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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 국립발레단 제 122회 정기공연 ‘오델로’ - 남자의 질투, 그 종말은?

 

우리나라 여성영화감독 박찬옥은 자신의 영화 ‘질투는 나의 힘’을 통해 질투가 선망으로 바뀌어 그것이 더 긍정적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고 질투의 개념에 대해 재해석했다. 한편, 셰익스피어는 자신의 작품 오델로에서 주인공 오델로를 파탄의 길로 이끈 이아고의 대사를 통해 질투는 ‘아주 기분 나쁜 눈빛을 하고 있는 흉물’이며, ‘사람의 마음을 삼키기 전에 실컷 즐기는 놈’이라고 표현했다. 이처럼 질투란 개념은 어느 각도에서, 누가 보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그 모양새가 바뀌어 왔다. 그리고 2008년 여름, 발레문화의 대중화를 선포한 국립발레단이 셰익스피어가 ‘오델로’를 통해 말하고자 했던 질투의 모습과 그 종말을 3인의 안무가들의 눈을 통해 재해석했다.

사전적인 의미로 질투는 ‘사랑의 한 형태로서 사랑하고 있는 상대가 자기 이외의 인물을 사랑하고 있을 때 일어나는 대인 감정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오델로’는 질투 중에서도 ‘배우자의 정결을 의심하는 망상’인 ‘질투망상’에 대한 이야기이다. 국립발레단이 ‘셰익스피어 인 발레’의 첫 무대로 선보인 ‘오델로’에서는 총 4명의 오델로와 4명의 이아고, 그리고 4명의 데스데모나가 등장했다. 연극과 발레 공연을 오가며 각각의 캐릭터를 연기한 무용수 겸 배우들은 서로의 특성을 살린 색다른 오델로와 그 외 역할을 선보였다. 이들은 연극과 발레 공연을 오가며 이루어진 이번 공연에서 각각 대사언어와 움직임언어를 통해 모두 다른 듯 하지만 결국은 같은 그것, 질투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 “질투라는 것은 스스로 잉태되어 저절로 태어나는 괴물이죠”?
안무가 제임스 전은 상상 속에서 타락할 대로 타락한 자신의 부인 데스데모나에 대한 오델로의 혐오심에 초점을 맞췄다. 작품의 분위기는 천과 조명을 이용하여 그림자의 크기 대비를 표현함에 있어 더욱 극에 달하였다. 또 한 가지 인상적이었던 점은 무용수들이 관객들에게 현재의 상황과 감정을 전달함에 있어 적극적인 대사 언어를 채용하였다는 점이다. 이는 현재까지의 발레 공연으로써는 파격적인 일이었지만 무용수들이 관객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려 한 점은 이번 국립발레단의 공연 기획의도와도 잘 맞물린 점이라고 할 수 있다.

- “공기처럼 가벼운 물건도 질투심에 사로잡힌 사람에게는 성경만큼의 효력이 있다”
두 번째로 선보인 안무가 박상철의 작품은 오델로보다는 그를 질투에 눈멀게 한 권력의 탐욕자 이아고에게 중심이 맞춰져 있었다. 박상철이 표현한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오델로와 이아고 등 각 캐릭터들의 내면적 자기중심을 춤과 언어로 표현하며 서로가 매개가 갖는 한계를 메워나가는 형식을 취하고 있었다.


- “아내를 깊이 사랑했지만 현명한 사랑은 아니었다고 전하시오”
오델로의 내부적 괴리와 심적 갈등에 대해 중심을 둔 안무가 백영태는 실제의 오델로 이외에도 10명의 오델로 분신들을 등장시켜 자신의 의도를 더욱 확실히 하는 효과를 주었다. 10명의 분신들과 오델로가 펼치는 박력 넘치는 군무는 마음속에서 수없는 갈등과 내분을 거듭하는 오델로의 심정을 잘 표현한 부분이었다. 또한 최종적으로는 자신의 과오를 깨닫고 데스데모나를 쫓아 죽음을 선택하는 장면에서는 흰 벽에 묶여 끌려 올라가는 무대 장치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대중과 소통하는 발레 공연을 위해 처음 시도된 이번 공연은 기대 이상의 무대 연출력과 전달력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발레 공연에서 춤과 움직임의 아름다움을 느끼고자 했던 관객들에게는 다소 갈증을 부르는 공연이 아니었나 싶다. 한 번씩 폭발해주는 대사 언어에 비해 국립발레단의 본분인 춤은 터질 듯 말 듯한 아쉬움만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공연은 ‘오델로’의 예술감독인 송현옥 교수의 말대로 “오델로는 시도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는 공연”이었다. 세 안무가의 각각의 작품의 하나의 완성품으로 거듭나는 연결고리가 인상적이었던 이 공연은 앞으로도 ‘셰익스피어 인 발레’라는 컨셉트로 계속될 예정이다. 관객과의 소통을 위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국립발레단의 앞으로의 행보가 계속 주목되는 바이다.


조하나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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