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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뮤지컬 배우 나현우 “베르테르의 절절한 사랑을 드릴께요”누군가의 성장을 응원한다는 것

 

“연기할 때 가장 열정이 넘친다. 선하고 꽤 정의로운 편이다.” 자신을 소개할 때 얼마나 진심일 수 있을까. 이미 방송을 통해 앙상블로서 무대에 오르는 애환을 공개했던 나현우는 진실한 사랑을 연기하는 이 순간만큼은 자신의 이야기를 진실로 털어놓고자 했다.

배우 나현우는 올해 20주년을 맞은 뮤지컬 ‘베르테르’에서 순수하고 뜨거운 열정을 가진 베르테르 역을 맡았다. 롯데와의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는 역으로 무대 위 첫 주인공이 됐다. 뮤지컬 배우 오디션 프로그램 ‘더블 캐스팅’에서 1위를 차지하며 공개적으로 인정받고 기회를 얻어낸 차세대 뮤지컬 스타다. 그만큼 이번 작품에서 신선한 활력을 줄 거라 기대를 모으고 있다.

2014년 연극 ‘햄릿, 여자의 아들’로 데뷔한 후 4~5년 전부터 뮤지컬을 시작했다. ‘나폴레옹’, ‘드라큘라’ 등 굵직한 작품에 출연했지만, 목소리를 들려주기엔 현실의 벽은 높고 두터웠다. 각종 행사장에서 철물을 나르고 조명기를 달면서도 마음에는 호랑이가 살고 있었다. 잘되리라!

어린 시절에는 배우 성룡과 권상우를 보며 액션 배우를 꿈꿨다. 너무 좋아서 안 본 작품이 없을 정도라 어머니는 “배우나 영화감독을 했으면 좋겠다”라고 응원했다. 어린 시절부터 영화관에 데려다 달라는 아들에게 ‘배우’를 꿈꾸게 해준 사람도 어머니다. 가족의 응원에 힘입어 아크로바틱, 태권도 등으로 몸 쓰는 걸 익혔다. 그는 건강한 육신만큼 따뜻한 마음도 잊지 않았다. “유기견을 보면 못 지나쳐 봉사를 다니고 길에서 할머니가 뭘 팔고 계시면 사기도 한다. 잘될수록 나누려는 마음이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동물을 좋아한다.”라며 곧은 성품을 드러냈다.

우승 후 가장 행복한 건 사실…

뮤지컬 ‘드라큘라’ 앙상블 당시 ‘더블 캐스팅’ 런칭 소식은 그들 사이에 뜨거운 감자였다. “서로 예선 영상을 찍어주며 프로그램을 준비했는데 거짓말처럼 1등을 했다. 살면서 1등 해본 적이 없으니 부끄럽다. 경연 당시에 1위를 바라면 욕심만 생길 것 같았다.”

그가 방송을 통해 이루고자 했던 것은 1위라는 타이틀도 엄청난 유명세도 아니었다. 무대 위에서 한 번이라도 자기 목소리를 내보는 것. 연기할 배역을 맡고 싶다는 바람이었다. 배우로서 역할에 푹 빠져 진하게 연기하는 것. 배우라면 누구나 원하는 같은 마음의 것. 모두 갈망하기에 어려운 그것 말이다. 그러면서도 베르테르’ 주인공 역은 상상하지 못했다. CJ ENM 작품 중 ‘킹키부츠’, ‘서편제’의 동호 역을 추측은 해볼 정도였다.

심사위원과 시청자에게 눈도장을 찍으며 배우 자질을 인정받은 그는 1위 이후 직접 소속사를 찾았다. 평소 롤모델이었던 배우 조정석이 속한 곳이다. 소속사 관계자는 “1등을 한 상황에서 먼저 회사를 찾아왔기에 깜짝 놀랐다. 먼저 찾아왔다는 자체가 대단한 용기다. 그런 부분을 좋게 봤다.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열심히 하겠다는 마음가짐이 단단했다.”라며 함께 하게 된 계기를 말했다. 그는 “어디서든 조정석 이야기를 많이 한다. 만나보니 더 좋다.”라며 팬심을 드러내고 조정석이 출연한 작품의 인상적인 장면을 떠올리기도 했다.

