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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배우 장은아,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 혼돈 속 집중할 것

“이런 얼굴이 한국에 있었어?” 기쁨에 취해 작품에만 몰입했던 시간을 거쳐 쉴 틈 없이 무대에 서는 배우가 됐다. 작곡가에게 실험적인 악기가 되는 배우. 장은아라면 기존의 낮은음도 고음으로 재탄생된다. 무대가 간절한 무명가수는 세월을 통해 단단해졌고 칭찬이 쌓여 기회가 열렸다. 열다섯 개의 뮤지컬 작품을 만나며 농익은 목소리는 인생을 담은 재즈 가수가 되어 제2막을 우리와 함께하겠다고 약속했다. ‘엑스칼리버’ ‘레베카’ ‘마리 앙투아네트’ 무대 중심에서 죄와 벌을 외치지만 속 깊이 여린 배우 장은아가 최고의 여자에게 손을 내밀었다.

Q. 이전 작품인 ‘엑스칼리버’과 비교해 힘든 점은?

힘듦의 길이 좀 다른 것 같다. ‘엑스칼리버’의 경우 연습 때 굉장히 재밌게 연습을 했다. 캐릭터를 창조해야 하는 작업이라 캐릭터 창조 작업에 대해서 서로 의견을 주고받고 했다. 사실 초고음의 이유도 프랭크 와일드혼이 저랑 신영숙 배우가 고음이 강점인 걸 알고 낮은음들을 올린 거다. 영숙 언니랑 저랑 아무렇지 않게 올리니까 “그래 다 올리자!” 이렇게 되어서 어쩌다 보니까 고음의 향연이 됐는데, 사실 그건 작품을 할 때마다 소리의 길을 다 적응하고 난 다음에 공연하는 패턴들이라서 별로 힘들다는 생각을 못 했다. ‘마리앙투아네트’의 마그리드 아르노 경우에는 역할 자체에 있는 텐션이 많이 힘들다. 1막에서 계속 하이 텐션으로 정의를 외치고 선동을 한다. 2막에서는 마리 앙투아네트가 사는 곳으로 직접 들어가서 그녀를 감시하지 않나. 그녀의 내면을 알게 되면서 그 안에서 오는 혼돈, 그리고 마리 앙투아네트가 단두대에 올라가기까지 수많은 정의에 대한 혼돈이 생긴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정말 나쁜 사람인지,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에 대한 혼란이 왔고, 재판 장면에서부터 내가 생각한 정의는 이게 아니었는데, 아무것도 분별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떤 길로 가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혼돈과 감정 때문에 많이 힘들다. 온갖 진이 빠지는 1막 2막의 다른 텐션 때문에 굉장히 힘들다. 스토리, 맥락상의 감정 표현 때문에 힘이 든다는 게 다른 점인 거 같다.

Q. 이번 작품에서 특별히 좋아하는 장면이나 노래가 있나?

마리 앙투아네트가 단두대에 올라가기 전에 수레에서 떨어지면서 넘어질 때 마그리드가 수많은 혼란 가운데서 마리의 손을 잡아주고 일으키는 장면이다. 메인 곡인 ‘참지 않아’도 우리 작품의 백미지만 사실 제일 집중하고 끊임없이 눈물을 흘렸던 장면이고 가장 좋아한다.

Q. 왜 그 장면이 가장 좋은가?

그 장면이 마그리드의 혼란을 잘 이야기해준다. 사람들이 아는 정의와 내가 말하는 정의가 다 맞는 것일까라는 의문점 때문에 가장 맞물려있는 순간이 아닌가 싶다. 마그리드하는 캐릭터는 정의라고 표현되는 인물인데, ‘내가 여태까지 한 게 오류가 났다, 인간의 오류다, 내가 생각한 게 다 옳지가 않다’라는 생각이 갑자기 머릿속에 스친다. 한 인간이 단두대로 가는 길에 마차에서 떨어지는 걸 보는 순간 ‘이 사람의 목숨을 내가 앗아간 걸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이라면 나라는 사람의 오류 때문에 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상황이 되게 비참할 거 같다. 마그리드도 비참하고, 창피하고, 너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복잡한 감정을 무대 위에서 구현하는 게 가장 흥미롭고 좋다.

Q. 1막을 보면서 마그리드가 정말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으면 공감을 얻기 어렵겠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 조심스럽거나 조금 더 신경 써서 표현하려고 했던 부분이 있었나?

