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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연극 ‘아들’, 언제든 다시 마주할 수 있는 우울11월 22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

연극 ‘아들’의 주인공인 니콜라는 남들과 좀 다르게 보인다.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니콜라의 방황을 보며 아버지 피에르나 엄마 안느, 심지어 의사까지 이야기한다. ‘많은 사람이 겪는, 지나가는 일’이라고. 그럴지도 모른다.

그 ‘누구나’에 해당할지도 모르는 관객들은 공연을 보는 내내 본인의 가정사나 상처를 대입해 보느라 원하지 않은 ‘과몰입’을 해버리기도 한다. 그리고 펑펑 눈물을 쏟는다. ‘지나가 버린’ 상처를 다시 헤집기 때문이다.

니콜라의 부모인 피에르와 안느는 이혼가정이다. 피에르는 소피아와 새로운 가정을 꾸려 아들 샤샤를 낳았다. ‘가정의 붕괴’는 니콜라에게 큰 상처를 주었다. 니콜라는 3개월간 학교를 나가지 않고 거리를 배회한다. 니콜라의 상태를 감당할 수 없었던 안느는 피에르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니콜라는 피에르에게 그의 새로운 집에서 지내기를 요구한다.

피에르는 새로운 가정을 꾸렸지만 전 가족에게 꽤 상냥한 아빠로 비친다고 보였다. 피에르가 니콜라에게 요구하는 것은 보통 사람이라면 일반적으로 해내야 하는 일이라고 여겨지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나중에 그 요구가 힘들었다고 울부짖는 니콜라를 보며, 사회가 요구하는 ‘평범함’이라는 잣대에 나 역시 어떤 편견에 사로잡혔구나 싶은 깨달음을 얻었다. 피에르의 시선으로 보았을 때, 니콜라는 그가 어렸던 시대보다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환경적으로 여유로운 상황이라고 느낀다. 그때의 피에르와 지금의 니콜라를 비교해서는 안 됐다. 그런 갈등이 아버지와 아들이 물리적으로 충돌하게 한다.

이 연극은 직설적이다. 트릭을 주거나 뒤틀린 결말을 추리하게 만들지 않는다. 그저 우울을 지켜보게 한다. 심각한 우울증을 앓고 있는 니콜라부터 피에르, 안느, 소피아 모두 마음 한구석 ‘우울’에 병든 듯하다. 과연 이 우울은 니콜라가 옮긴 것일까? 만약 우울이 세포가 있어 배양이 가능하다면, 그 씨앗은 결코 니콜라에게서 시작된 것은 아니리라. 그저 서로를 상처를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안타까움을 자아낼 뿐이다.

비교적 이 직설적인 극에서 보이는 비현실적인 부분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극 초반 니콜라는 옷, 장난감, 책과 화분을 집어 던져 난장판을 만든다. 물리적 행패를 보이는 듯한 모습이지만 그다음 등장인물들은 아무렇지 않게 그 난장판을 피해 다닌다. 니콜라의 심리상태만 표현한다. 소피아가 등장해 이를 치운다. 니콜라의 마음속은 ‘수습’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일련의 일들은 그저 니콜라가 피에르에게 맞춰 거짓말을 좀 더 탁월하게 할 수 있게 된 것뿐이다. 거짓말을 태연하게 할 수 있게 된 니콜라는 비극적 결말 직전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부모를 설득한다. 나는 이제 아프지 않다고. 죽고 싶지 않다고.

소피아, 피에르와 함께 웃음 짓던 니콜라 속에는 우울이 불현듯 튀어나온다. 우울을 표현하는 연출이 두 번째 비현실이다. 니콜라가 우울에 ‘잠식’되는 것처럼 감정이 심화되는 순간 물속에 빠진 듯한 소리가 난다. 끝없는 심해 속으로 가라앉는 듯한 조명과 효과음은 단순명료하지만 명확하게 그의 우울감의 깊이를 가늠케 한다.

그리고 에필로그에서 피에르는 니콜라의 환상을 본다. 비극 속 총소리와 앞선 우울이 거짓이었던 듯 ‘꼬마 햇살’처럼 나타나는 니콜라는 피에르의 염원 그 자체로 보인다. 하지만 동시에 피에르의 오만으로 보인다. 니콜라는 그의 꿈이었던 작가를 겸직으로 하게 됐으며, 그렇게 적은 글마저도 니콜라의 우울을 극복한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죽음이 기다리리라’라는 이름의 책이다. 그리고 샤샤를 예뻐하는 모습으로 환상은 끝난다. 소피아의 품에 안겨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그는 용서하기가 쉽지 않다.

니콜라는 극 내내 이야기한다. ‘모르겠어.’ 정말로 그렇다. 마음속 기분은 언어로 표현하기 힘들다. 특히나 부정적인 기분은 더더욱. 그 기분을 입 밖에 내는 순간 후회하게 될 것이며 그마저도 정답은 아닐 것이다. 이 모든 게 ‘아빠 잘못’이라고 말한 니콜라처럼. 이런 상처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니다. 헤집으면 언제나 다시 드러날 수 있게 묻어둔 것뿐이다. 우리는 이 알 수 없는 감정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며, 그런 혼란을 겪고 있는 사람의 주변인이 된다면 그를 올바른 길을 향해 갈 수 있도록 어느 방향을 제시해야 할지 끊임없이 생각하고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 극작가 ‘플로리앙 젤레르’의 ‘가족 3부작’ 중 마지막 작품으로 호평을 받은 연극 ‘아들’은 이석준, 이주승, 강승호, 정수영, 양서빈, 송영숙, 안현호가 출연하며 오는 11월 22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공연된다.


사진제공_연극열전

윤현지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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