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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성의 The Stage 149] 뮤지컬 ‘블랙슈트’
  • 유희성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8.12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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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
나의 정의는 무엇인가?
나의 신념은 무엇인가?

청소년기를 지나 성인의 문턱에 들어서면 누구나 한 번쯤 되뇌어보거나 되새겨 봄 직하다. 꼭 현학자가 아니더라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자기인생의 가치관이나 질문을 몇 번씩이나 되묻곤 한다. 우리의 아름답고 기분 좋은 날들은 때론 예기치 않은 사건이나 인물과 맞닥뜨리며 전혀 예상치 않은 길을 가고 있는 상황의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뮤지컬 ‘블랙슈트’는 예정된 인생의 길에서 문득 예기치 않은 사건에 연루되며 전혀 다른 길을 걷는 인물들의 이야기다. 어린 시절 법조인의 꿈을 키워 온 단짝 친구 차민혁과 김한수는 법대와 로스쿨을 거쳐 사회에 첫발을 내딛게 된다. 세월만큼 생각과 가치관의 차이가 벌어지면서 급기야 서로 대립하는 신념으로 맞서게 된다.

그런 그들 앞에 대한민국 제1 로펌의 변호사 최광열이 나타나고 두 사람은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극 중 차민혁은 사건의 실마리인 28년 전 살인 방화 사건에 최광열 대표가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을 직감하게 된다. 법 앞에 모두가 평등한 정의구현을 인생 최고의 덕목이라 여기며 냉정하더라도 맹목적인 목표로 삼은 검사가 된 차민혁과 평범하지만, 인간적인 삶의 정의구현을 꿈꾸는 변호사가 된 김한수의 가치관과 삶의 태도와 신념, 그리고 대립의 골로 빚어진 각자 삶의 다른 가치관의 방향을 관객은 마치 자기 일인 것처럼 예의주시하게 된다.

관객은 극 중 인물들의 삶의 궤적을 쫒아가다 보면 지금 내가 가고 있거나 아직 가지 않은 자신의 삶을 예견하거나 또는 지난 삶을 뒤돌아보게 된다. 법과 연관되어있어서 무겁다거나 딱딱할 거라는 선입견은 접어둬도 된다. 작품을 보다 보면 법조계뿐 만이 아닌 바로 우리가 속해있는 사회 조직이나 구조 속, 어떤 곳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나 인과관계라는 생각을 금세 알아차리게 된다. 김명훈 작, 연출은 단지 법조계의 얘기를 하려 한 것이 아니라 결은 다르지만 바로 우리네 사회 구조 속 삶의 모습을 담고 싶어 했으며 그렇게 보편적이거나 조금 다른 것 같은 개인적인 삶의 모습을 반추해 보이려 했던 것 같다.

나와는 조금은 다른듯하지만 어쩌면 내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바로 그런 상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흥미진진하게 자신이 주목하는 인물들을 따라가거나 동화되며 나와는 조금 다른 인생의 게임 속으로 훅 빨려 들어가게 된다. 그런 작의에 맞게 음악적 장치와 리딩이 효과적으로 잘 짜여 있다. 황지혜 작곡의 음악적 진행을 바탕으로 이경화 음악감독의 음악은 보편적인 법률적 테두리 안에서 배우들의 심리상태가 머뭇거리지 않게 진행하며 캐릭터들의 극적인 가창이 돋보이는 장치를 배치했다.

즉, 어쿠스틱하면서도 에너자이틱한 선율의 악기 배치를 통해 법률적인 용어 안에서 냉철한 음악적 도약과 함께 변해가는 상태의 감성을 싣고 호소력 있는 멜로디 라인을 살려 캐릭터의 변화무쌍한 심리상태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살려냈다. 또한, 다소 무거운 소재이고 춤을 춘다는 설정이 맞지 않을 수 있지만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조정에 의해 가장되고 결과의 도출을 향해 맞추어가는 양상을 마리오네트식 움직임으로 상징성 있는 움직임을 찾아낸 박경수의 안무 또한 작품의 내외적인 깊이에 밀도를 더했다. 커튼콜에서의 멀티맨들과 친구들이 하는 안무는 어느새 어린 시절을 회귀하며 흥겹지만 묘한 휴머니티의 에스프리를 담고 있는 것 같아서 더 애잔한 작품과 조금 다른 삶의 단면들을 기억하게 한다.

이 작품에서도 배우들의 열연은 단연 돋보인다. 전 캐스트의 성대가 열일하며 캐릭터에 몰입한 가창 대결은 사뭇 귀를 호강하게 한다. 최광열 역의 유성재의 강직하면서도 신념에 찬 의지가 찰진 성대의 가창력으로 중심을 잡고 차민혁 역의 이승헌과 김한수 역의 김순택의 세대를 넘나드는 보이스톤, 지성적이면서도 휴머니스트다운 가창에 변화하는 순간들을 포착한 감성의 보이스 브랜딩은 작품에서 추구하는 음악적 에센스가 농축되어 절절하게 작품과 공간을 채우기에 충분했다. 또한, 멀티 역의 김상협과 김종년, 최문석의 최선을 다해 임하는 여러 순간이 능수능란하고 깔끔하게 처리하는 세련된 모습들은 관객의 가슴에 좋은 에너지로 각인되기에 충분했다.

유희성 칼럼니스트  he2s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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