방송 출연 이후 간혹 알아보는 팬들도 생겼다. 가장 달라진 점은 집안에서 종교가 됐다. “집에 가는 날이면 가족이 전부 모이고 음식을 거하게 해주신다. 어머니, 누나, 아버지가 기뻐하면서 ‘장하다’, ‘신기하다’, ‘조심해라’ 등 말해주신다.”라며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을 응원해줬던 가족에게 감사를 표했다. 4개월의 여정으로 못 만났던 친구들도 만나고 가장 큰 취미인 복싱, 강아지 산책도 마음껏 누렸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렇게 이야기하면 웃길 수 있는데 연습실에서 노래하는 게 제일 재밌다. 너무 행복하다.”라며 진짜 행복한 듯 힘껏 눈웃음을 지었다.

베르테르를 연기하는 지금, 어느 때보다 진실하고 싶다.

대극장 무대를 준비하면서 달라진 게 있다면 호흡이다. “장점으로는 같은 배역의 베테랑 배우들을 모니터할 수 있으니 잘하려는 마음이 커진다. 긴 호흡으로 장면을 이어가는 건 집중력이 필요하다. 막상 그 상황에 놓이니 어렵더라. 이럴 땐 연습만이 살길이라 일찍 나와서 혼자 연습한다.”

인생에서 무엇이든 헛된 경험은 없다. 앙상블로서 무대에 임했던 과정은 어떤 것이든 시너지를 줄 것이다. 그는 “앙상블 때 제 마음이 어땠는지 너무 잘 알고 있다. 주연 배우의 노래와 연기를 계속 꿈꿨다. 저와 연습실에 있는 배우들이 어떤 마음으로 저를 바라볼지 너무 잘 알고 그것만으로도 계속 채찍질할 수 있다. 간절히 바랐던 일인데 도저히 게으르게 할 수 없다. 자격에 맞는 노력은 필히 해야 된다.”라고 성숙한 마음을 전했다.

이번 시즌은 2015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연출과 배우 엄기준이 그에게 가장 많이 전한 이야기는 ‘슬픔’만이 이 작품을 나타내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나현우는 ‘더블 캐스팅’ 결승전을 준비하면서 베르테르 소설도 읽었지만, 베르테르에 대해 막연히 좀 슬프고 우울증을 겪는 여린 인물로만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생각이 뒤집혔다. “베르테르는 ‘절절한 사랑을 느끼게 하는 남자’ 그런 사랑이 존재하는 사람이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아픔일 뿐 슬픔이 아니더라. 그것이 우울함으로 표현되지 않길 바란다.”

나현우는 개인적인 연애 이야기에 “격정적인 사랑을 해보진 않았다. 과거에 당연히 아픔은 공존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처음에는 공감하지 못했지만, 인물과 친해지려고 노력하니 저절로 아픔이 많이 느껴졌다. 지금은 많이 젖어있어서 어디를 봐도 시선이 달라졌음을 느낀다.”라고 전했다. 그가 말하는 달라진 시선은 “옛날 같으면 이렇게까지 진실하게 이야기하지 못했다. 무엇이든 본질을 보려고 하고 내가 왜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등 진짜의 말을 꺼내려고 노력한다.”라고 진심을 표했다.

누구보다 먼저 연습실에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고 있지만, 나만의 베르테르는 2% 완성됐다고 전했다. “제가 바라보는 인물이 너무 뚜렷해서 겸손한 생각만 든다. 연습할 때 고비가 있다면 잘 풀리는 장면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베르테르다. 모두가 격정으로 오르는 감성이 있는데 누가 얼마나 다루며 사는 것인지 이야기한다.”라며 작품을 평했다.

이어 좋아하는 장면과 넘버도 꼽았다. “엔딩에서 ‘금단의 꽃’이 나오고 시가 읊어지는데 눈물이 난다. 베르테르의 뜨거움이 정리되고 미소 지을 수 있는 고요한 마음이 느껴져서 좋아한다. 제 생각에는 작품이 계몽주의 시대에서 아름다운 자연과 본질에 가까운 사랑을 다루고자 한다. 저도 연기를 대함에 있어서 본질에 가까워지려고 하니 오로지 롯데만 생각하게 된다.”라며 털어놨다. 그러면서 “롯데에게 베르테르는 친구다. 베르테르 입장에서 롯데를 바라보면 미울 수 있는데 롯데는 절대 뭘 한 게 없다. 그렇게 생각하면 밉지 않다. 이지혜 누나는 제가 힘들어할 때 자신의 경험을 항상 말해준다. 말을 보태기보다 든든하게 기다려줬다.”라고 상대역에 대한 믿음도 보였다.

