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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성의 The Stage 145]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의연한 결단과 강단에 박수를 보내
  • 유희성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4.17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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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은 1919년 3.1운동과 임시정부 100주년을 기념하여 많은 문화행사와 작품들이 제작되었다.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도 그 일환으로 1918년 일제 강점기부터 1945년 해방 직후 한반도와 1947년 제주 4.3사건, 1950년 6.25 전쟁 이후까지 격변의 시대에 치열하게 살다간 사람들의 기억해야 할 아픈 이야기들을 그렸다. 공연은 동명의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의 36부작을 2019년 오늘의 시각으로 풀어내 무대화했다.

작품은 고통과 고난으로 점철된 1900년대 한국의 현대사를 그렸다. 뮤지컬화가 발표되고 시작부터 많은 관심 속에서 제작이 진행되다가 우여곡절 끝에 결국 투자사기로 공연을 올리지 못하게 된 극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제작사 수키 컴퍼니의 뚝심 있는 강단과 참여했던 스태프, 배우들의 반드시 공연을 올리겠다는 열정과 불굴의 의지로 기사회생처럼 되살아나 기적처럼 공연될 수 있었다.

무대는 배우와 관객이 함께 역사의 길을 함께 걸어가자는 컨셉으로 새롭게 재탄생했다. 대도구나 무대장치 없이 무심한 듯 긴 길만이 덩그러니 펼쳐있다. 빈 무대 양옆으로 나비 석이라고 명명한 객석을 만들고 ‘STEP1 길’이라는 부제를 입혀 마치 패션쇼의 널찍한 런웨이 형태의 무대를 만들었다. 나비석이란 작품의 시작을 알리는 위안부의 이야기에서 따온 이름이다. 위안부를 기리기 위한 나비 모양으로 희망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텅 비어있지만, 지나갔던 수많은 발자국과 드러나지 않은 고통과 고난, 말할 수 없는 사연들과 크고 작은 사건이 함께 묻어나 있다. 언젠가 또 다른 사연과 사건으로 덮어 채워질 것 같은, 드러나지 않아 미처 몰랐던 사람들의 수많은 인생의 길, 그렇게 한 줌 재와 같은 좌절과 고통을 안고 실낱같을지라도 한 가닥 바람 같은 희망을 품고 작품은 나비 석과 함께 또 다른 희망의 길을 향해 터벅터벅 걸어간다.

작품은 결코 피할 수 없었던 지난한 역사의 길을 품은 무대였고, 캄캄해 보이지도 않았던 길의 깊이는 어느새 희미한 듯 밝게 빛나며 뜨겁게 데워지고, 끝내 무수한 아픈 만남과 헤어짐을 들여다보고는 이내 먹먹한 감동으로 가쁜 호흡을 몰아쉬게 한다.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는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 36부작의 방대한 고난의 역사를 150분의 시간으로 압축하며 간결하면서도 상징적인 서사와 음악으로 새롭게 무대 언어로 태어났다. 작품은 20세기 한반도에서 벌어졌던 비극적인 역사, 하지만 아무리 처절한 시대와 절박한 상황에서도 절대 꺼지지 않는 희망의 기록이었다.

뮤지컬은 드라마와 같은 시간과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서사로 두고 있다. 그러나 결코 사실적이거나 입체적이지 않은 공간에서 간결한 배경화면의 활용과 텅 빈 무대와 객석을 넘나든다. 등, 퇴장을 통한 메인들의 서사 속 설레는 만남과 이별의 아픔과 고통, 그들을 둘러싼 굴곡진 역사와 운명의 파노라마와 같은 절박하고 처절한 민초들의 울부짖음과 같은 몸부림은 마치, 바로 그 시대 그 시간 그 현장을 목격하는 듯하다. 특히 앙상블의 몸을 사리지 않는 혼신의 연기와 포효하는 듯한 가창, 극적 호흡을 통한 응어리의 확산으로 무대는 어느새 커다랗고 뜨겁디뜨거운 용광로가 들끓는 듯한 에너지와 열기의 현상을 목도하게 된다.

일제 강점기 1944년. 조선인 학도병 대치와 일본군 위안부 여옥은 민족의 실상에 아파하고 어느덧 서로에 대한 관심과 배려는 사랑으로 잉태하지만, 시대적 상황과 전쟁은 기어이 두 사람을 갈라놓는다. 야속한 시간은 멈추지 않고 그렇게 세월은 흐른다. 한편 모진 풍파를 견디다 사이판에 끌려 온 여옥을 만난 하림. 우연히 그녀가 임신 중인 것을 알고 그녀를 보살펴주고 연민을 느끼며 그녀를 향한 관심은 어느새 깊어만 간다.

비극적이고 급변하는 시대적 상황 속에서, 또는 피할 수 없고 굴곡진 역사의 현장에서 누구나 그러했듯이 여옥과 대치, 그리고 하림이라는 세 사람도 만나고 헤어지고, 또 그렇게 세월은 흐르고 냉혹한 시대의 비극 속에서 결코 비켜나가질 못한다.

해방 후 다시 만난 세 사람, 격변하는 시대와 함께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하며 얄궂기만 한 비참한 시대에 엇갈린 운명의 비극은 또 다른 전쟁으로 휘몰아친다. 그렇게 대치와 여옥, 하림은 지리산에서 운명처럼 다시 만나게 되고, 여옥과 대치의 최후를 목격하게 되며 세 사람의 만남과 헤어짐의 서사는 무대에서 피어났다 시대의 비극으로 아스라이 스러져간다.

우여곡절 끝에 막을 올리고 무대에 올린 작품의 미덕은 과감한 결단을 단행한 수키 컴퍼니와 창작진이 있기에 가능했다. 텅 빈 무대에서 방대한 고난의 역사 36부작 드라마를 무대 언어로 압축한 간결한 텍스트와 비장하고 절절한 아리아로 풀어낸 뮤지컬 넘버, 이 모든 창작 스태프들을 미니멀하고 깔끔한 연출력으로 어우러지게 조합한 노우성 연출, 그리고 배우들의 최선을 다한 열연이었다. 특히 대치 역의 배우 박민성과 여옥 역의 김지현, 하림 역의 이경수의 호소력 있고 절절한 아리아를 완벽 소화와 감정 연기는 압권이었다. 윤홍철 역의 배우 김진태와 동진모 역의 유보영 배우는 노련한 관록과 묵직한 열연이 무대에서 중심을 확실히 잡아주었다. 또한, 무엇보다도 누구 하나 몸을 사리지 않고 배우가 할 수 있는 최대치를 끄집어내며 화끈하게 불사른 앙상블의 열연과 투혼은 이 작품이 관객에게 사랑받았던 최고의 미덕이었다.

무대에 올릴 수 없을 정도의 피치 못 할 상황 속에서도 기어이 무대에 올린 수키컴퍼니의 의연한 결단과 강단에 박수를 보내며 더불어 애초에 의도했던 것처럼 제작환경이 좋아져서 꼭 정식공연으로 올라오길 기대해 본다.

유희성 칼럼니스트  he2s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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