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9.10.18 금 17:53
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리뷰
[유희성의 The Stage 150] 뮤지컬 ‘시티오브엔젤’
  • 유희성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9.16 19:07
  • 댓글 0

뮤지컬 ‘시티오브엔젤’은 기존의 뮤지컬 양식과 결을 달리한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영화적 판타지와 뮤지컬 속 작금의 현실을 대비시킨 마법 같은 뮤지컬이다. 작품의 분위기인 필름 누아르(Noir)는 지난 1940년대 영화산업의 대명사인 할리우드에서 유행한 것으로 현실은 컬러, 상상은 흑백으로 구분했다. 극 중 작가가 상상한 것들이 영화 속 인물로 무대화되는 것이다. 또한, 18인조 빅밴드의 음악과 시원시원한 가창력, 몸을 잘 쓰는 배우들의 열연은 영화와 무대를 몇 번씩이나 순간이동 한 듯한 환경을 만들어 냈다.

1940년대 할리우드, LA는 세계적인 영화산업의 선두자로 나서 연일 관련된 숱한 화제가 들끓고 있는 도시였다. 새로운 영화 ‘시티오브엔젤’의 제작이 진흥되는 가운데, 각본가 ‘스타인‘(최재림 분)은 타자기와 씨름하며 영화 시나리오를 써 내려가고 있다. 그가 작업 중인 시나리오 속 주인공은 로스앤젤레스의 사립 탐정 ‘스톤’(테이 분)이다. 스타인은 잘나가는 영화제작자 ‘버디’(임기홍 분)로부터 시나리오를 자신의 입맛에 맞게 고치라는 간섭을 받고 창작활동은 점점 혼란에 빠진다. 급기야는 엉뚱한 방향으로 치닫고 있는 영화를 목격하게 되며 갈등이 고조된다.

뮤지컬은 1989년 12월 오픈과 함께 브로드웨이를 초토화했다. 다음 해 토니 어워즈 6개 부문, 드라마 데스크 8개 부문을 받았던 화제의 검증 작이 한국에 상륙했다. 당시 ‘블랙 코미디 누아르 뮤지컬’로 영화와 현실세계를 감각적이면서 스펙타클하고 기능적이고 구조적인 무대기술로 장면마다 볼거리를 충족시킨 바 있다.

본인은 1989년 12월 초연 때 우연히 브로드웨이에서 본 작품이기도 하지만 2019년 한국에서 스몰라이센스화 된 이 작품은 내가 브로드웨이에서 봤던 작품보다 훨씬 감각적이고 세련되게 변모했다. 또한, 믿고 보는 배우들의 가창력과 뜨거운 열연, 풍성하고 역동적인 음악적 진행은 그간 보아왔던 뮤지컬보다 단연 돋보였으며 그 흥겨운 선율과 리듬을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이 작품은 그동안 독특하거나 작품성과 예술성이 농후한 작품만 고집해 오고 있는 SEM 컴퍼니의 김미혜 대표가 엄선한 작품인 만큼 더더욱 기대가 큰 작품이기도 했다. 김대표는 그동안 한국에서 공연되었던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 그리고 유럽뮤지컬들과는 결이 다르지만, 충분히 감각적이고 새로운 형식의 작품을 물색 중에 작금의 한국 공연계에 결이 다른 새로운 무대 양식의 뮤지컬을 소개하고자 이 작품을 선택했던 것 같다.

영화와 현실 세계를 표현해 줄 흑백과 컬러를 비롯한 색채의 향연과 드라마틱한 무대구현을 위한 무대 세트, 무대전환 운용, 영상과 조명, 의상, 분장의 브랜딩 된 콜라보는 영화와 무대를 일석이조로 동시에 즐기기에 충분하게 했다. 특히, 카메라 앵글의 조리개를 활용한 무대(이엄지 디자이너)와 영화 촬영장의 카메라워크를 연상시키는 흑백과 칼라의 대비와 시대 상황까지 감각적이고 스타일리쉬한 영상(박준 디자이너), 그리고 무대와 영상의 미쟝센을 세련되게 마무리한 조명(이우형 디자이너), 우아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의상으로 조금씩 더 눈길을 잡았다. (김미정 디자이너) 이 모든 것을 잘 조합한 오경택 연출은 프로듀서가 소개하고자 했던 새로운 형식의 감각적 세련미를 무대에 제대로 구축해냈다.