극 중 알베르트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이성으로 통제하는 유일한 존재다. “소설에서 베르테르가 ‘알베르트는 너무 멋진 사람이고 나보다 나은 사람일 수 있지만, 그가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라는 글이 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결혼으로 귀속이 된 여자이니 그가 너무 싫다. 연기하면서도 미움이 있다.”라면서도 “롯데에게 제가 더 잘해 줄 수 있는 부분을 분명하게 말할 수는 없다. 알베르토가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그래도 좋아하는 마음을 양으로 따졌을 때 같다고 생각한다.”라며 롯데에 대한 사랑의 여운을 남겼다.

배우 나현우는 연기하는 순간을 기대하며 관객에게 당부했다. “응원해주고 기대해주는 마음이 뭔지 잘 안다. 지그시 바라봐주셨으면 좋겠다. 잘할 수 있다고 못 하지만, 마음은 닿게 해드릴 수 있다. 제도적인 시선을 내려놓고 뜨겁고 절절한 사랑만을 모두가 느꼈으면 좋겠다. 자유로운 시선을 가진 인물의 마음이 그 시대엔 특별했다. 기독교적인 시대에 자살은 특히 더 큰 충격인데 거기까지 도달하는 베르테르의 마음과 사랑이 너무 거대하다. 작품에서 말하는 것은 무엇보다 사랑이다.”라며 무대 위 나현우를 기대하게 했다.

배우로서 베르테르가 되어 관객에게 절절한 사랑을 전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관객은 자신이 롯데가 되어 한 사람이 주는 목숨보다 더한 사랑을 받아봐도 좋을 듯하다. 해바라기가 가득한 낙원 같은 발하임, 그곳의 풍경과 바람까지 관객 몫이다.

마지막으로 배우 나현우는 “‘더블 캐스팅’ 이후 좋은 일이 생기면서 열심히 하면 된다는 것을 느꼈다. “무대, 매체 등 다양한 곳을 아우르는 배우가 되고 싶다. 제가 엄청 재밌는 사람은 아니지만, 코믹한 연기도 해보고 싶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썼던 30년 후 내 모습을 보니 개그맨이었다. 남들을 즐겁게 해주고 싶다.”라며 웃음기 가득한 눈빛을 보냈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혼란에 빠진 가운데 공연계만큼 눈칫밥을 먹는 곳도 드물다. 이번 시즌은 다섯 명의 배우가 베르테르 역을 맡아 많지 않은 회차를 공유하는데 배우 나현우에게 이번 작품 이후 어떤 변화를 기대하는지 물었다. 그는 “첫 공 이후에는 공연장을 더 상기할 수 있다. 아쉬운 점도 있겠지만, 잘 해낸다면 다음 시즌에 더 많은 회차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지금 가장 큰 욕심을 내는 것이 있다면 그것뿐이다.”라고 희망했다.

뮤지컬 ‘베르테르’는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원작으로 한다. 2000년 초연 이후 20년간 꾸준하게 사랑받아 온 창작 뮤지컬이다. 바이올린, 첼로, 비올라 등 현악기 중심으로 편성된 실내악 오케스트라와 ‘베르테르’, ‘롯데’, ‘알베르트’의 사랑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한 폭의 수채화 같은 무대와 은유적인 연출이 작품의 서정적인 감성을 더욱 진하게 전달한다.

뮤지컬 ‘베르테르’는 배우 엄기준, 카이, 유연석, 규현, 나현우, 김예원, 이지혜를 비롯해 이상현, 박은석, 김현숙, 최나래, 송유택, 임준혁 등이 출연한다. 조광화 연출, 구소영 협력 연출 겸 음악감독, 노지현 안무가 등 국내 최고의 창작진이 뭉쳐 20주년 기념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2020년 9월 1일부터 11월 1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된다.

 

박민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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