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9.4.18 목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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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지킬앤하이드’ 민우혁, 하이드만큼 ‘강렬한 지킬’로 차별화왜 하이드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설득력 높여

한국 관객이 가장 사랑하고, 주연 배우로 이름을 올리는 것이 영광이 된 자리. ‘지킬앤하이드’의 주역에 민우혁이 새롭게 합류해 성공적으로 관객의 환호를 받아냈다. 등장과 함께 시선을 끈 훤칠한 지킬의 풍모가 듬직했고, 야성미를 흩뿌리며 무대를 풀썩 하고 튀어오르는 민우혁의 하이드는 마치 빌런히어로를 보는 듯했다. 우월한 외모만큼이나 민우혁의 연기는 어딘가 기존의 배우들과 달랐다. 새로운 해석으로 객석을 찾아온 민우혁의 뉴지킬은 ‘초반부터 강렬한 지킬’에, ‘후반부에서 공감대를 얻어내는 인간적인 하이드’라는 차별화된 캐릭터를 이끌어내고 있었다.

민지킬, 1막 ‘의사 지킬’의 강렬해진 감정선
이중인격 아닌 ‘한 인간의 양면성’으로 와 닿아

오리지널 내한 공연은 물론이고, 관객에 각인된 기존 지킬-하이드 연기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1막 초중반의 지킬 연기가 1막 후반부터 등장하는 하이드를 위한 전초전이자 포석처럼 여겨진다는 것이다. 1막 초중반 온화하고 점잖은 ‘의사 지킬’의 캐릭터는 전체의 서사와 상황, 인물 관계를 이해시키는 도입부에 적합한 진중한 연기를 선보여 왔다. 그렇기에 1막 후반부에 등장할 하이드의 변신이 더욱 충격적으로 느껴지는 효과가 있었고, 객석은 그 하이드의 변신에 열광해왔다. 간단히 말해 그간의 지킬은 나중에 등장할 하이드를 더 눈에 띄게 하고 기대하게 만들기 위한 온화한 연기가 핵심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대중에게 잘 알려진 넘버 ‘지금 이 순간’ 또한 극 전 전체로 볼 때는 정점에 있는 곡이 아니었다. 지킬이 하이드로 변신하기 직전 예고편 같은 임팩트를 주는 서정적인 곡에 가까웠다.

반면, 민우혁의 지킬 연기는 그런 면에서 기존의 해석과 꽤 차별점이 있어 흥미롭다. 민우혁은 1막 초반부부터 이미 지킬의 감정선이 뚜렷하고 강렬하다. 그의 독보적으로 우월한 신체조건과 함께 순수하고도 강직한 감정 연기는 1막의 ‘의사 지킬’을 보다 두드러지게 만든다. 그러다보니 서사에서도 선량했던 지킬이 왜 하이드의 본성을 내면에 키우게 되었는가 하는 설득력과 개연성이 또렷해진다. 선악을 통제하여 인류를 구원하고 싶은 지킬의 의지가 간단히 그를 비웃고 조롱하는 귀족들로 인해 무력해지고, 민중의 고통을 외면하고 사리사욕과 쾌락을 추구하기 바쁜 타락한 귀족들을 보면서 세상을 향한 분노들이 선량한 지킬의 내면에 커져간다. 1막에서 강직하게 호소하는 민우혁의 지킬 연기가 강렬할수록, 2막의 광기어린 하이드의 모습은 인간적인 설득력을 얻었다. 기존의 지킬-하이드가 마치 완벽하게 다른 이중인격으로 보는 재미를 줬다면, 민우혁의 지킬-하이드는 동전의 양면처럼 한 인격에 뿌리내린 인간의 이중성을 느끼게 한다.

