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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 다섯 그루의 춤추는 나무 ‘저스트프리-드리머(JUST FREE -Dreamer)’

 

‘저스트프리(JUST FREE)’는 매년 새로운 시선과 과감한 작품연출로 자기만의 색채와 표현력을 가진 독창적인 작가들의 작품을 발굴하여 공연의 기회를 제공하는 정 아트비전의 중장기 멀티 프로젝트 퍼포먼스이다. 열정적인 아티스트들을 발굴하고 지원, 육성하기 위해 기획된 댄스 프로젝트 ‘저스트프리-드리머(JUST FREE-Dreamer)’는 자신만의 확고한 무용세계를 꿈꾸는 다섯 안무가의 공연으로 꾸며졌다. 이번 프로젝트는 ‘개미의 똥’, ‘버닝(buring)’, ‘노이즈 액트(noise act)’, ‘뒤틀린 독백’, ‘다크니스 품바(Darkness poomba)’ 순으로 진행되었다. (메인사진_ ‘개미의 똥’, ‘버닝(buring)’)

사회의 상처에 출혈 중인 나무 - 리휘의 ‘개미의 똥’
리휘의 ‘개미의 똥’은 피와 흥분을 연상시키는 붉은 톤이 지배적인 심상으로 작용한 공연이다. 야외공연인 ‘개미의 똥’은 ‘LIG아트홀’의 건물 앞 거리에서 펼쳐졌는데 인도에서 진행되던 극이 클라이맥스에 달하자 도로까지 확장 진출하여 이루어졌다. 정신적인 공황상태인 듯한 격앙된 남자 무용수들이 인도에 설치되었던 스티로폼 벽을 들고 도로를 질주하기도 하며 신호 대기중인 차에 승차하려는 시도를 하는 등 일탈적인 해프닝이 이어졌다. 또한 서로를 공격하거나 부서질 듯 연약한 여성 무용수를 집단 학대하는 등의 파격적인 연출로 지나가는 시민들의 시선을 잡아끌기도 했다. 특히 이 작품에서 사과 씹어 먹기, 동전 뱉기, 확성기로 말하기 등의 입을 통해 행해진 행위는 안무가 리휘의 사회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으로 보여졌다. 그러한 행위들은 공연 안에서 억압되고 비뚤어진 사회를 비판하고 사회의 더러운 일면을 배설해내는 역弩� 했다. ‘개미의 똥’은 봇물처럼 쏟아지는 정보들과 부조리한 사회 구조 속에 존재하는 개인의 혼란과 메스꺼움, 구토가 뿜어 나오는 공연이었다.

거꾸로 불타는 나무 - 최종환 ‘버닝(buring)’
‘버닝(buring)’은 ‘주체’와 ‘객체’의 보편적인 개념과 위치를 전복시킨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작품에서 최종환은 공연의 중심을 일반적인 중심인 인간에서 공연에서 소품으로만 여겨지던 사물로 옮겨 연출했다. ‘버닝(buring)’은 사물이 사람보다 우위에 위치할 때 생기는 비일상적이고 신선한 이미지를 통해 관객들에게 사물을 인식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했다. 관객들은 무용수들이 사물을 피하면서 동작을 선보일 때 그들이 사물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갖고 또렷하게 의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을 것이다.
안무가 최종환은 작품에 무용수로 참여하기로 되어있었으나 실제 이번 무대에서는 춤을 추지 않았다. 그는 ‘buring’의 무대에 무용수로 서지 않은 이유를 “좀 더 세밀하게 작품을 관찰하고 안무가로서의 역할에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또한 최종환은 “무대 위의 무용수들 뿐 아니라 무대 뒤에서 의자를 끈으로 조정해서 의자를 움직였던 사람들도 무대 위에서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춤을 춘 것과 다름없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그들은 단순히 의자를 조정하는 장치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한 것이 아니라 무대의 공기와 관객석의 호흡을 맞추는 춤꾼으로서 작품에 참여했다고 할 수 있다. 최종환의 말처럼 그의 작품 ‘버닝(buring)’은 관객들로 하여금 습관적인 인식에서 벗어나 다각적으로 사물과 현상을 바라보는 눈을 경험하게 했다.

