 힘든 시기를 살아내고 있는 작금의 많은 이에게 인생의 솔직한 욕망과 허망한 삶에 대한 통찰뿐 아니라, 웃음을 잃어버린 시간을 다시 예전으로 되돌릴 수 있게 한다. 본 공연을 향유하는 시간만이라도 그동안 우리가 누렸던 코로나 이전의 시간으로 순간 이동하듯 거짓말처럼 예전으로 되돌릴 수 있게 한다.

작품은 참으로 유쾌하고 통쾌한 웃음의 코드를 장착하고 요소요소에서 사정없이 또는 뜬금없이 적재적소에 발사한다. 기발한 유머의 위트와 거침없고 재치 있는 배우들의 명연기와 시원시원한 가창은 몇 날 며칠 먹구름에 우울한 날들이 일순간에 맑고 화창한 봄날과 같은 상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마치 마법처럼 한순간에 확 변하는 것을 체험하게 하는 믿기지 않는 매력을 발산한다. 그렇게 우울하고 꽉 막혔던 숨통이 일순간에 통쾌하게 뒤집히고 마치 시원한 청량 수를 들이켜는 것 같은. 코로나 시대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안성맞춤 뮤지컬로 다시 돌아왔다.

이러한 작품을 완성한 미덕은 작품과 합이 잘 맞는 극장과 창작자와 스태프 구성, 그리고 역할을 완벽하게 구현해 낸 찰떡 캐스팅 등 한국 프러덕션의 내공 있는 제작 방식이다. 작품의 소재는, 처음에는 남의 얘기 같았지만, 동시대 어디에서도 가능할 것 같은 인간의 욕망과 행동을 보여준다. 거기에 풍자와 해학을 곁들인 유머 코드까지 잘 녹여낸 번역(김수빈)이 가미된 Robert L.Freeman의 텍스트와 기막히게 어우러진 Steven Lutvak의 작곡, 더불어 음악감독 (양주인)의 지휘 아래 연주하면서 연기하며 마치 신기 들린 것 같은 완벽한 하모니의 연주 팀들, 무엇보다도 극장을 잘 활용한 무대디자인(오필영)과 오리지널 프로덕션보다 훨씬 더 효율적으로 공을 들였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기술과 예술이 결합한 작품의 스타일을 세련되게 리드하며, 탁월한 3D 영상효과를 선택해 깜짝 놀랄 마법처럼 일순간에 구현해 낸 독보적인 영상디자인(조수현)과 그 영상효과를 극대화한 절제된 조명(이우형)에 주목하게 된다. 아름답고 품격있는 의상을 구현해 낸 의상디자인(안현주) 등 한국 프로덕션만의 너무나도 세련되고 효과적인 무대 미장센을 구축해 냈다.

금상첨화로 배우들의 열연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몬티 나바로 역 배우 박은태는 역할에 맞는 음악적 해석으로 이번에도 타의 추종을 불허케 하며 매 순간 캐릭터와 완전히 일체화되어 작품의 중심을 확실히 잡아 주었다. 다이스퀴스 역의 이규형은 이 한 작품만으로도 변신의 귀재라 할 정도로 일순간 수많은 캐릭터를 완벽하게 구현해 냈다. 자칫 힘이 들어가거나 과장될 수 있는 연기의 경계를 기막히게 조절하며 능수능란하게 변신하여, 팔색조의 매력을 맘껏 드러낸 그 자체로도 작품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거기에 음악적인 안정감과 더불어 매력적인 자태를 맘껏 드러내 결코 인정할 수밖에 없는 시벨라 홀워드 임혜영의 변신 또한 시종 눈길을 끌고 오랫동안 여운을 남긴다. 무척 오랜만에 무대로 돌아와 우아하고 안정적인 이전의 매력을 훨씬 업그레이 된 피비 다이스퀴스로 우뚝 선 배우 김아선의 귀환 또한 작품의 품격을 살리는데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미스 마리에타 슁글의 작은 체구에서 뿜어낸 큰 에너지의 아우라뿐 아니라 단지 6명의 앙상블(장예원, 윤나리, 윤지인, 윤정열, 박세훈, 지원선)은 이 작품의 완성도에 빠져서는 절대 안 되는 엄청난 활약을 해냈다. 마치 일당백처럼 6명이 600명 이상의 몫을 해내며 작품의 요소요소에서 반드시, 필요한 대동맥을 형성해냈다.


사진제공_쇼노트

유희성 칼럼니스트  he2s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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