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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배우 박송권, ‘희망의 아이콘’ 별명, 후배에게 물려줄 것… ②배우로서 또 다른 성장의 기회, 후회 없이 희망 가질 것

배우 박송권이 뮤지컬에서 쌓은 자양분을 후배 양성에 뿌리고 있다. 앙상블에서 이름있는 조연까지 오르며 누구보다 다사다난했던 배우 인생 17년. 그래서인지 제 발로(?) 찾아오는 후배들에게 아낌없이 자신의 감정을 공유하며 그 역시 성장 중이다. 그가 말하는 배우로서 한 단계 성장하는 법칙. 첫째 편견을 깨라. 둘째 선배를 귀찮게 하라. 세 번째 기회를 헤프닝으로 만들지 말자. 목차만 봐도 솔깃해지는 ‘개천에서 용 난’ 선배가 전하는 빛을 내는 뮤지컬 배우 되는 법을 전한다.

Q. 뮤지컬 배우가 된 계기는 무엇인가?

연극, 영화 전공이었다. 재수할 때 김경호의 ‘나를 슬프게 하는 사람들’ 노래를 듣다 눈물이 났다. 그 노래를 부르고 싶어서 한강에서 매일 불렀다. 노래를 배운 적이 없어서 발성을 똑같이 따라 했더니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 되어있더라. 신입생 환영회 때 대상 받은 이후로 음반을 내보자고 연락이 왔는데 회사는 부도가 났지만, 작곡가가 가요제가 나가자고 했다. 거절하고 군대에 갔다 오니 뮤지컬이라는 것을 많이 하더라. 졸업할 때 교수님이 ‘파우스트’ 초연에 저를 보낸 것이 인연이 되었다. 하지만 8개월 동안 영화 쪽에 문을 두드렸는데 오디션을 볼 수 없었고 생활고에 시달리면서 미래가 보이지 않더라. 당장 잘할 수 있는 게 뮤지컬이었고 인정받기 위해 전념하기 시작했다.

Q. 뮤지컬 무대에서 인정받는 과정이 쉽지 않았는데

‘바람사’에서 조연으로 자리 잡았을 때 주변에서 ‘희망의 아이콘’이라고 불렀다. 2003년에 데뷔했는데 앙상블에서 배역으로 올라가는 배우가 드물었다. 시간이 지나 배역이 되었을 때 앙상블 했던 막내라는 편견을 깨야 한다. 나와 싸워야 하고 무대 위에서는 관객과 기 싸움도 있다. 몸으로 부딪쳐서 나도 바꾸고 남도 바꿔야 하는 것이 어렵다.

Q. 편견을 깨기 위한 노하우가 있다면?

하루에 10분이라도 소리 내 대본을 읽어보고 리딩 연습을 하고 있다. 책을 매일 소리 내어 읽으면 확실히 달라진다. 배우는 말하는 사람인데도 겉으로 계속 읽는 것이 생활화되어야 오디션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Q. 앙상블로 시작한 만큼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경험담이 있다면?

뮤지컬 ‘아이다’에서 앙상블 할 때 한마디라도 하는 단역은 꼭 한다고 했다. 해보고 싶은 사람이 있냐고 물으면 무조건 손을 들었다. 마음을 표현하는 의욕과 열정을 보이는 거다. 신시컴퍼니에서 많이 배웠고 기반이 됐다. 이번에 ‘아이다’에서 커버 연습을 하는데 실제 옷을 똑같이 입고 무대에 선다. 커버 리허설을 오디션이라고 생각하고 기회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눈 부릅뜨고 덤볐으면 좋겠다. 분명히 회사에서 눈여겨보고 다음에라도 기억한다. 기회를 헤프닝으로 끝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저도 초연 때 라다메스 커버를 했는데 기회를 잡지 못해 아쉽다. 당시에 형들이 귀찮게 하라고 할 때 정말 귀찮게 했다. 포기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기 자신을 잘 알아야 한다.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 시간을 두고 지켜봤을 때 제자리면 과감하게 포기하는 것도 나쁜 방법은 아니다. 무대에서 당당해지려면 많이 서 봐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제가 옛날에 한 말은 힘들다고 아무거나 하지 말라고 했다. 저는 배고파도 참았고 지금도 그렇다. 빛을 낼 수 있는 것을 골라 해야 한다. 제가 바라는 건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아니다. 다음 작품을 할 때 지금보다는 수월했으면 좋겠다.

Q. 조언을 받았던 기억이 있나?

한때 너무 잘하고 싶어서 욕심처럼 보일 때가 있었다. 놓치지 않으려고 했던 것이 어떤 사람들 눈에는 욕심처럼 보인 거다. 제 공연에 초대받은 선배가 “깔끔하고 좋은데 머리 말고 가슴으로 연기해”라고 했다. 그 말이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어느 순간 와닿더라. 느끼고 빠져 있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을 겪고 많은 것이 바뀌었다. 어떤 작품에서는 캐릭터 이름과 노래, 대사도 있다고 해서 들어갔는데 앙상블이었던 거다. 자괴감에 빠졌고 모든 장면에 나오는데 무대에서 장난을 치고 숨으려고 했다. 그러면서 존재감이 사라지고 관객에게 욕도 먹었다. 어느 날 지인이 “오빠, 요즘 안 멋있어”라고 하더라. “미안하다”고 말한 뒤 점점 의문이 커졌고 내 안에 파고들어 내가 안 멋있는 이유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무대에서 영혼 없이 하고 있더라. 내가 열심히 하던 모습을 알던 친구라 정말 반성을 많이 했다. 내가 서 있는 한 원을 내 것으로 못 만들면 그만두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무겁게 서 있으려고 노력했다. 어느새 감정이 묵직하게 되더라. 그러면서 세 명의 여자분이 선물을 주며 사인해달라더라. 제가 보이느냐고 물으니 너무 잘 보인다고 이 작품에서 저를 처음 보게 됐다는 말이 많은 걸 느끼게 했다. 그 뒤로 함부로 무대에 서지 않는다. 배우로서 큰 도약이었다. 무대에서 저를 속이지 않는다.

Q. 후배 양성이나 연출의 꿈이 있나?

개인 레슨을 하고 있다. 저처럼 소리를 내고 싶다고 연락이 와서 가르치게 됐다. 재밌는데 위험하고 힘들다는 것도 알게 됐다. 내가 알고 있는 방법을 듣는 사람이 알아들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힘으로 소리를 내다가 공간을 열어서 소리를 좁히고 빛깔을 예쁘게 내는 법을 알려줬다. 한 학생이 동대에서 지킬 역을 얻었다고 해서 영상을 보니 잘하더라. 알려준 소리를 내는 걸 듣고 기분이 좋았다.

Q.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마지막 ‘아이다’를 보내면서 후회가 안 남았으면 좋겠다. ‘아이다’를 이번에도 못 했으면 평생 자괴감이 남았을 거다. 뮤지컬을 얼마나 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저를 침체하게 한 적도 있다. 힘든 상황으로만 받아들이지 않고 잘 해결해나가는 긍정적인 희망을 가져보고 싶다. 배우로서는 또 다른 성장의 기회다. 어느 순간 못하는 날이 와도 미련 없이 손 놓을 수 있는 정도가 아니면 못 그만둔다.

박민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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