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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데뷔작으로 돌아온 노력형 배우 최재림의 자신감…뮤지컬 ‘렌트’따뜻하고 능글맞은 내 모습과 닮은 콜린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최재림도 그렇다. 그가 잘생겨 보이면 이미 늪에 빠진 거라는 우스갯말이 있다. “주량을 물어보셔도 됩니다.” 긴장을 풀어주는 한마디로 상대를 무장해제 시키며 웃음이 절로 나오는 분위기를 주도한다. 그의 말솜씨에서 배려를 느꼈다면 따뜻한 세상을 위해 재림한 것 아닐까 오버(?)스러운 기대마저 든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꿈꾸는 유토피아는 함께 모여 사는 세상이다.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아끼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삶. 그는 군인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어린 시절을 미국에서 보냈다. 맨땅에 헤딩으로 험하게 영어를 배웠다는 그에게 국적이 미국이냐는 질문이 이어질 만큼 이국적인 ‘자유’와 ‘쿨’함이 존재한다.

입버릇처럼 쏟아지는 자신감도 그를 자유로운 영혼으로 보이는데 한몫한다. “데뷔 때부터 자신감이 있었다. 스스로 숨길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제가 가진 능력을 잘 파악하고 있으니까 충분히 해낼 수 있어서 도전하는 것도 있다. 운이 좋아서 결과는 잘 풀렸는데 노력을 많이 했다. 노래 공부를 열심히 했고 배우가 되어서도 대학원에서 연기 공부를 했다. 작품선택도 신중했고 역할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랬기에 본인과 잘 맞는 역을 골랐다, 소화했다는 말을 들었다.”라며 “자신감이 있는 사람은 자부심을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저는 겸손함도 가지고 있다.”라며 웃었다.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그는 배우로서 11년 차가 되면서 잘 풀린 케이스라는 평을 얻었지만 노력 없이 이룬 순간은 없다.

뮤지컬 배우 최재림은 2009년 ‘렌트’로 데뷔해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 ‘노트르담 드 파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등 다양한 작품에 참여했다. 2019년 ‘제 3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는 ‘마틸다’의 미스 트런치불 역으로 남우주연상을 받기도 했다. 팝페라, 재즈 그리고 클래식 오페라 넘버와 가곡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넘나들더니 최근에는 ‘복면가왕’에 출연해 뮤지컬 남자 배우 최초 가왕 자리에 올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는 무대에 서는 원동력에 대해 “뮤지컬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똑같은 마음으로 여러 명이 함께하는 작업이다. 내가 생각하지 못한 것을 건드려주는 작업이라 안 질리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여장도 하고 스승도 팔아넘겼다가 유령, 강도도 한 것 같다.”라며 사랑해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데뷔작을 다시 맡게 된 소감에 대해 “개인적으로 콜린을 얼마나 성숙하게 재해석할 수 있을지 두려움도 있었고 배우들의 시너지를 기대하기도 했다.”라며 “한번 입었던 옷이기 때문에 익숙함에서 오는 자유로움이 있고 처음 하는 배우에게서 오는 신선함이 있다.”라고 평했다. 이어 ‘렌트’가 가진 의미에 대해 “데뷔했을 때 못 봤던 게 보이더라. 극 자체가 주는 강렬함은 남아있는데 개개인이 치열하게 살고 있음을 느꼈다. 연출의 말을 빌리자면 각자의 ‘똥통’ 안에서 치열하게 살고 있다더라. 개인의 마음을 동요시키는 게 ‘렌트’에 있다.”라고 전했다.

그런데도 시대착오적인 공감을 강요하진 않겠냔 우려도 있다. 그는 “극 중 소재가 동성애, 에이즈, 죽음이다. 원작 오페라에서는 결핵으로 인한 죽음이었지만, 세상이 변해서 에이즈로 대체된 거다. 지금은 코로나로 대입시키는 거다. 이해하기 어려웠던 소재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개인의 삶의 아픔과 고민, 현재 전 세계 상황에 이입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겨내서 살아가려는 목표가 공감될 수 있고 힘을 낼 수 있다.”라며 시대는 변해도 극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가치는 살아있음을 실감케 했다.

그가 연기하는 콜린은 자신을 조건 없이 사랑해준 엔젤의 삶의 방식을 남은 이에게 전파한다. 폭주하는 청춘들의 중심에서 그의 역할은 뭘까. “콜린을 바라보는 시선이 입체적으로 변했다. 외형적 분위기보다 내면에 가지고 있는 게 무얼까 고민했고 엔젤과의 관계가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의문점에 집중했다.”라며 “콜린은 엔젤이 조건 없이 준 사랑을 유산처럼 이어받는다. 콜린이 떠난 시기가 로저에게 힘든 시기였다는 미안함을 갚기 위한 노력도 있다. 베니와 틀어진 관계의 짧은 지점도 짚고 넘어가려고도 노력했다.”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콜린이 추구하는 행복은 뭘까. 그는 “콜린의 철학으로 모두가 행복해지려면 가난한 예술가, 노숙자들을 위해 사회 경제를 무너뜨리는 게 아니라 산타페에서 레스토랑을 여는 것이다.”라며 사랑과 행복은 거창한 무언가가 아님을 이야기했다. 이어 오디션을 회상하며 “로저를 잘할 자신이 있었는데 콜린은 내가 제일 잘할 수 있을 거다.”며 자신감의 미소를 보였다.

