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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 배우 김연지 “신기한 경험, 미친 듯이 연기해보고 싶다”“제2의 옥주현, 바다 되고 싶다”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이다. 2006년 씨야의 메인보컬로 데뷔한 가수 김연지가 뮤지컬 배우로 나섰다. 비교적 뒤늦은 행보에 기대하는 시선이 희망적이다. 누가 제2의 옥주현과 바다로 성장할지 궁금해하는 이들에겐 눈여겨볼 대상이 되기도 한다. 김연지는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에서 사회 부조리에 관심을 두고 혁명을 선도하는 허구의 인물 마그리드 아르노 역으로 호평받고 있다. 인지도만으로 살아남기엔 냉정한 이곳에 차지연과 윤공주가 지나간 역할에 도전했다는 것만으로도 박수를 보낸다. 김연지는 “우리는 다른 사람을 내가 생각한 대로 보지만 그 모습이 전부가 아닐 때가 훨씬 많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이 원석이 어떤 빛을 내는 뮤지컬 배우로 성장할지 10년 뒤의 김연지를 기다려볼 만 하다.

Q. 뮤지컬로 데뷔한 소감은?

처음에는 두려웠다. 뮤지컬은 춤과 연기, 노래 삼박자가 맞아야 하는 종합예술인데 저는 연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뮤지컬이 너무 매력적이라고 하더라. 뮤지컬을 하기로 마음먹고부터 오디션을 보러 다녔지만 두세 개 작품에서 떨어졌다. ‘마리 앙투아네트’ 오디션도 한번 떨어졌고 다시 도전했다.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에 새벽까지 연습한 연기를 보여드렸다. 간절한 마음이 느껴져서 뽑아주셨다는 비하인드를 들었다. 말로 간단하게 설명했지만, 긴장을 많이 했던 오디션이다. 첫 작품에 너무 큰 역할을 맡았고 잘 해내지 못하면 무대 공포증이 생길 것 같았다. 그때부터 호랑이 같은 선생님을 만나 집중적으로 연기 연습을 했다. 짧은 기간 안에 혹독한 트레이닝을 받았는데 아예 경험이 없는 것치곤 나쁘지 않다고 말해주셨다.

Q. 가수로 시작했지만, 뮤지컬배우로서 호평을 받고 있는데?

제가 지금 어느 정도 잘하는지는 모르겠다. 좋은 피드백을 받고 처음에는 너무 기뻤다. 열심히 노력했고 조금이나마 보답을 하고 있는 걸까 생각했다. 앞으로 연기 등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오랫동안 노래하던 사람인데 발성과 톤을 바꿔야 한다면 더 어려웠을 것이다. 다행히 가요나 뮤지컬 발성 중간쯤으로 잘 묻어간다고 하더라.

Q. 마그리드와 닮은 점이 있나?

저는 차분하고 조용한 성격이다. 화가 나도 몇 번을 더 생각한다. 때로는 진취적이거나 행동적으로 변화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이 역할이 표현하는 계기가 됐다. 캐릭터의 정서는 저도 공감하는 부분이고 전달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마그리드는 똑똑한 인물이고 정의를 외치지만 휩쓸리거나 매 순간 이용당하는 느낌일 수 있다. 자신의 신념으로 극을 이끄는데 다른 힘센 세력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 힘을 받아서 앞뒤를 못 보고 그냥 저지른다. 하지만 자신이 정말 원하는 정의를 생각하면서 마무리된다. 누구나 실수를 범할 수 있지만, 실수를 깨달았을 때 생각을 변화하는 마그리드가 매력적이어서 저도 많이 배우고 있다. 저도 그런 순간들이 있을 때 정말 정의를 위해 용기 있는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고 있다. 마그리드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겉모습만 보고 오해를 한다. 우리는 다른 사람을 내가 생각한 대로 보지만 그 모습이 전부가 아닐 때가 훨씬 많다.

Q. 연기를 배우면서 중점적으로 연습한 부분은?

마그리드는 ‘난 이만큼 화났어’라고 바로 표현하는 사람이다. 그는 어려서 부모를 잃고 거리에서 살아간다. 삶에서 쌓인 어려움과 고통, 분노를 악역이 아닌 정의로 표현하기 때문에 고민했다. 제가 소극적으로 표현할 때는 심장이 찔리는듯한 이야기도 해주셨다. 마그리드가 그런 취급을 당했으면 어땠을 것 같냐는 질문에 악에 받치는 고통을 느꼈다. 마그리드는 사람들을 선동해서 왕궁까지 들어가는 용기를 가진 여자다. 그런 마음을 생각해봐야 할 필요가 있었다.

