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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아프리카 대자연의 활력과 낭만! 뮤지컬 ‘라이온 킹’공연예술로 재해석한 위트 넘치는 변주와 조화

뮤지컬이 종합예술임을 이토록 실감하게 하는 작품이 또 있을까. 원시 자연을 닮은 아프리카의 소리가 울려 퍼지면 총 천연의 색채가 무대와 객석을 휩쓸 듯이 동물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 인간의 모든 감각을 깨우려는 듯 축제와도 같은 압도적인 오프닝 ‘Circle of life’으로 작품은 화려한 신고식을 마친다. 독특한 볼거리와 소리에 눈과 귀가 즐겁고, 아프리카 특유의 흥겨운 리듬과 탄력적 안무에 몸이 들썩이기 시작한다. 날라 역의 ‘조슬린 시옌티’는 뮤지컬 ‘라이온 킹’에 대해 “이 작품은 인생에서 한 번쯤은 느껴봐야 할 위대한 경험”이라고 말한 바 있다. 드디어 대구에 이어 서울 관객들도 ‘라이온 킹’ 인터내셔널 투어팀이 자신 있게 선보이는 “위대한 경험”을 선물 받을 차례가 됐다.

인간의 상상력으로 완성시키는 ‘아프리카 대자연’
- 더블 이벤트, 위트 넘치는 변주와 조화

뮤지컬 ‘라이온 킹’의 특별한 점을 우선 꼽자면, 동물 캐릭터를 구현해낸 독특한 ‘더블 이벤트’가 단연코 눈에 띈다. ‘더블 이벤트’란 퍼펫(인형)을 활용해 동물을 표현하면서도 그것을 움직이는 배우들을 적절히 활용해 작품 내내 인간과 동물 요소가 공존하도록 한 것을 말한다. 신비로운 점은 그 교묘한 공존과 융합이 보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시켜서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을 보게 만든다는 것에 있다. ‘라이온 킹’의 무대를 보고 있자면 어느새 보이지 않는 것까지 상상해가며 즐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실사에 가까운 직설화법에는 없는 아날로그식 간접화법만이 주는 매력이랄까.

이를테면 커다란 수레바퀴를 돌리며 여러 마리의 가젤이 튀어오르는 모습을 연출한다거나, 파릇한 풀로 된 거대한 모자를 쓴 사람들이 너른 초원을 연출하는 장면은 실제와 다른 변주이기에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오늘날 생생해진 3D영상이 결코 구현할 수 없는 위트 넘치는 동화적 아름다움이다. 무대에는 놀라운 상상력이 곳곳에 숨어 있어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영화적 기법이 아닌 공연 무대에 맞도록 충실하게 재해석된 캐릭터의 표현 방식과 장면 구성은, 영화를 보고 온 관객에게도 새로운 공연예술의 매력을 곱씹게 한다. 세월을 초월하는 뮤지컬 ‘라이온 킹’의 이 독보적 강점 덕분에 연출가 줄리 테이머는 여성 연출가 최초로 토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게다가 동물마다 퍼펫의 사용과 그 융합 방식이 각기 다름에도 불구하고, 그 다양한 개성이 전체적인 장면의 조화를 해치지 않고 오히려 역동적으로 보이게 한다는 점은 놀랍다. 그 연출 방식 자체가 마치 거대한 아프리카 대자연의 ‘역동성’과 ‘생명력’이라는 주제의식을 표현하고 있는 듯하다. 남아프리카 출신인 배우 ‘조슬린 시옌티’는 인터뷰를 통해 “보통 한국 관객들이 매체를 통해 봤을 아프리카가 아닌, 그동안 보지 못한 아프리카의 아름다움과 아프리카 인들의 재능에 대해 보여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다수의 출연진이 아프리카 출신 배우와 댄서들로 구성된 ‘라이온 킹’은 그 특유의 리듬감과 탄력성, 경쾌한 위트가 조합을 이루며 아프리카 사반나의 아름다움을 흠뻑 느끼게 한다.

신화적 서사에 담은 ‘생명의 순환(Circle of life)’
- 서사의 변곡점 만드는 캐릭터들의 활약

고대부터 가장 오래 사용된 인간의 원형적 상징은 자연으로부터 비롯되었다. ‘라이온 킹’은 고대 영웅 신화의 일대기를 따르는 단순한 구성 속에 ‘탄생과 성장, 위기와 성숙, 죽음에서 다시 탄생’이라는 자연의 거대한 순환적 구조를 보여준다. 자연을 지배하는 왕 ‘무파사’로 상징되는 대자연의 질서는 그의 아들 ‘심바’에게 신념을 잇게 하려고 하지만, 순리를 거스르는 배반과 파괴의 상징 ‘스카’에 의해 희생당하고, 동물들은 죽음의 위기를 맞는다. 하지만 자연에서 죽음은 또 다른 탄생의 기반이며, 위기는 성숙의 계기가 되어 되돌아오는 법이다. 대자연을 돌볼 제왕의 자리가 진정한 자신의 자리임을 깨달은 ‘심바’는 ‘스카’와 하이에나들이 몰고 온 죽음의 위기로부터 자연을 구하고, 아프리카의 대자연은 다시 생명의 활력을 되찾는다.

