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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 연극 ‘사랑의 끝’ 애드리브 없는 말의 향연9월 7일부터 27일까지 우란문화재단 우란2경

연극 ‘사랑의 끝’이 9월 6일 오후 2시 우란문화재단 2경에서 프레스콜을 개최했다. 이날 프레스콜은 연출 아르튀르 노지시엘의 작품 소개에 이어 배우 지현준과 문소리가 장면을 시연했다. 작품은 남자와 여자의 서로 다른 시점에서의 이별의 순간을 그려낸다. 극의 전반부는 남자, 후반부는 여자의 긴 독백으로 이루어진 파격적인 구성과 연출로 극찬을 받았다.

작가 파스칼 랑베르와 연출 아르튀르 노지시엘의 합작품으로 지난 2011년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초연됐다. 이후 전 세계 30여 개 언어로 번안되어 프랑스를 비롯해 미주, 유럽, 아시아 등 세계 각국에서 공연되고 있다.

Q. 작품에 참여하게 된 소감?

연출: 한국에서는 두 번째로 한국 배우와 작업하고 있다. 예술가의 삶에서 다른 나라의 배우들과 또다시 작업하는 건 귀중한 경험이다. 또한, 파스칼 랑베르는 좋은 친구이자 극작가다. 그와 한국의 두 배우를 연결하는 역할도 의미 있는 일이다. 한국 배우와 작품을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과 인연이 넓어지는 것에 기쁨을 느낀다.

문소리: 좋은 배우, 연출가와 또다시 작업하는 기회가 주어져서 감사하다. 좋은 인연이 이어지는 것도 너무 감사한데 그 과정이 저에게 굉장한 도전이 되는 파스칼의 작품이란 점도 의미 있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생각해도 내 인생에서 중요한 계기라는 추측을 한다.

지현준: 연출님과 문소리는 저에게 특별하다. 두 분을 통해서 저를 비춰볼 수 있다. 이분들과 연극으로 소통하는 것은 값진 일이다. 오랜만에 연극 냄새가 나는 작품을 하게 돼서 기쁘게 생각한다.

Q. 보는 것만으로도 극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배우는 감정을 어떻게 컨트롤하나?

문소리: 감정을 준비하고 만들어내는 것을 우선시하지 않기로 했다. 상대에게 말을 던지는 과정을 겪다 보면 감정은 그냥 따라오더라. 집중하는 것은 ‘말’, 언어다. 그것이 나의 생각이고 과정이고 우리 모두의 삶을 보여주는 것이다. 남녀가 헤어지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상황이 아니다. 전막에는 폭발하고 산산 조각나서 없어질 정도다. 인생에서 이런 경험을 처음이다. 이건 그냥 일어나는 일이다. 저희는 최대한 말을 전하려고 집중하고 있다.

지현준: 말을 평소에는 아끼는 것이 예의고 배려라고 생각했다. 저희도 탐험 중이고 더 탐험해서 공연 중에도 이루어질 것이다.

문소리: 열흘 동안 대본을 보면서 적합한 한국의 표현을 찾아내려고 애를 썼다. 연출님이 작품의 맥락을 설명해주고 다 같이 말을 하나하나 만들어냈다. 연습하면서도 ‘도대체 말이 뭐지?’, ‘인간, 그 자체와 뭐가 다르지?’, ‘생각이 먼저인가 말이 먼저인가.’, ‘말을 하고 감정이 있는 건가.’ ‘연극에 있어서도 말이 왜 중요한 거지’ 등의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Q. ‘말’이라는 단어가 많이 나온다. 중요한 요소를 차지하는 건가?

연출: 만약 ‘너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말하면 그걸 받아들이지만, 감정을 표현해나가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바꿔서 내가 ‘우리 아버지가 돌아가셨어’라고 말하면 바로 눈물이 날 것이다. ‘사랑해’라고 말하는 순간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언어와 감정에는 굉장히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있다.

실제로 헤어짐에 대해 생각하면 ‘우리 끝났어, 안녕 갈게’라고 하지는 않는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기까지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 누군가가 나에게 그런 이야기를 했다면 대답하기도 쉽지 않다. 두 배우는 감정의 단어를 덧붙이는 어려운 작업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 상황이 극단적이라 내가 하는 이야기가 나를 복받치게 만들고 상황이 과하게 진행되기도 한다. 말이라는 것의 파워를 보여주는 예가 될 것이다. 말이 어떻게 구성되고 해체되는지 친밀감을 표현하는 말은 어떤 것이 있는지 등을 보여주고 있다.