Q. 처음엔 두려웠던 연기, 경험해보니 달라진 점이 있나?

제일 어려웠던 것은 자연스러운 움직임, 걸음, 손짓이다. 상황에 맞는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 선배들이 말하길 내가 경험한 모든 감정에서 유추해야 자연스러울 수 있다고 했다. 쉽지 않지만 한번 감정을 느끼면 무대에서 어색하지 않게 표현되는 것 같다. 그 자연스러운 감정을 기억하려고 한다. 무대에서 매번 같은 감정으로 연기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다. 요즘 마그리드가 느껴지는 신기한 경험을 하고 있다. 캐릭터에 정말 푹 빠져 미친 듯이 연기해봤으면 좋겠다.

Q. 많은 감정을 통해 삶에서 달라진 것도 있나?

슬프고 애절한 노래 전문이다. 슬픔에도 수많은 감정이 있어서 디테일하게 표현하는 것을 연구하고 고민해왔다. 뮤지컬은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상태에서 선배들과 연출님의 말을 빠르게 받아들이려고 하고 있다. 다행히 마그리드는 제가 꿈꾸는 사람과 비슷하다. 마그리드는 중성적이고 멋있고 강하면서 정과 연민이 있는 사람이다. 만약 마그리드가 섹시하고 요염하고 예쁘거나 귀여운 역할이라면 어려웠을 것 같다.

Q. 조언해준 배우가 있나?

연기는 민영기 배우에게 배웠다. 절 보고 ‘여기 좀 더 공부해야겠다’라며 설명해주셨다. 마리 앙투아네트와 마그리드가 유대감이 생기는 장면에 고민하는 것이 느껴졌나 보더라. 저는 부모님이 계신데 그립고 밉고 원망스러움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민영기 배우가 ‘우리 엄마 아빠가 불러주는 자장가인데 왜 저 사람이 알지’라는 감정에 원망을 대입하라고 했다. 그때 좀 감을 잡았다.

노래는 주아, 문성혁 배우가 뮤지컬은 딕션이 중요하다며 세게 발음해야 한다는 팁을 줬다. 선배들과 비교해보니 먹어들어가는 소리가 있어서 고쳤다. 장은아 배우는 정말 감사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저는 더블캐스팅인 언니를 보면서 배우고 따라 했다. 많이 양보해주시고 ‘너와 내가 다른 이미지고 생각하는 캐릭터가 다르니까 너만의 그림을 그려봐’라고 하더라. 제가 실수하거나 모르는 뮤지컬의 룰을 집어주셨고 고칠 점과 바라는 점을 알려주셨다. 누구보다 많이 의지하고 친언니같이 친해졌다. 저를 보면 자신의 처음이 생각난다며 작은 선물과 편지를 주셔서 감동받았다. 워낙 살갑고 털털하고 좋다. 운이 좋게도 모든 선배가 잘해주셔서 행복하게 공연하고 있다.

Q. 좋아하는 장면이나 노래?

마그리드가 잘못된 상황을 느끼고 마리의 손을 잡아 일으켜 세워준다. 나도 이용을 당했지만 1막에서 제가 선동하지 않나. 내가 이렇게 만들었다는 생각과 마리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음을 느낄 때 가슴이 아프고 집중된다. 관객도 그때부터 흐느끼는 게 느껴진다. 그리고 ‘더는 참지않아’는 에너지가 꽉 찬 곡이라 부르면서 진이 빠진다. 마리와 같이 부르는 ‘증오가득한 눈’도 박수를 많이 쳐주신다. 여자 둘이 대립으로 만들어가는 드라마에 가장 잘 표현된 곡이다.

Q. 대립할 때 상대 배우에게 느끼는 점은?

김소현 배우는 존재 자체만으로 마리다. 앉아만 있어도 왕비로 느껴진다. 책도 많이 읽고 공부를 하더라. 거기서 오는 시너지 같다. 마지막에 엄마로서 울부짖으면서 재판 장면을 노래할 때 마음을 울린다. 그런 부분에서 따뜻하고 엄마의 정이 느껴진다. 김소향 배우는 또 다른 매력이다. 1막에서 사랑스럽고 통통 튀던 작고 귀여운 언니가 2막에서 갑자기 왕비로 변하는 모습이 다르게 느껴진다.

Q. 뮤지컬 배우가 됐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었나?

아직 얼떨떨하다. 제가 배우라는 타이틀을 달게 될 줄이야. 기분은 좋은데 아직 뮤지컬 배우라고 하기에는 부족하다. 가수와 아티스트라는 타이틀에서 연지 배우님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새롭고 낯설었다. 뮤지컬 배우의 매력을 느끼고 있고 ‘앞으로 계속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인정받기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타이틀에 맞는 배우가 되고 싶다.