그렇기에 민우혁의 ‘지금 이 순간’은 나중을 위한 비축 없이 강렬한 감정을 발산한다. 이 넘버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관객이라면 하이드의 넘버 못지않게 강렬한 ‘지금 이 순간’을 민우혁의 지킬을 통해 맛볼 수 있다. 이러한 1막 지킬의 강한 여운은 2막 하이드에게도 미묘한 변화를 가져온다. 하이드의 잔인한 악행들이 드라마틱한 반전의 악마적 변신이 아닌, 인간적으로도 공감 가능한 빌런히어로처럼 와 닿는 것이다. 힘 있는 위선자들을 향한 응징이나, 갈구했던 루시의 진심을 얻지 못해 광기에 젖는 민우혁의 하이드가 순수하고 강직했던 지킬의 또 다른 모습으로 자연스레 받아들여진다.

퍼포먼스에 능숙한 아이비의 ‘루시’
강렬한 무희로 분한 ‘Bring on the men’

‘지킬앤하이드’에서 여자 주연으로는 엠마와 루시가 있지만, 입체적인 캐릭터로 관객의 시선을 끄는 것은 루시 쪽이다. 강렬한 퍼포먼스로 대중적 인기를 끌었던 가수 출신 아이비의 루시 연기는 그런 면에서 독보적이다. 그 어떤 여배우들보다도 1막 초반 무대 위에서 공연을 펼치는 루시 연기가 강렬하고 화려하다. 루시의 대표 넘버 ‘Bring on the men’은 퍼포먼스에 능숙한 아이비의 진가를 제대로 엿볼 수 있는 곡이다. 자신 또한 내면에 주체할 수 없는 욕망이 있으나, 일회성 욕망의 대상이 되는 현실은 거부하고 싶은 루시의 솔직한 심정이 화려한 무희들의 춤과 함께 잘 녹아들어 있다.

뜨겁게 온몸이 달았어 꼭 안아 사실은 바랬어
도저히 참지 못해 내 속에 나도 모를 어떤
또 다른 숨어 있는 어떤 나를 주체하기 정말 곤란해
그런 거지 그게 너지 알고 있지
네 맘이 원하는 거지 다들 그래
내가 생각할 땐 남자 여자 모두 그렇게 다 똑같아  (-‘Bring on the men’ 중에서-)

믿고 듣는 원캐스팅 조역과 앙상블의 활약
댄버스-김봉환, 어터슨-이희정의 굳건한 연기

지난 해 11월 개막한 지킬앤하이드 공연이 4개월째로 접어들었지만 모든 무대에 원캐스팅으로 흔들림 없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배우들이 있다. 엠마의 아버지 ‘댄버스’ 역의 김봉환 배우와 지킬의 친구이자 극 전체 서술자 역할을 하는 ‘어터슨’ 역의 이희정 배우가 그들이다. 두 배우들은 무대마다 바뀌는 주연배우들 속에서 매번 좋은 호흡을 보이며 굳건하게 서사와 감정선을 풍부하게 뒷받침해주는 완벽한 조연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희정 배우는 극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지킬과 하이드의 모든 면모를 알고 그의 곁을 지키는 유일한 친우로서 자신의 감정이 한껏 묻어나는 서술자 역에 충실하다. 게다가 목소리에 감정이 짙어 드라마틱하게 장면을 전달하고, 성량이 풍부한 그의 음색은 노래가 되었을 때 객석에 한층 더 풍부한 울림을 더한다. 지킬과의 이중창이나 엠마와 댄버스가 더해져 사중창이 되었을 때 그의 음성은 대극장을 가득 채우며 감동적인 하모니를 연출해낸다. 이 변함없는 조연 배우들의 열연과, 공연 후반부로 갈수록 에너지를 더해가고 있는 앙상블의 탄탄한 뒷받침이야말로 공연의 전체적인 완성도를 높이는 숨은 공신이라 할 만하다.

긴 여정을 이어 온 ‘지킬앤하이드’에 뉴지킬이 불어넣은 신선한 바람은 인상적이다. 기존의 명불허전 지킬 홍광호, 조승우, 박은태에 이어 새로운 지킬 민우혁과 전동석까지 만나보려는 객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4월 5일 마지막 티켓 오픈이 시작되어 후반부에 접어든 이번 2019 ‘지킬앤하이드’는 오는 5월 19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만나볼 수 있다.

사진 제공_오디컴퍼니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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