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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성의 The Stage 137]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 유희성 칼럼니스트
  • 승인 2018.08.23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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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가 5년 만에 돌아왔다.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는 관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늘 ‘다시 보고 싶은 뮤지컬 1위’로 선정되며 많은 마니아의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다.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우연을 넘어선 인연, 그 인연을 넘어선 운명을 그렸다. 정식 공연으로 오픈하기 전 5년여의 세월 속에서 제대로 된 준비작업을 거쳐 잘 만들어진 탄탄한 뮤지컬로 탄생했다.

작품은 2008년부터 1차 워크숍을 시작으로 2009년 2차 워크숍, 2010년 대구국제뮤지컬 페스티벌 창작지원작으로 선정되어 트라이아웃을 거쳤다. 지난 2012년에는 과감하게 1차 창작진까지 바꾸며 작품을 대폭 수정 보완, 재개발한 후 서울 초연을 맞이했다. 결국 그해 한국뮤지컬대상과 더뮤지컬 어워즈에서 작품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개막했으며 2013년 앙코르 서울 재공연을 성사시켰다. 그리고 2018년 5년 만에 세종문화회관 개관 40주년 기념공연으로 무대에 올랐다.

소년은 비 오는 날 느닷없이 뛰어든 소녀에게 단박에 마음을 강타하고 혼미하게 한다. 그동안 첫눈에 반한다는. 그런 말 따위는 절대 믿지 않았던 ‘인우’는 그날 이후 온통 삶에 있어 나타난 주체할 수 없는 증상에 안절부절못하고 매사에 실수투성이다. 인우가 깨어있는 시간, 인우의 마음과 눈에 밟히는 것은 온통 그녀뿐이다. 우여곡절 끝에 친구들의 도움으로 재회의 기쁨을 누리게 되고 그로 인해 더더욱 가슴 설렌다. 그렇게 사랑을 확인하고 사랑을 나누며, 청춘남녀의 사랑의 기쁨은 나날이 더해만 간다. 그러나 어긋난 만남과 입대로 두 사람은 결국 작별의 시간으로 이어진다. 만나기로 약속한 시간은 무참히 지나쳐버리고 격한 해후는 어느새 바람 타고 사라져버린다.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는 영화 개봉 후 20년이 흘렀건만 최고의 멜로 영화로 손꼽히며 아직도 많은 이의 가슴에 아련히 기억되곤 한다. 특히 비 오는 날이면 “죄송하지만 저기 버스정류장까지만 씌워 주시겠어요?”라고 말하며 느닷없이 우산 속으로 뛰어든 햇살 같은 소녀를 기억한다. 그러면서 인연은 시작되고 꿈같은 청춘은 흐르는 시간과 함께 덧없이 지나버림과 동시에 첫사랑의 기억은 그렇게 푸른 상처만 남기고 가뭇없이 멀어져갔다. 그런데 언제인가부터 잊었다고 생각했던 끈질긴 인연의 끈은 전혀 예기치 않은 상황 속에서 비수 같은 번개처럼 찾아온다. 그런 믿기지 않은 현실을 부정할 수 없는 마음으로 방황한다. 현재 교사로서, 심지어 담임으로서의 현실의 끈을 놓아버리고 만다. 당시엔 생소하거나 아주 드물기만 했던 동성애에 대한 믿을 수 없는 놀림과 야유의 상황까지 온 자신을 끝내 극복할 수 없다. 그리고 그들은 결국 번지점프를 하듯 하늘의 새가 되어버린다.

‘숟가락은 ㄷ 받침인데 젓가락은 왜 ㅅ 받침일까?’라는 의문이 뇌리에 살포시 박히며 그런 현상에 갸우뚱하기도 하고 물건이나 컵을 들 때 애기지의 손가락이 살짝 또는 많이 펼쳐진다거나 하는 모습에 예의주시하는 관찰력까지 동반하며 ‘번지점프를 하다’의 영화적 드라마의 신드롬은 세대를 불문하고 한 번쯤 깊게, 더러 가볍게라도 머물다 지나치고 가끔 다시 상기하기에 이른다. 또한 풀어진 운동화 끈을 묶어준 모습은 사랑을 시작하는 여인들의 앳된 증상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이 작품의 미덕은 뭐니 뭐니 해도 멜로적 감성이 물씬 스며있는 드라마다. 뮤지컬로 변환되면서 무대 적 시어로 찰지게 달라붙는 똑똑한 가사와 영화적 감성을 더 정제해 한없이 맑고, 투명하다. 심장을 두드리듯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서정적인 멜로디와 애수 뛴 경쾌함이 묻어있는 왈츠선율은 가사와 will Arenson 작곡의 환상의 콤비가 무한 빛을 발했다. 거기에 생활적인 동작과 자연스러움이 묻어난 신선호 안무의 유니크한 움직임은 작품의 양념처럼 깊고 상큼한 맛을 더해주었다.

결코 배우들의 열연을 빼놓을 수 없다. 혜주 역의 배우 이지민은 상큼하고 투정 섞인 미성과 아내 소현 역의 배우 이다정의 안정감은 작품에서 꼭 필요한 알맹이로 존재했다. 누구나 사랑할 수밖에 없는 매력적인 캐릭터로 분한 배우 최우혁은 작품에 쏟아지는 아침햇살 같은 신비함과 깨끗하기만 한 이미지에서 어느새 상 남자로 되돌아온 현빈 역을 완벽 빙의한 듯 노래하고 연기했다. 그는 전작인 ‘프랑켄슈타인’에서 보여주던 모습과는 또 다른 칠면조 배우로서의 매력을 물씬 발산했다. 배우 김지현은 매 작품마다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해 정성을 다한 모습을 보여주기로 정평이 나 있다. 이번 태희 역은 바로 김지현, 본인인 것 같은, 꼭 맞은 옷을 입은 것 같았다. 섬세한 감성까지 절대 놓치지 않고 명확한 대사 전달과 함께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바로 그 여자 태희로 분했다. 그리고 사랑을 알고 사랑만을 위해 살고, 사랑으로 괴로워하고, 사랑으로 죽을 수 있는 사랑의 메신저 인우 역의 배우 강필석은 기존의 어느 매체에서도 찾을 수 없고 그간의 많은 역을 했던 배우의 필모그라피에서도 결코 찾을 수 없는 강필석만의 캐릭터를 깊고 강렬하게 구축했다.

명작은 언제 봐도 명작의 향기를 맡을 수 있어 좋다. 다시 또 공연 될 명작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를 기대한다.

 

 

유희성 칼럼니스트  he2s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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