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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 연극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땀범벅에도 뭉클한 따뜻함2020년 2월 2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

연극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 12월 5일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프레스콜을 열었다. 이날 현장은 배해선, 오용, 김아영, 오소연, 오종혁, 이형훈, 최호승, 김보정, 임진아, 전민준의 하이라이트 장면 시연과 질의응답 및 포토타임으로 진행됐다. 작품은 2009년 출간 이후 전 세계 35개국에서 천만 부 이상 판매된 동명의 스웨덴 소설을 원안으로, 지이선 작가와 김태형 연출을 비롯한 국내 창작진을 통해 재탄생된 창작연극이다.

연극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소설 속 100년의 역사 중 주요 에피소드를 압축, 5명의 배우가 60여 개의 캐릭터를 연기한다. 작가 지이선은 지난해와 차별점에 대해 “초연에서 재연을 감사하게 올릴 수 있게 됐다. 작품 안에 많은 역사적 사건과 인물이 섞였다. 초연을 수정하면서 이야기를 정확히 전달할 방법을 찾았다. 100년의 역사와 그 이후를 다룬 많은 사건이 있지만, 인간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닌 미래를 향해 전진한다는 이야기를 쉽고 정확하게 전하는 것을 노력했다.”라고 전했다.

이번 공연은 지난해 관객과 평단의 뜨거운 호응으로 다시 무대에 올랐다. 동명 소설은 100세 생일날 잠옷 차림으로 양로원을 탈출한 ‘알란’이 우연히 갱단의 돈 가방을 훔치면서 펼쳐지는 황당한 에피소드와 과거 100년 동안 의도치 않게 근현대사의 격변에 휘말리며 겪어 온 스펙타클한 모험이 교차한다.

100세 알란 역은 배우 오용과 배해선이 더블 캐스팅됐다. 최근 드라마 ‘호텔 델루나’에서 대중들에게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시킨 배해선은 “여기 나오는 역사적 실존 인물이 한 시대를 대표하거나 시대적 이데올로기를 겪었다. 인간이 마지막에 혼자 죽어가는데 오늘 죽어도 내일 죽어도 상관없는 상징적이다. 꼭 100살 생일이어서 이렇게 살기 싫다고 나온 게 아니고 양로원에서 24년 정도를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문득 이 사람을 움직이게 한 힘이 무엇일까. 젊든 나이가 많든 무기력하고 쓸모없는 존재가 되었을 때 죽음과 삶이 차이가 있겠나. 인상 깊은 대사가 많은데 ‘가자’라는 대사다. ‘일단 가. 지금은 잘했어. 가보는 거야’라고 한다. 즉흥적이고 책임감 없어 보일 수 있지만, 본인의 의지로 가보는 인간적인 면이 확장된다. 혼자 태어나서 혼자 가지만 반듯이 혼자 살 수 없다. 가슴 뭉클한 마음으로 살면 좋겠다.”라며 작품의 중심을 잡았다.

배우 오용과 배해선의 젠더프리 캐스팅에 대한 질문에 작가 지이선은 “원래는 비슷한 비율로 캐스팅했는데 구조적인 운영 때문에 젠더프리가 됐다. 이번에 잘되면 전 캐릭터의 성별을 나눠볼 기회가 있을 것이다. 연극이기에 무한한 것을 타진할 수 있다. 미래에는 젠더프리라는 말이 없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작품은 60여 개의 캘릭터가 등장하면서 다섯 명의 배우가 1인 다역을 연기한다. 한 캐릭터에 깊이 빠질 틈 없이 빠르게 전환되는 만큼 배우들의 체력싸움도 관건이다. 이날 배우들은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정신과 체력의 한계를 웃으며 호소하기도 했다. 배우 김아영은 “바쁜 스케줄에도 살이 빠지지 않는 배우로 유명한데 유일하게 이 공연으로 빠졌다. 놀라운 작품에 도전해서 즐겁다. 육체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지만, 많이 고민되고 괴로운 순간마저 보람 있다. 극 중 마지막에 ‘생일 축하한다’고 말할 때 관객에게 말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순간 행복하다. 많이 위로받고 희망을 얻길 바란다.”고 전했다.

작품이 긍정적으로 변화된 부분에 대한 질문에 배우 오소연은 “10년 넘게 열심히 활동한 배우들인데 연습하면서 스스로 자책했다. 나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힘든 시기가 있었다. 이런 구조의 작품을 처음 만났고 분장과 의상의 도움도 없이 순식간에 이름표 하나로 캐릭터를 바꿔야 하고 형상이 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다. 자각하는 순간 배우로서 바보가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고민했던 순간을 털어놨다. 이어 “자기 자신을 다잡고 다시 한번 내실을 다질 수 있어서 즐겁고, 감사하게 공연하고 있다.”며 웃었다.

열 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한 배해선의 원동력은 어디서 나올까. 배해선은 “알란이 여행을 통해 살아있는 걸 느낀다면 저는 작업을 통해 그렇다. 매번 만나는 사람도 다르니 새롭다. 쉽지 않은 작품이지만 재능 많은 배우와 함께한다. 오용과 이형훈이 연출 이상으로 중심을 지켜줬다. 엄마처럼 대사와 장면, 무대 전환 등을 챙겨줬다.”며 초연에 출연한 배우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배우들이 꼽은 작품의 매력포인트은 ‘따뜻함’이다. 배우 임진아는 “연극이 처음인데 뮤지컬과 다른 점을 못 느낄 만큼 계속 호흡이 바뀐다. 연극이라면 깊이 들어가는 줄 알았는데 캐릭터에 빠지는 것을 경계한다. 정신적으로 방심하면 실수가 나오니 초집중을 하는 것이 힘들지만 재밌고 객석이 가까워서 침이 튀고 땀이 뿌려지는데 관객이 좋아해 줘서 감사하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이어 배우 김보정은 “이 공연은 ‘나만 잘하면 돼’가 아니라 서로 전부 배려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한다. 깊이 들어가지 않으려고 해도 눈물이 흐르더라. 역사적 순간이 많으니 교육적이고 재밌고 감동적이다.”며 동료와의 애틋함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배우 오종혁은 “제일 좋은건 따뜻함이다. 공연하면서 가장 큰 수확이다.”라고 정의했다.

연극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스웨덴에서 출발해 스페인, 미국, 중국, 이란, 인도네시아, 프랑스, 북한 등 100년 동안 알란이 거쳐 간 나라들을 각국의 건배사와 전통춤을 통해 설명한다. 여기에 미국 트루먼과 존슨 대통령, 중국의 마오쩌둥, 프랑스의 드골 대통령, 북한의 김일성까지 만나며 글로벌하게 스펙터클한 인생으로 독특한 재미를 선사한다. 작품은 2010년 스웨덴 베스트셀러상, 2011년 덴마크 오디오북상, 2011년 독일 M-피오니어상, 2012년 프랑스 에스카파드상 등을 수상했으며, 2013년 동명의 영화로도 개봉되었다. 최근에는 후속작 ‘핵을 들고 도망친 101세 노인’이 출간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연극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2019년 11월 26일부터 2020년 2월 2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공연된다.

박민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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