Q. 그림은 어떤 의미인지?

연출: 그림은 천국에서 쫓겨나는 아담과 이브다. 마사초가 그린 그림이다. 공연에도 그림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두 개의 그림이 있는데 현준의 과거와 연관 있는 그림이 있고 현재를 나타내는 그림도 있다. 두 사람의 사랑에 있어서 중요한 순간을 상징하고 있다. 사랑의 시작을 함께하는 그림이지만 사랑의 끝도 보여주는 그림이다. 사랑이 만든 허상에서 쫓겨나 현실에 들어오게 되는 상황이다.

Q. 두 연인이 왜 불행해졌는지 배경이 있나?

연출: 왜 헤어지는지 모른다.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다. 헤어짐의 순간이 중요하다. 그 과정을 통해 보는 사람이 사랑과 삶에 대한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오래 지속한 부부사이더라도 오해에서 모든 관계가 쌓여있을 수도 있다. 사랑하면서 상대의 모든 걸 안다고 생각하는데 착각이다.

Q. 독설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문소리: 연습 끝나고 집으로 돌아갈 때 죽겠다고 한다. 그런데 또 굉장히 행복하다. 즐거운 과정이다. 한번 해보고 싶지 않나? 꿈에서 사람을 때리는 꿈도 꾼 적 있다. 현실에서 이렇게 쏟아내고 퍼붓는 경험이 없지 않나. 무대에서 좀 해방감을 느끼기도 한다.

Q. 연극 냄새나는 작품이란 건 무슨 의미인가?

지현준: 연극은 맨몸으로 승부하는 그 느낌이 좋다. 이번 무대에도 아무것도 없이 두 사람만 나와서 몸에서 쏟아지는 말을 주고받는다. 이것이 연극에 가깝다고 느껴지고, 매력적이다.

Q. 대사가 많은데 부담은 없나?

지현준: 이런 작품의 경험은 있으나 문소리를 보면서 배우고 있다. 말이 파생되면서 연결된다. 듣는 동안에는 쉽게 움직여지지 않고 잘 들어야 한다. 무릎이 부러질 것 같다.

문소리: 대본이 각자 40~50페이지다. 4일 만에 외우라는데 믿을 수 없었다. 연출은 작가의 로직을 이해하면 대본을 마음껏 쓸 수 있다고 하더라. 애드리브가 허용되지 않는다. 본인의 할 말이 끝나면 상대의 이야기를 한 시간 동안 들어야 한다. 지옥 같다. 생명 줄을 잡고 있는 것처럼 이거 놓치면 죽는다는 심정이다. 하지만 상대의 말이 저에게 박히니까 견디고 있다. 그러면서 여러 감정이 일어나기도 한다.

연출: 감정은 신체적이기도 하다. 감정을 다 겪는 것은 신체적 경험을 하는 것이다. 진실한 말과 의미 있는 말을 하는 건 힘든 일이다. 나도 작가 파스칼이 써준 모놀로그 극을 연기한 경험이 있다. 1시간 이상 그때 제가 느낀 감정은 좁고 구불구불한 길을 빠른 속도로 운전하는 기분이었다. 굉장히 무섭지만 동시에 흥분되는 경험이다.

Q. 작품의 관점 포인트는?

연출: 호기심과 개방적인 마음이 필요하다. 관객이 실제 이 상황을 겪을 준비를 하고 와라. 두 시간 동안 굉장히 일반적이지 않은 놀라운 것을 보게 될 것이다. 가끔 농담으로 관객이 이 작품을 보면 서로 사랑하게 되거나 바로 헤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솔로는 왜 내가 솔로인지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문소리: ‘도대체 사랑이 뭔가’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몸으로 겪는 연극을 보고 싶다면 와달라.

지현준: 사랑을 겪은 40대분들이 보면 좋을 것 같다. 20대가 본다면 처참한 광경에 새로움을 느낄 것이다.

연극 ‘사랑의 끝, LOVE’S END’는 오는 9월 7일부터 27일까지 우란문화재단 우란2경에서 공연된다.

박민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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