1막을 정말 신경을 많이 썼다. 1막 같은 경우는 제가 목걸이 사건에 가담한다. 근데 그 이유에 대해서 오해하시는 분들도 있다. 왜 사건에 가담해 놓고 정의를 외치는 노래를 하느냐, 같이 혼란에 빠뜨리게 해놓고 2막에서 배다른 자매라는 설정 때문에 동정을 얻는 것이냐, 여러 가지 추측이 많이 나온다. 마그리드는 마리앙투아네트가 조금 더 시민을 봐줬으면 하는데 성모승천대축일 때조차 자기가 억울하다고 하는 것에 격분한다. 늘 고민했지만, 목걸이 사건에 가담한 이유는 마리 앙투아네트가 현실을 직시하고 그녀도 힘든 일을 한 번 겪었으면 좋은 마음이다.

이번 같은 경우는 여자들이 너무 많은 극이고 함축적인 것을 짧은 시간 안에 표현되어야 하기 때문에 내가 어떤 뉘앙스를 조금만 잘못 줘도 관객은 짧은 순간 안에 착각을 할 수도 있고 아니면 더 이해를 할 수도 있는 그런 부분이 많다. 그래서 ‘참지 않아’ 넘버까지를 오류가 나지 않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지금도 많이 노력하고 있다.

Q. 늘 어두운 역할을 많이 하는 것 같은데. 특별히 왜 그런 역할이 주어지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나?

이지나 연출님이 저를 데뷔를 시켜주셨는데 “네가 아무리 밝고 발랄한 아이여도 너는 밖으로 이야기하지 못하는 한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실제로 서편제에서 그걸 많이 끄집어냈고 “은아는 밝아 보이는데 속에 한이 많구나”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런 부분을 꺼내려고 하다 보니 그런 거 같다. 무표정으로 있으면 무섭다는 말도 많이 듣는다. 사람들이 외형적으로 봤을 때는 날카로운 이미지로 많이 보는 것 같다. 복잡 미묘한 것들, 그런 걸 무대에 구현하는 게 재밌다. 마냥 밝은 것만 하면 심심할 것 같기도 하다.

 

Q. 다음 작품 ‘레베카’는 어떤 마음가짐인지?

가장 큰 차이는 연습을 하고 들어가느냐, 안 하고 들어가느냐의 차이다. 저번 시즌은 갑자기 들어가는 상황에서 제대로 연습을 못 했다. 그때는 캐릭터를 분석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보다는 빨리 댄버스 부인에 대한 텍스트를 인지해서 사고 없이 공연을 올려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많은 사람에게 아직 나라는 사람이 알려지기 전이었기 때문에, 너무 많은 부담을 안고 시작했다. 이번에는 어떤 방식의 댄버스 부인을 보여줄지에 대해 철저하게 분석하고 올라가야겠다는 마음가짐이 있다. 얼마 전에 섬세한 또라이가 되어보겠다고 얘기한 적이 있는데 정말로 그런 캐릭터를 구현해보려고 생각하고 있다.

Q. 작품이 끊이지 않는 것 같다. 장은아를 찾는 이유가 뭘까?

실제로 저 자신이 온 몸을 던져 열심히 하는 부분이 있고 그런 부분을 같이 작업하는 분들이 알아봐 주시는 것 같다. 가수로서 무명을 오래 겪었고 뮤지컬 하면서 노래를 제대로 할 수 있는 무대를 만났기 때문에 간절한 게 있다. 누가 뭐라고 하는 것에 옛날엔 상처도 많이 받았는데 지금은 오로지 무대 위에 서는 저만 바라보며 사는 거 같다. 그 기쁨과 책임감이 무대에 고스란히 전해지기 때문에 그걸 알아봐 주신다고 생각한다. 일련의 과정들을 거치면 제가 좀 더 단단해져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다. 힘들지만 너무 행복하다.

Q. 여성이 축을 이루는 작품을 계속 맡아왔다. 어떻게 가능했나?

제가 의도해서 뭔가를 계획했던 적은 없었던 거 같다. 예전엔 하고 싶은 것을 손에 쥐려고 하면 모래처럼 빠져나갔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기회가 온 적이 많다. 제가 가진 이미지에서 그런 게 오는 것 같다. 어쨌든 뮤지컬로 노래를 시작한 게 아니라 오랜 시간 노래를 해왔고, 갈망하는 게 있는데 그것들이 조금씩 쌓여서 저의 강인한 면이 생겼고 디렉터분들이 봐주신 거 같다. 그리고 뮤지컬 배우 중에서 키 큰 여자가 많지 않다. 키 큰 분들이 대부분 그런 걸 맡는데 (웃음) 이미지적인 부분이 많은 것 같다.

