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시작하자마자 남자 무용수의 병역혜택 축소가 뜨거운 감자로 대두 되었다. 정부는 그동안 국내 경연대회 수상자에게 주었던 병역특혜를 국제대회로 한정한다고 밝혀 무용계의 큰 반발을 사고 있다. 이에 지난 달 17일 한국무용협회(이사장 김복희)는 ‘병역법 개악 규탄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시키고 現 개정안에 대한 반대 성명서를 발표했다.
1973년 도입된 문화체육분야의 병역특례제도로 그동안 한국의 무용이 세계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발판이 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이 제도로 혜택을 입은 무용수 이원국, 김용걸, 황재원, 홍승엽 등의 무용수들의 활약상을 보아도 알 수 있다.
특히 남자무용수 기근 현상이 심각한 무용계에 이번 정부의 발표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정부의 이런 방침으로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한국무용협회 김복희 이사장을 만나 무용수들의 병역 특혜의 타당성과 정부의 현 방침이 한국 무용계에 미치는 타격을 들어보았다.

▷ 병역혜택은 소수 예술분야에서 인적 자원에 대한 국가적 가치가 있는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어 소외된 예술을 보호하고 육성하는 데 이바지 하자는 것입니다. 이번 정부의 방침으로 많은 예술인들이 힘들어 하고 있는데요, 게다가 정부는 문화계와 체육계를 같이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 네. 사실 이 문제가 나온 것도 체육은 WBC 야구 때문입니다. 하지만 체육과 예술은 분명 다릅니다. 체육은 해외에 나간다 하면 단체로 가며 경비 등에서 정부나 기관의 지원을 받습니다. 반면 무용은 그렇지 않습니다. 한 사람밖에 안 가요. 그리고 그 무용수가 외국 콩쿠르에 나가기 위해 자기 자비로 경비를 해결하고 체류 합니다. 그야말로 돈 있는 사람은 갈 수 있고 돈 없는 사람은 갈 수 없는 경우가 생기죠. 체육과 무용에 대한 차이점, 그것에 대한 분명한 시각과 입장의 기준점이 필요합니다.

▷ 국내의 무용 콩쿠르들은 그 역사성을 놓고 봤을 때 국제 콩쿠르에 결코 뒤지지 않는데요.
▲ 네. 동아콩쿠르가 45년 서울무용제는 44년입니다. 해외에도 그렇게 길게 한 콩쿠르가 없어요. 매년 열리지도 않을 뿐더러 생겼다가 없어지기도 해요. 이런 문제들을 다 생각 해야 합니다. 정부는 이런 것을 시행하려고 할 때 무용계의 얘기도 들어보았어야 합니다.

▷ 정부는 ‘국제’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국제대회만 인정하겠다고 했는데요. 어떻게 보시나요?
▲ 무용계는 그 ‘국제’라는 단어에 분노하고 있습니다. 체육은 ‘몇 시간 안에 얼마만큼 달려야 한다’라는 것이 있어요. 이건 경쟁이 가능합니다. 무용은 몸과 정신이 같이 가야 합니다. 그게 예술이고 춤이잖아요. 결국 한국인의 정신을 외국 사람에게 맡기겠다는 것밖에 더 되겠어요? 결국은 우리 역사성과 한국성을 버리겠다는 것 밖에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 한국에도 국제 콩쿠르가 있습니다. 국제라는 말 자체가 애매모호한 말이 아닌가요?
▲ 그렇습니다. ‘한국에 산다, 외국에 산다’ 이런 차원이 아닙니다. 콩쿠르는 역사성을 갖고 있다면 인정이 돼야하다고 생각합니다. 러시아 콩쿠르도 2년마다 한 번씩 한다고 돼 있어요. 그런데 실제로는 4년마다 한 번씩 합니다. 스위스 로잔콩쿠르도 4년마다 인데 거기도 유럽 사람들이 참여를 많이 안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시아 사람들이 상을 많이 받는 거죠. 이런 ‘국제콩쿠르’에 우리를 다 맡길 수 없다는 거죠.

▷ 외국 콩쿠르라고 완벽하게 공정하다 할 수는 없지 않나요?
▲ 그렇죠. 국내대회는 비리가 있는 것인 양 말을 하고 국제대회는 공정한 것처럼 인식하는 것이 잘 못되었습니다. 어느 콩쿠르든 그런 잡음이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그 잡음이 전체적인 문제가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예술 가치기준을 해외의 시각이 전부라는 말은 어불성설입니다. 국내 콩쿠르에서 인정받고 해외로 진출하여 성공한 무용수들이 많아요. 그런 경우들로 봐서 국내 콩쿠르가 잘못되었다 할 수는 없죠.

▷ 콩쿠르의 공정성 문제는 국내나 국외에도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 물론입니다. 특정 단체의 문제는 아니죠. 그러한 문제점들은 오랜 우리나라 및 세계의 예술계가 직면한 문제라는 것입니다.

▷ 콩쿠르의 개최지가 국제든 국내든 ‘국제콩쿠르’의 개념을 정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국내에서도 국제 콩쿠르를 개최할 수 있지 않나요?
▲ 지금은 그런 소리를 내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국제대회’의 기준을 만든다든지 그런 소리를 내면 결국은 정부 맘대로 하라는 것밖에 안돼요. 지금은 다 같은 목소리를 내서 이 문제를 해결 하고 그 다음에 ‘국제’에 대한 기준을 만들어야 합니다.

▷ 모든 사업에는 문제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지금 이 병역문제에 대해 앞으로 어떤 입장을 가지고 갈 예정인가요?
▲ 우리 무용계는 보완할 자세는 되어있습니다. 국방 위원장도 만나고 인수위원회에도 소신과 타당성을 밝혔습니다. 이건 내 개인의 욕심이나 한국무용계의 욕심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돈 있는 사람만 무용을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옛날부터 돈 없이도 어렵게 성장한 무용수들 많습니다. 병역혜택은 기초 예술분야에 인적 자원에 대한 국가적 가치가 있거나 소외된 예술을 보호하는 일입니다. 무엇보다 무용계의 단합이 절실합니다.


취재_이수근 sugun11@hanmail.net
정리_공정임기자 kong24@hanmail.net
[공연문화의 부드러운 외침 ⓒ 뉴스테이지 www.newstage.co.kr]

뉴스테이지  

<저작권자 © 뉴스테이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