Q. 넘버가 끝날 때마다 박수받는 느낌은 어떤가?

가수는 노래 한 곡에 시적인 스토리가 담겨 여운을 느끼게 한다. 뮤지컬은 여러 곡이 상황을 설명하고 이어간다. 이 매력에 사람들이 빠지는 것 같다. 극의 스토리를 알아가면서 그에 맞는 노래가 나온다. 보고 나서 각자 자신에게 남는 곡이 있는 것 같다. 커튼콜은 얼떨떨하고 쑥스러웠다. 잘해서 받는 박수인 건가 의문도 들었고 박자에 맞춰 형식적으로 내려갔다. 이제는 진심으로 인사한다. 오늘은 내가 잘 전달했을까 생각하기도 하고 컨디션이 안 좋은 날은 죄송하다는 생각으로 내려오기도 한다. 관객의 마음이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Q. 목 관리는 어떻게 하나?

뮤지컬을 시작하면서 세끼를 먹고 있다. 원래 두 끼 먹고 중간에 간식을 먹었는데 연습하면서부터는 안 먹으면 안되더라. 공연 몇 시간 전에 먹어야 가장 좋은지 체크한다. 체력싸움이라고 들어서 비타민과 영양제를 엄청 챙겨 먹게 되더라. 목이 안 좋으면 병원에 달려간다. 고비가 2번 있어서 난리 치고 물어보기도 했다. 연습 때부터 잘 챙겨 먹은 게 도움이 됐다.

Q. 마리에서 해보고 싶은 역은?

마그리드가 잘 맞지만, 마리는 어떨까. 마리 앙투아네트가 비운의 왕비이고 오해에 휩싸였는데 나는 과연 엄마의 마음과 최상에서 최하로 떨어지는 마음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해봤다. 두 언니와 바꿔서 노래해 볼까 하는 얘기도 했다. 전 ‘최고의 여자’는 못 부를 것 같다. 가장 높은음이 있는데 두 배우가 매번 라이브로 하는 게 신기해서 전 박수치고 있다.

Q. 여자아이돌 출신은 옥주현과 바다가 있다. 그 뒤를 이을 거라는 반응이다

그렇게 될 수 있다면 너무 좋다. 주현 언니의 뒤를 잇고 싶고 배우러 가고 싶다. 워낙 잘 가르친다고 하더라. 안면이 있었는데 연락했더니 소식 잘 듣고 있다고 하더라. 이 길을 어떻게 걸어왔을까, 직접 들어보고 싶다. 좋은 이야기를 해줄 것 같다. 배우는 잘하고 빛날 수 있는 역할을 찾아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한다. 매일 영화를 보면서 연기도 알아가고 역할을 추려보고 있다. 뮤지컬에 빠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다른 장르를 시작했는데 빠져서 할 수 있다는 것은 도전해볼 만 하지 않나. 뮤지컬을 괜히 겁냈다는 생각도 한다. 가수로서 길만 생각했는데 더 빨리 왔다면 좋았겠다. 뮤지컬 매력에 빠질 거라더니 제가 그렇게 되어버렸다.

Q. 하고 싶은 작품은?

하고 싶은 작품이 많아졌다. 아쉬운 작품은 ‘아이다’다. 뮤지컬 처음 보게 되면서 초장기에 봤던 작품인데 이제 마지막이라고 한다. ‘레미제라블’ 판틴은 노래가 잘 맞을 것 같고 누구나 꿈꾸는 역할이더라. 연기를 보완하고 한번 꿈꿔볼 수 있지 않을까. ‘지킬앤하이드’의 루시, ‘프랑켄슈타인’ 까뜨린느, ‘레베카’도 하고 싶다. 너무 많다.

Q. 앞으로 계획은?

앨범을 준비 중이다. 내년에도 좋은 작품을 할 수 있다면 뮤지컬 행보를 걷고 싶다. 제가 어떤 걸 하면 좋을지 찾아보고 있다.

Q. 어떤 배우로 기억에 남고 싶나?

가수로서도 마찬가진데 부족하더라도 마음을 다하고 싶다. 어색하고 부족한 것 같아도 마음에 와닿는 느낌이었으면 좋겠다. 언젠가는 많을 걸 알게 되어 기계처럼 감정 없이 할 때도 있다는데 살아있는 연기를 계속할 수 있는 배우, 생동감 있는 노래를 전하고 싶다. 지금 느끼려고 노력하는 감정을 오래 가졌으면 좋겠다. 발전해서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싶다.

Q.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를 봐야 하는 이유?

어떠한 정의감을 좀 더 느끼고 싶거나 세상에 많이 지쳐있는 분이라면 위로를 받을 것 같다. 메시지와 볼거리, 들을 것이 많다. 같이 즐기고 웃고 울며 감동받았으면 좋겠다.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는 프랑스의 왕비였으나 18세기 프랑스 혁명으로 단두대에서 생을 마감했던 마리 앙투아네트의 드라마틱한 삶과, 사회의 부조리에 관심을 두고 혁명을 선도하는 허구의 인물 마그리드 아르노의 삶을 대조적으로 조명해 진실과 정의의 참된 의미를 다룬다. 배우 김소현, 김소향, 장은아, 김연지, 손준호, 박강현, 정택운, 황민현 등이 오는 11월 17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박민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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