Q. 그렇게 된 점(이미지)이 마음에 드나?

감사하게 생각한다. 뭐라도 내가 계속할 수 있는 캐릭터가 있다는 점(웃음) 내가 가지고 있는 틀이 있는데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고, 연기 변신 같은 무리한 시도를 함부로 하진 못할 거 같다. 변신하지 않고 안주한다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어떤 매력을 관객들에게 보여줄 것인지를 연구하는 게 제 기준에서는 조금 더 맞다고 생각한다. 밝은 걸 해도 저만이 표출할 수 있는 캐릭터를 찾아보려고 한다.

Q. 마리 앙투아네트가 15번째 작품이다. 그동안의 작품 중 의미가 있었던 작품이 있다면?

뮤지컬 배우로서 조금이나마 인정을 처음 받은, 처음으로 제 이름을 알리게 된 건 ‘지저스 크라이스트슈퍼스타’의 마리아 역이었다. 신인일 때 오디션 하루 전에 영화를 보고 ‘이 역할은 내가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마냥 들었다. 그렇게 해서 갔는데 얼터를 시켜주셨다. 생각보다 많은 분이 좋아해 주시고 노래에 대해서 저를 많이 각인시키게 된 작품이다. 처음으로 좋은 뮤지컬 배우가 되어야겠다는 생각하게 한 작품이다. 언제든지 기회가 있으면 하고 싶은 역할이다. 저에게 뮤지컬 배우라는 타이틀로써 의미를 준 작품이다.

‘아이다’ 오디션에서 연출분이 저를 보고 “아, 까맣다, 아이다 같다. 이런 얼굴이 한국에 있었어?”라고 해주신 적이 있는데 눈물이 날 정도로 기뻤다. 그 얘기를 듣고 자신감을 가지고 노래를 했던 기억이 난다. 제가 태어나서 가장 많은 눈물을 많이 쏟았던 작품이다. 그리고 ‘아이다’가 정말 힘들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아무도 안 만나고 운동만 하려고 집을 극장 앞으로 옮겼다. 아이다는 그렇게 제 뮤지컬 인생을 업그레이드시켜줬다.

마지막으로 뮤지컬 ‘모래시계’는 질타도 많이 받고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다. 근데 ‘모래시계’ 역시 너무너무 힘들면서 행복한 작품이었다. ‘아이다’ 다음으로 눈물을 많이 쏟은 작품이기도 하다. 사실 안 좋은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다음날 좀 흔들리고 다잡고를 반복했다. 배우가 무대 위에서 자유롭지 못 한 순간이 가장 최악이다. 근데 그걸 ‘모래시계’에서 겪은 적이 있었다. 관객에게 너무 미안하고 많이 고민하고 매일 울고, 연기에 대한 고민을 한 작품이다.

Q. 나중에 돌아봤을 때 ‘’마리 앙투아네트는 어떤 작품으로 기억에 남을 거 같나?

가장 뿌듯한 작품으로 기억에 남을 거 같다. 무대 위에서 호흡하고 연기하는 것들이 제 선에서 불편한 것들이 없다. 너무 여지가 많은 극이기 때문에 너무 재밌다. 매번 똑같을 수가 없다. 관객들에게 어느 정도의 같은 컨디션을 보여드려야 하는 건 너무 당연한 거고, 그 안에서 소용돌이치고 있는 디테일이 달라지는 게 느껴진다. 그걸 즐기고 있는 저 자신이 너무 좋다. 그리고 무대 위에서 조금 자유로워진 것 같아서 무대를 한 번 한 번 할 때마다 너무 뿌듯하고 너무 좋다. 그래서 ‘마리 앙투아네트’는 이제야 내가 좀 자유롭게 말하고, 노래할 수 있는지를 비로소 느끼게 해준 작품이다.

Q. 신영숙 배우와 캐스팅도 같이 많이 되고, 친한 것 같다

많은 선배들을 겪었지만, 저한테 ‘이게 장점이야’라고 솔직하게 얘기해주고 저를 응원해줬던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언니가 저한테 그런 걸 해줬다. ‘넌 이게 장점이야, 이런 부분 이렇게 해보는 게 어때’ 그런 선배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참 고맙고 좋다.