극은 김문정 음악감독과 관악기로 주축이 된 THE MC Orchestra 18인조 빅밴드 음악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짜릿한 전율을 느낄 수 있다. 여기에 뮤지컬 ‘더라이프’, ‘스위트 체리티’, ‘포시’, ‘바넘’ 등 한국에서도 널리 알려진 작품의 작곡 및 프로듀싱을 한 작곡가 ‘사이콜맨’의 화려하고 신나는 4명의 엔젤이 즉흥적인 하모니를 만나볼 수 있다. 스캣부터 스윙재즈, 블루스 등 모던재즈와 쿨재즈의 스타일리쉬하고 감각적인 선율과 리듬, 풍성한 관악기의 배치와 진행은 음악적 성찬을 만끽하게 한다.

거기에 가창력이 출중한 배우들의 향연은 극을 최고의 절정에 이르게 했다. 특히 여자 배우들의 놀라운 캐릭터 변화와 폭발하는 가창력과 에너지는 단연 압도적으로 객석에 전달되었다. 또한, 재즈의 다양한 맛과 리듬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게 한 배우들의 움직임과 시선, 측선의 구도로 볼거리의 새로운 미학을 찾아낸 안무(홍유선)의 활약도 눈여겨볼 만했다.

또한 배우들의 활약도 역시나 대단했다. 4명의 엔젤 (황두현, 이준성, 김찬례, 윤지인)의 재즈 맛 리듬과 가창을 여과 없이 제대로 발산한 스캣부터 작품을 안심하고 볼 수 있는 재즈 그루브와 브랜딩을 보여줬다. 주조역의 제대로 된 활약은 이 작품의 완성도에 방점을 찍어 주었다. 스타인 역의 배우 최재림은 자타가 공인한 가창력의 소유자답게 넘버의 소화력은 누구도 넘볼 수 없이 폭발적으로 무대를 압도했다. 더불어 섬세한 심리변화와 들끓는 듯한 감정 표현을 온몸으로 발설하며 종횡무진 무대를 누볐다. 그의 뜨거운 연기와 에너지는 누구나 인정할만한 신뢰를 구축하며 작품의 중심을 제대로 잡아주었다.

상대역이라 할 수 있는 버디 역의 배우 임기홍의 역할창조는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의외성을 가졌다. 무심한 듯 정곡을 찌르는 유머와 시선으로 작품의 숨통을 트이게 했으며 블랙코미디 어휘 구사와 재치는 얄미우면서도 결국 사랑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의 중의성을 완벽 빙의해 연기했다. 또한 바바리코트가 유난히 어울리는 남자 ‘테이’의 뮤지컬에 대한 노력과 달란트에 박수를 보내며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무엇보다도 1인 2역을 천연덕스럽게 해낸 여배우 3인방의 호연과 폭발적인 가창력은 이 작품에 확실한 날개를 달아주었다.

도나와 울리역의 배우 박혜나는 트레이드마크인 폭발적인 가창력이야 익히 알고 있었지만, 무대에서 끝까지 책임지는 호소력 있는 연기와 표정까지 압권이었다. 칼라와 어로라 역의 가희 배우 역시 훤칠한 체형과 시원시원한 가창력, 대사, 몸 잘 쓰는 여배우의 매력을 맘껏 뽐냈다. 무엇보다도 게비와 바비역의 배우 방진의는 안정적인 가창과 연기, 대사와 가사의 명쾌한 전달력과 맛깔스러운 표현이 그 존재만으로도 무대를 탄탄하고 안정적으로 버티는 뮤지컬 무대의 여걸 3인방으로 존재하며 종횡무진 작품에 큰 힘들이 되어주었다.

유희성 칼럼니스트  he2sung@hanmail.net

<저작권자 © 뉴스테이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