소음에 몸살중인 나무 - 안나 ‘노이즈 액트(noise act)’
일본의 무용가 안나가 안무를 맡은 ‘노이즈 액트(noise act)’는 파워풀하고 일사분란한 여성 군무와 남성 솔로가 스피디하게 진행되었던 공연이었다. ‘노이즈 액트(noise act)’의 안무는 공기 중의 먼지만큼이나 무수히 많은 소음을 배경으로 무용수들이 펼치는 박진감 넘치는 큼직큼직한 동작이 특징이다. 이 작품은 ‘속도와 시간의 편차, 그에 따른 움직임이 주된 포인트’라는 안나의 기획 의도처럼 번뜩거리는 조명 아래 에너지가 강하게 느껴지는 육체의 떨림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이 공연에서 주목받았던 여성 무용가들은 남성 무용가 못지않은 절도가 느껴지는 재빠른 움직임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전체적으로 무용수들의 안무는 감성적인 부분이 배재되고 기계적인 자극에 의한 균일하고 평준화된 반응이 주을 이뤘다. ‘노이즈 액트(noise act)’에서 무용수들은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라기보다 자극에 대한 ‘반응’ 그 자체로서 존재했다. ‘노이즈 액트(noise act)’는 현대의 속도에 길들여지고 훈련된 개체의 군상을 거친 호흡으로 잘 표현한 작품이었다.


(사진_ ‘뒤틀린 독백’, ‘다크니스 품바(Darkness poomba)’)

성장통에 몸부림치는 나무 - 김설진 ‘뒤틀린 독백’
‘뒤틀린 독백’은 무용수가 무용을 하게 되면서 겪게 되는 과도기를 프로레슬링 경기장같은 원형의 무대 안에서 치열한 몸짓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김설진이 ‘에곤 쉴레’의 자화상에서 영감을 얻은 ‘뒤틀린 독백’은 뒤틀림과 넘어짐, 휘어짐 등 굴곡진 동작의 선들이 원형 무대 위에 맴돌며 땀방울과 함께 얼룩져 한 편의 자화상 같은 이미지로 다가왔다. 비틀어지고 곤두선 신경과 관절들의 긴장이 담긴 동작은 김설진의 삶에 대한 투시와 성찰을 강렬하게 보여줬다. 이 작품은 공연 처음부터 끝까지 무대 전환이 없고 조명의 변화도 거의 없다. 암전 가운데 무대 위 김설진의 몸짓에만 빛이 쏘아지는데 그것은 무용수라는 한 길을 걷는 그의 삶을 더 효과적으로 주시하게 했다. 또한 그러한 무대는 김설진의 끝없는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을 외부의 타인이 비밀스럽게 훔쳐보는 듯한 느낌을 갖게 했다. ‘뒤틀린 독백’은 안무가로서 슬럼프와도 같은 과도기를 겪는 김설진의 고뇌와 성숙을 위한 방황이 강하게 표출되는 공연이었다.

한바탕 시원하게 놀 줄 아는 나무 - 김재덕 ‘다크니스 품바(Darkness poomba)’
‘다크니스 품바(Darkness poomba)’는 전통적인 ‘품바’의 새로운 해석으로 안무가 ‘김재덕’이 공연 중간에 직접 노래를 불러 관객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이 작품은 무대를 꽉 채운 훤칠한 무용수들의 동작과 드럼, 기타, 베이스로 이루어진 밴드의 음악이 서로 녹아들며 융화를 잘 빚어냈다. 판소리꾼과 김재덕이 주고받은 노래는 공연 도중에 ‘기합’처럼 힘을 불어넣어 ‘다크니스 품바(Darkness poomba)’에 탄력을 실어줬다. 또한 공연 후반부에 등장한 남자 무용수 두 명이 펼친 안무는 전통적인 품바의 주제인 떠돌이 생활을 적절히 표현해냈다. 이 두 무용수는 철제 식판을 들고 숨도 제대로 쉬기 힘든 빠른 속도로 숟가락질을 하는 동작을 선보이며 한 군데에 정착하지 못하는 품바들의 삶의 애환을 춤으로 위트 있게 보여줬다. 무용 70%, 음악 30%로 구성되었지만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으로 120%의 공연성과를 얻어낸 ‘다크니스 품바(Darkness poomba)’는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안겨준 공연이었다.

현재 한창 성장중인 안무가의 개성 넘치는 다섯 개의 작품은 하늘을 향해 가지를 뻗고 땅 아래로 뿌리를 박고 있는 나무들처럼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며 관객들을 향해 춤을 추었다. 이번 ‘저스트프리-드리머(JUST FREE-Dreamer)’ 프로젝트는 내년에 있을 ‘저스트프리(JUST FREE)’의 어떤 새로운 나무들이 감각적인 춤사위를 선보일 지 기대를 갖게 하는 행사였다.


연분홍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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