Q. 신영숙 배우가 이야기한 장점은 뭔가?

프랭크 와일드혼 노래가 좀 팝적이었다. 그래서 팝에 대한 걸 굉장히 칭찬을 많이 해주셨다. 제 뮤즈가 휘트니 휴스턴이다. 팝, 가요에 대한 걸 구현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일 수 있다. 누구도 그런 부분을 캐치하고 칭찬해 준 적이 없는데 영숙 언니가 “그런 부분은 나도 좀 가르쳐달라”고 했다. 언니가 피아노치고 휘트니 휴스턴 노래 같이 부르고 연습실에서 그러면서 놀았다. 그러면서 프랭크 와일드혼 노래도 연습하고 그랬던 추억이 있다. “네가 가지고 있는 기운들이 좋다”는 그런 칭찬도 많이 해줬다.

Q. 다시 가수 활동 할 생각이 있나?

사실 프랭크 와일드혼이 “너 정말로 음악을 다시 해볼 생각이 없냐”고 심각하게 물어보셨다. “왜? 해주게?” 했더니 “네가 한다면 난 곡을 써줄 수 있어”라고 했다. 나는 재즈가 너무 하고 싶다고, 나중에 할머니가 되면 재즈 가수를 하는 게 내 마지막 인생의 목표라고 얘기했다. 그랬더니 너무 놀라면서 “나에게 수많은 재즈곡들이 있어” 하면서 심지어 재즈곡들을 보내줬다. 나중에 좋은 투자자분이 있으시면 정말로 내년쯤에 뉴욕을 가서 잘 얘기해 보고싶다. (웃음) 근데 프랭크 와일드혼 노래랑 저랑 잘 맞는다. 그래서 정말로 노래를 심오하게 잘 들어보고 있다.

Q. 마지막 꿈은 재즈 가수인가?

할머니 됐을 때는 엘라 피츠제럴드 같은 가수가 되는 게 꿈이다. 재즈라는 장르는 좀 나이가 들고 농익은 다음에 하는 보컬들이 전 좋더라. 인생을 담는 곡이기도 하고, 인생의 마지막 점에서 부를 수 있는 최적의 장르라고 생각해서 나중에 재즈를 하고 싶다.

Q. 평소에 목 관리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술도 굉장히 좋아하고 노는 것도 좋아하는데 모든 것들을 차단하고 컨디션만을 위해 살아간다. 목에 해가 되는 행동 자체를 안 한다. 공연 때는 카페인 들어간 티, 커피도 안 마신다. 라면 이런 것도 아예 먹지를 않고. 위가 안 좋아서 소식을 해야 하는데 소식을 하면 공연을 못 한다. 공연하는 날 아침에는 공복에 무조건 자전거를 타거나 러닝을 한다. 땀을 빼내야 목이 풀리니까 그런 운동은 꼭 한다.

Q. 영화나 연극 장르까지도 생각하시는지?

이제는 이걸 얘기할 수 있을 거 같아서 처음으로 얘기하는 거다. 늘 노래가 제 인생에서 최우선이었고 노래를 하기 위해 여기까지 왔다. 무명일 땐 7년 동안 300만 원 정도 벌었나? 벌이가 없었다. 노래를 할 수 있는 무대가 없었고 무대가 있어도 돈을 줄 수 있는 무대가 아니었기 때문에 음악이 너무 고팠다. 그런데 뮤지컬에서는 마음대로 노래 부를 수 있는 게 너무 행복해서 시작했다. 뮤지컬을 하다 보니까 그 무대에서도 연기하는 것에 대해서 혼란의 과정을 거치면서 연기를 하는 게 너무 재밌고 행복하더라. 그래서 지금은 사실 ‘마리 앙투아네트’도 연기에 좀 집중해서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제 캐릭터에 맞는 영화를 해보고 싶다는 욕심은 조금 생겼다. 조금 더 연기적으로 깊어지기 위한 작업을 하고 싶은 욕심은 있다. 하지만 지금은 뮤지컬 배우로서 더 나아가야 하고 발전해야 할 길이 많다.

Q.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는지?

‘레미제라블’의 판틴이나 ‘위키드’의 엘파바를 해보고 싶다. 누가 봐도 뮤지컬에서 누구나 가장 하고 싶어 하는 경지의 역할 중 하나지 않나. 그런 것들을 이뤄보고 싶은 꿈은 있다.

박민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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