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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 진솔한 몸을 만나는 여기! ‘Middle place’, 유한한 시간을 만나는 여기! ‘Waiting room Ⅱ’

 

5월 27일부터 시작된 ‘MODAFE 2008’은 세계 각국 예술가들의 무용 양식을 공유하고 한국의 유망한 젊은 무용가들을 해외에 소개하기 위해 기획된 축제이다. 1982년을 시작으로 올해 27회를 맞이하는 ‘MODAFE’는 지난 26년 동안 해외 100여 개 단체, 국내 300여 개 단체의 작품을 관객들에 선보이며 국내대표 국제현대무용제로 자리 잡고 있다.

‘MODAFE’의 해외 초청공연, 국내 초청공연, 국제 레지던스, 국제공동작업 등 다양한 공연 아이템 중 국내 초청작품으로 선정되어 큰 갈채를 받았던 두 작품을 조명해 보았다. (메인사진_ ‘Middle place’)

진솔한 몸을 만나는 여기! ‘밝넝쿨’의 ‘Middle place’
‘Middle place’는 2007년 ‘MODAFE’에서 ‘꿈꾸는 몸’이라는 작품으로 극찬을 받았던 ‘밝넝쿨’이 안무한 작품이다. ‘Middle place’는 사회적인 이슈를 공론화시키거나 개인의 삶을 투영하여 주제를 삼은 것이 아니라 오로지 무용수의 움직임에만 중점을 두고 만들어진 공연이다. ‘밝넝쿨’은 무용가의 영원한 탐구과제인 몸을 탐구하는 자신과, 그와 함께하는 무용인을 묶은 공간을 ‘Middle place’라 칭하였다. ‘Middle place’는 현재 자신과 함께 살아 숨 쉬며 같은 공간을 나누는 몸들의 아름다움에 대해 말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번 작품의 시작은 6개의 몸이 뒤엉켜 한 무더기로 쌓여있는 집합에서 시작했다. 면 티에 면바지 등 평범한 복장을 하고 있는 여섯 무용수들은 서로 겹쳐지고 꼬인 몸을 부드러운 동작으로 풀어내며 편안하게 각자의 위치로 흩어져나갔다. ‘Middle place’ 안에서 무용수들은 둘 셋씩 짝을 지어 그룹을 만들었다 해체했다를 반복하며 고관절을 사용한 웨이브 동작을 많이 선보였다. 특히 남녀 무용수 두 명이 등을 맞대고 어깨와 어깨, 등과 허리를 꿈틀거리며 서로의 몸 아래로 훑어 내려가는 웨이브가 인상적이었다. 공연이 후반부로 가면서 절정에 이를 때에는 절규하는 듯한 무용수들의 동작과 더불어 영화 ‘ONCE ’의 OST인 ‘say it to me now’와 ‘falling slowly’기 삽입되어 관객들의 감수성을 자극하였다. 또한 독특한 점으로는 작품 중간에 무용수들이 무대 끝으로 나와 일렬로 서서 관객석을 응시하는 부분을 들 수 있다. ‘밝넝쿨’은 “그 부분은 무용수들이 ‘Middle place’를 관람하러 온 그들의 부모를 찾는 장면이다”라고 이야기하며 자신은 “안무를 짤 때 작품에서 삽입하면 좋을 것 같은 장면을 하나씩 넣는데 이번엔 관객석을 응시하는 부분이 바로 그것”이라고 전했다.

‘Middle place’에서는 관객의 시선을 확 잡아끄는 화려한 동작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간밤에 맺힌 이슬이 몸 위에 떨어지면 파르르 떨리는 어린 나뭇잎처럼 생명의 신비가 살아있는 몸짓이 공연 내내 계속되었다. 특별한 의미부여 없이 연속되는 그들의 몸짓은 순수한 몸의 이미지를 잘 형상화했다. ‘밝넝쿨’과 그의 무용단 ‘오! 마이라이프 무브먼트 씨어터(Oh! mylife movement theater)’가 함께한 ‘Middle place’는 우리의 몸 속에 녹아있는 거대한 진실을 춤이라는 자연의 언어로 표현한 공연이었다.

유한한 시간을 만나는 여기! ‘이윤경’의 ‘Waiting room Ⅱ’
‘Waiting room Ⅱ’는 안무가 ‘이윤경’이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모티브로 하여 만든 두 번째 작품이다. 끝없이 무언가를 기다리는 각 개인에 대한 단상을 그린 ‘Waiting room Ⅱ’은 2005년 ‘한국춤평론가협회’가 수여하는 ‘춤비평가상’에 선정될 만큼 작품성을 인정받은 공연이다.

‘Waiting room Ⅱ’는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정제되고 간결한 안무가 특징인 작품이다. 남자 무용수들은 셔츠와 정장 바지, 여자 무용수들은 블라우스와 검은 치마, 원피스 등 정장풍의 의상을 입고 미니멀한 동작들을 선보였다. 뭔가를 좇는 듯 고개를 길게 내 빼고 멍하니 허공을 한참 들여다보는 동작과 균형 잡기 힘든 자세에서 자꾸 기울어지고 마는 자세를 고정시키기 위해 뒤뚱거리는 동작이 반복되며 알 수 없는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상체를 축 늘어뜨린 채 팔꿈치와 무릎 등을 흔들며 터덜터덜 이어지는 걸음걸이는 긴장된 분위기와 상반되게 늘어진 시간처럼 이완된 상태를 보여주며 무대의 공기를 전환시켰다.

이 작품의 세트에서는 사각의 무대 위 한 꼭짓점이 눈에 들어왔다. 무대 바닥에 위치한 사각 틀 뒷면의 왼쪽 꼭짓점에는 흰 나무기둥이 하나가 불쑥 뽑아져 올라와 있었다. 처음에 그 막대기는 바닥과 예각을 이루며 올곧게 서 있다가 공연이 진행됨에 따라 차츰 변화를 보였다. 공연 막바지에 여성 무용수 한 명과 남성 무용수 한 명이 제자리에서 빠르게 움직이며 격렬한 동작을 취할 때 남자 무용수 한 명이 무대 안쪽에 솟아있는 막대기를 어깨에 지고 서서히 바닥에 누웠다. 막대기를 내리는 동작은 긴 시간을 두고 천천히 행해졌다. 막대기가 내려가는 도중에 여성 무용수의 동작은 사그라지듯 그치고 중앙에 혼자 조명을 받고 있는 남자 무용수의 점핑이 계속되며 ‘Waiting room Ⅱ’가 종료됐다. 흐르는 시간을 의미하는 그 막대기는 인간 사이의 엇갈림과 충동을 혼란스럽게 풀어낸 안무를 배경으로 유유히 바닥으로 떨어지며 모습을 감췄다. 누구나 큰 목표와 이상을 안고 살아가지만 삶이 끝날 때는 ‘Waiting room Ⅱ’에 등장했던 막대기처럼 현재까지의 삶과는 관계없이 시간의 순리에 따라 죽음을 맞이한다. ‘Waiting room Ⅱ’는 우리의 삶과 시간의 유한성을 무대 소품과 즉흥성이 강화된 안무로 잘 살려낸 작품이었다.

‘밝넝쿨’의 ‘Middle place’와 ‘이윤경’의 ‘Waiting room Ⅱ’는 6월 2일부터 3일까지 이틀간 ‘아르코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되었다.


연분홍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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