주인공은 ‘심바’지만, 그를 위기에 빠뜨리고 길을 벗어나게 만들거나, 헤매는 그에게 나아갈 길을 알려주는 길잡이 역할을 하는 등 중요한 서사의 변곡점에는 다양한 캐릭터들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형제 ‘무파사’에게 열등감을 느끼고 자연의 질서에서 벗어난 반역을 꿈꾸는 ‘스카’는 강렬한 카리스마와 교묘한 계략으로 유약한 ‘심바’의 마음을 흔들고 객석의 긴장감을 높여준다. 라피키 역의 배우 ‘느세파 핏젱’ 역시 인터뷰에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로 ‘스카’를 꼽았으며, “하이에나들이 불쌍하고 약해보일 정도로 악한 카리스마를 잘 보여주는 캐릭터로, 그 강렬함을 존경할 정도”라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왕위를 차지하고도 “아무도 날 사랑해주지 않았어”라고 털어놓는 내면의 외로움과 고독은 그를 단순한 악당으로 치부할 수 없게 하는 강한 공감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심바’에게 제왕의 위치를 깨닫게 하고, 아버지의 가르침을 상기시키는 두 여성 캐릭터 ‘날라’와 ‘라피키’도 매력적인 자신의 역할을 완수한다. 성장한 암사자 ‘날라’는 자신을 소유하려 드는 ‘스카’로부터 벗어나 과감히 자신의 길을 개척하려는 여성 지도자의 면모를 보여준다. 주술사 ‘라피키’는 토속어나 주술적 몸짓들을 통해 ‘심바’를 비롯한 동물들의 길잡이 역할을 한다. 이해할 수 없는 그녀의 언어와 독특한 몸짓들이 단순할 수 있는 서사에 호기심을 부추기고, 신비로운 활력을 불어넣는다. 

소울 짙은 음악, 명장면들의 여운과 임팩트
- 야생의 음악 세계와 낭만적 조명 연출

뮤지컬 ‘라이온 킹’에서는 음악의 힘도 빼놓을 수 없다. ‘엘튼 존-팀 라이스’ 콤비가 만들어낸 명곡들과 남아프리카 출신 음악가 ‘레보 엠’이 불어넣은 아프리카의 소리들이 역동적이면서도 소울 짙은 야생의 세계를 만들어낸다. 특히 2층 객석의 퍼커셔니스트들이 연주하는 다양한 타악기들이 아프리카 특유의 분위기를 더해준다. 여기에 별이 수놓인 아프리카 초원을 표현해낸 낭만적인 조명 연출이나, 사운드와 함께 역동적으로 펼쳐지는 하이에나-물소떼 등의 군무는 시선을 사로잡는다. 영상이나 화려한 무대에 의존하지 않는 아날로그적 낭만이나, 퍼펫을 쓴 배우들의 힘이 그대로 느껴지는 군무 같은 요소들이 이 작품이 추구하는 원시 세계의 생명력을 곳곳에서 느끼게 한다.

작품의 조명은 두 차례나 토니 어워즈 조명 디자인상을 수상한 ‘도널드 홀더’가 맡았으며, 무대 디자인은 ‘리처드 허드슨’이 맡았다. 이 외에도 크리에이터로는 연출가 줄리 테이머와 함께 마스크와 퍼펫을 공동 디자인한 ‘마이클 커리’, 사운드 디자이너 ‘스티브 캐니언 케네디’, 헤어메이크업 디자이너 ‘마이클 워드’ 등의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무파사와 어린 심바의 초원 씬과 성장한 심바가 무파사의 영혼을 만나는 씬 등은 무대에서 조명의 힘을 여실히 느끼게 한다. 또, 각 캐릭터의 외양을 하나씩 들여다보면 퍼펫의 독창성과 정교함도 놀랍지만, 각 캐릭터의 개성을 표현한 헤어메이크업을 비교해보는 즐거움도 있다.

한편, 유쾌한 코믹 콤비 ‘티몬과 품바’,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는 왕의 심복 ‘자주’는 이따금 한국어를 내뱉어 관객을 즐겁게 한다. ‘대박’이나 ‘감사합니다’와 같은 간단한 한국어는 물론, ‘번데기 샌드위치’나 ‘동대문 시장’, ‘에버랜드’와 같은 예상치 못한 엉뚱한 말들도 튀어나온다. 남은 공연 동안 인터내셔널 투어 팀이 능청스럽게 구사하는 한국어나 농담들을 곳곳에서 발견하는 깨알 재미도 놓치지 말자. 그렇게 웃고 놀라며 즐기다 보면, 영화가 공연예술로 철저히 재해석된 위트 넘치는 변주 속에서 진정한 아프리카 대자연의 활력과 낭만을 느낄 수 있다. 150분간이 마법처럼 흘러가는, ‘조슬린 시옌티’가 자신 있게 말했던 바로 그 “위대한 경험” 말이다.

사진_뉴스테이지DB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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