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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성의 The Stage 135] 뮤지컬 ‘용의자 X의 헌신’
  • 유희성 칼럼니스트
  • 승인 2018.06.22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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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용의자 X의 헌신’은 일본 추리소설의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의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장편 소설이 원작이다. 원작은 대학 동기이지만 사건을 철저히 은폐하기 위한 수학자 이시가미와 사건의 의문을 풀기 위한 물리학자 유카와와의 치밀한 두뇌 싸움을 그려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이 작품은 치밀한 미스터리와 탄탄한 구성이 돋보이며 2006년 국내 발간 후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미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 각각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뮤지컬은 소설을 바탕으로 국내 베테랑급 창작진이 의기투합했다. 대본과 작사에 정영, 원미솔 작곡가가 함께한다. 공연은 지난 2014년부터 개발 작업을 시작해 2016년 대명문화공장 개관 2주년 신규 콘텐츠 개발 지원 프로젝트인 ‘공연 만듭니다 - 동행’ 프로젝트에 선정되어 사전 리딩공연을 비롯해 약 2년간 추가 개발 기간을 거쳐 뮤지컬 최종본이 완성됐다.

작품의 시작은 시계 초침처럼 의미 없는 삶의 연속을 무료한 듯 걷고 있는 이시가미의 일상을 노래하며 따라 걷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옆집으로 이사 온 모녀에 귀 기울이게 된 천재적인 수학자 이시가미의 몽유병 같은 상상과 추리는 계속 증폭되어 간다. 야스코를 도우려다 결국 야스코에 매료되어 병적인 집착에 중독되어버린 이시가미의 처절하고도 슬픈 사랑을 맞닥뜨리게 된다. 마지막에는 이시가미의, 어쩌면 순수한 희생과 사랑 앞에 하염없이 오열하는 야스코처럼 모두가 숨이 멎은 듯 무너진 가슴을 어루만지게 한다. 작품은 천재 물리학자의 유카와의 이시가미에 대한 회상과 사건의 전모를 밝히는 과정을 나레이션하듯 읖조리 듯 회자화하며 그의 기억을 무대에 형상화한다.

등장인물은 대학동기이자 수학자인 이시가미와 물리학자인 유카, 폭력성 남편에게서 도망치듯 전전하는 미모의 도시락 가게 점원 야스코, 그의 딸 미사토, 살인 사건의 전모를 캐려는 형사 쿠사기와 동료 키시야. 이들의 톱니바퀴처럼 물고 물리는 전개와 접전 속에서 한시도 다른 생각을 할 수 없게 미스터리하고 스릴 넘치는 반전 매력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작품에 빠져들게 한다.

작품의 매력은 무엇보다 일상적이면서도 귀에 쏙쏙 감기는 마법 같은 정영 작가의 언어다. 언어를 통한 인간의 고독과 사랑에 관한 처연한 아름다움이 폭포처럼 끊임없이 쏟아지는 향연을 마주하게 된다. 거기에 인간으로서 어떠한 상황적 정서에서 뱉어낼 수 있는 언어가 가진 억양과 표정, 인토네이션의 뉘앙스까지 완전히 적합한 음악적 표정으로 찰지게 음가를 붙인 원미솔 작곡의 레시타티보풍의 매력적인 선율과 리듬의 환상적 콜라보가 단연 돋보인다. 또한, 스릴러는 여태 경험치 못했던 색다르면서도 독특한 형식의 뮤지컬로 탄생시켰다.

그렇게 창작진은 오랜 고민과 노력의 흔적으로 독특한 형식의 뮤지컬 어법을 창작했고 거기에 실력파 배우들의 합류로 작품은 날개를 달았다. 배우 조성윤은 수려한 외모와 연극적으로 내재된 감성과 정서를 표출하는 세세한 표정과 더불어 적합한 정서를 녹여 내며 안정적인 가창력으로 캐릭터에 동화된 이시가미역을 소화했다. 유카와역의 송원근 배우의 환상적 호흡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게 될 것 같다. 또한, 쿠사나기와 키시야 역의 배우 조순창과 류정훈의 외형과 보이스 이미지를 통한 대비와 긴장감 역시 작품의 진행상 매우 적합한 옷을 입은 듯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무엇보다도 이제는 어떤 무대에서나 안정적이며 제 몫을 제대로 해내며 믿고 보는 배우로 등극한 야스코 역의 임혜영 배우와 미사토 역의 안소연의 보이스 브랜딩 역시 매우 찰지게 들어맞았다.

원작인 소설과 영화와는 다르게, 오랜 준비 기간을 거쳐 개발해 탄탄하고 안정적인 무대만의 매력적인 뮤지컬로 탄생한 뮤지컬 ‘용의자 X의 헌신’이 한국 창작 뮤지컬의 또 다른 형식의 이정표를 만들어 낸 것 같다.


사진제공_달컴퍼니

유희성 칼럼니스트  he2s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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