일상에서의 최재림이 전파하는 사랑은 어떤 형태일까. 그는 “사람들을 웃기고 있다. 모든 배우가 상기된 기분으로 무대에 오를 수 있게 즐거운 에너지를 나누고 있다. 개인의 삶으로는 사람들이 쉴 수 있는 열린 공간을 제공한다. 혹은 같이 일하고 있는 사람들끼리 서로 바쁠 때 운전해주고 옆에서 매니저 역할도 한다. 이야기 들어주고 토론하고 의견 내주고 좋은 피드백을 주고받는 것, 제가 할 수 있는 능력 안에서 필요한 사람에게 기꺼이 나눠주고 도움을 요청할 때 마다하지 않는 것.”이라고 나열했다.

그러면서도 “정서적으로는 공감되는 인물은 마크다. 본인의 감정을 비켜놓고 카메라에 숨어 관찰만 한다. 극 중에서 ‘이 중에 살아남는 건 나 하나일 테니까’ 카메라 뒤에 숨어있다고 말한다. 저는 정서적 공감이 떨어진다. 주변 사람의 아픔과 행복을 논리적으로 이해하고 상황은 인지하고 받아들이는데 같이 슬퍼하고 행복해하고 아파하지 못한다.”라며 고충을 털어놨다. “배우들 개인이 가진 그리움, 아픔, 추억, 남아있는 사람에 대한 애증 등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눴다. 저는 집에서 쓰러지신 뒤 치매가 와서 요양원에서 돌아가신 할머니 이야기를 했다. 이제 무대에서 잘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데 살아생전 못 보고 가신 것에 대한 감정을 나누려고 했는데 눈물이 안 나더라. 아이비가 ‘기계지?’라고 농담을 했다.”라며 “감정의 기복이 크지 않다. 기쁜 일이나 안 좋은 일을 물어보면 이야기하지만 대부분 대수롭지 않게 넘어간다. 차가운 도시 남자 스타일(웃음)”이라고 덧붙였다.

그런 최재림이 극 중 가장 연민을 느끼는 캐릭터는 베니다. 그는 “사회생활 해본 사람이면 공감할 거다. 예술을 하는 친구를 위해 공짜로 건물을 내어주고 종합 아트 스튜디오를 만들어서 같이 작업하자고 제안도 해준다. 마크와 로저는 하는 것도 없는데 뭐가 고깝다고 돈도 안 내고 그냥 싫어한다.”며 현실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른 배역으로는 “예술계통으로서는 로저가 치열하다. 뚜렷한 확신이 없는 한 곡을 쓰기 위해 얼마 남지 않은 삶 안에서 매달리고 고통스럽게 스스로 몰아 붙이고 사람을 거부하는 것이 배우로서 연민이 간다.”라고 공감했다.

엔젤 역을 맡은 배우 김호영과 김지휘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김호영은 이번에 4번째다. 김지휘는 배우 스스로 처음 하는 도전이다. 본인의 엔젤을 만들어놓은 배우와 연기하는 것과 자기도 모르는 부분을 발견하고 새로운 엔젤을 탄생시키는 배우의 느낌은 다르다. 호영은 확실히 편하다. 엔젤로서 콜린을 어떻게 대해야 하고 표현해야 하는지 이미 알고 있다. 지휘는 나도 엔젤과 같이 호흡하고 어떻게 행동할까, 엔젤과 콜린의 관계는 어떤 건지 연기하는 재미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최재림은 인터뷰 중 겸손한 발언도 이어갔다. 그는 “장지후 배우가 가진 성격과 피지컬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좋고 수하, 아이비 등 젊은 피의 에너지가 있다. 나도 몇 년 안 흐른 것 같은데 왜 없지”라며 멋쩍은 웃음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콜린과 닮은 부분에 대해 “사랑할 때면 지고지순하고 상대에게 집중하는 면이 있다. 굉장히 냉철하고 지적이고 논리적이고 무던한 성격이다. 콜린은 감싸주고 아우르는 따뜻한 역이다. 제가 따뜻한 사람이다. 능글능글한 부분도 맞닿아있다. 제 뇌피셜이지만 목소리가 닮았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그는 자신의 첫인상에 대한 오해도 털어놨다. “동료들이 저를 처음 만나면 어려워한다. 나이가 가늠 안 되는 얼굴도 있지만, 인상이 무섭고 세 보이고 말 붙이기 어렵다더라. 저는 스스로 못생겼다거나 잘생겼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멋있게 생겼다고 생각한다. 생길 만큼 생겼다. 어디 가서 부끄럽지 않은 얼굴이다. 큰 키와 좋은 목소리를 주신 것에 감사하다. 스스로 부족한 게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생각이 부족한 면일 수는 있다.”면서 “농담과 장난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유쾌하고 헛소리 많이 하는데 아직도 일부러 그러는 줄 알고 의심하는 애들도 있다. 원래 이런 사람이라는 것을 어떻게 보여줄지 고민한다.”라며 편견을 깨고자 하는 노력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11년 차 배우로서 달라진 생각을 묻는 말에 “생각은 비슷하다. 처음 시작했을 때 대학원에서 연기 경험을 하고 대본 보는 눈, 극의 흐름을 보는 눈, 역할에 접근 방법 등을 배웠기에 해나갈 수 있었다. 또, 마임과 현대무용, 한국 무용, 탭 등을 배우면서 내 몸이 뭐가 취약한지 배웠다. 확실한 한계를 정해놓고 현명한 배우가 되어야 한다.”라며 자신감의 비결을 공유했다.

박민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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