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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生] 벗어날 수 없는 구조 속의 개인을 조명한 연극 '컨설턴트' 프레스콜 현장
   
 

[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지난 3일 오후 대학로 TOM 2관에서 연극 '컨설턴트'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배우 김호영의 진행으로 전막시연과 기자간담회, 포토타임이 열린 이번 프레스콜은 연극 '컨설턴트'의 모든 걸 낱낱이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오는 7월 1일까지 대학로 TOM 2관에서 공연되는 연극 '컨설턴트'는 의문의 남자 M으로부터 범죄소설을 의뢰 받고 한 편의 소설을 쓴 남자 J가 자신이 쓴 소설 속 내용처럼 실제로 살인이 벌어졌다는 걸 알게된 후 거대한 '회사'에 입사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빼어나지 않은 소설 솜씨가 오히려 도움이 돼 죽음을 설계하는 '컨설턴트'를 하게 된 'J'역에 주종혁, 주민진, 강승호, 실체를 알 수 없는 '회사'를 대표하는 'M'역에 고영빈, 오민석, 양승리, J를 서포트하는 의문의 '매니저' 역에 김나미, 진소연, 다양한 역으로 극의 활력을 불어넣는 '디아더' 역에 윤광희, 김주일이 출연한다.

   
 

연극 '컨설턴트'는 임성순 작가의 제6회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동명의 소설을 무대에 올린 작품이다. 스릴러의 외피를 두르고 사회와 구조 속의 무기력한 인간을 다룬 원작을 무대에서는 '회사'로 상징되는 현대 사회의 모순과 불합리한 점들로 이뤄진 '구조'를 꼬집는 설정을 그대로 가져가면서 'M'을 인물로서 만들고 세 명의 여성 캐릭터를 하나로 합쳐 '매니저'로 만드는 등 극을 무대에 올리는 과정을 고려한 제스춰를 취하면서도 J라는 초라하고 평범한 개인의 심리에 집중해 '가 어떤 일을 겪고, 어떻게 괴물이 되는지를 다뤘다.

   
 

덕분에 '컨설턴트'는 친절하지 않은 작품으로 완성됐다. 명확한 플롯으로 깔끔하게 떨어지는 이야기가 아니라 J가 변해가는 과정에는 점프가 제법 있기도 하고, 그를 괴물로 만들어가는 '회사'의 구조에 대한 생각을 관객들이 적극적으로 사유해야 한다. 다만 아쉬운 점은 작품의 독특한 발상이나 전개 등에 익숙해지고 교감하는 것과 별개로 유일한 여성 캐릭터를 도구적으로 활용했다는 면에서는 원작의 한계기도 하면서 연극 '컨설턴트'가 J에게 집중하게 되며 선택하지 않은 점이기도 했다. 또 J의 기발함을 보여줘야 하는 컨설팅을 희극적으로 만들어서 극의 긴장감이 완화되는 효과는 있었지만, J가 특별한 주인공이란 인상은 받기 어려웠다. 물론 이는 극을 보는 관객들의 취향에 따라 반응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전막시연이 끝난 후 문삼화 연출과 전 배우들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 역시 작품을 만들며 다양한 어려움과 과정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 많아 보였다.

   
▲ 주종혁 배우
   
▲ 강승호 배우

어떻게 합류하게 됐는지.

ㄴ 주종혁: 존경하는 선배님 김호영의 추천으로 합류하게 됐다(웃음). 처음 대본 읽고 나서 바로 '컨설턴트'라는 원작을 책으로 읽었다. 그 책에 너무 매료돼서 참여하게 됐다. 세상과 동떨어진 이야기같지만 현실적인 이야기다. 구조에는 생소함을 느낄 수 있지만, 우리도 구조 안의 구성원들이고 그런 면이 공감을 일으키겠다 싶었다.

J를 연기하며 중점을 둔 포인트는.

ㄴ 주민진: 아직 그런 면보단 제가 할 수 있는 걸 다 준비하려 했고 제 J를 보시는 관객께서 본인들이 다 다르게 느끼실 테니까 뷔페처럼 보시는 분들마다 다르게 느끼실 수 있는 면을 보여드리려 했다.

   
▲ 주민진 배우

작품속의 J와 본인의 닮은 점, 다른점이 있다면?

ㄴ 강승호: 상황 대면하는 방식이 좀 다른 것 같다. 제 글이 사람을 죽이고 몇 억을 받고 그렇다면 전 경찰서로 갈 것 같다(웃음). 이 J는 그만의 히스토리가 있는 만큼 자기합리화를 하며 사는 것 같다. 제 J는 초반에 어리숙해 보이지만, 마지막에 변하는데 그 격차를 더 커보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연극 '컨설턴트' 준비하며 어땠는지.

ㄴ 고영빈: 준비하며 고생했지만, 인물이 가진 다양성을 표현하는데 재미도 느낀 것 같고 그동안 한 역할과 전혀 다른 역이라서 힘들어도 나름 재밌게 한 것 같다.

   
▲ 고영빈 배우
   
▲ 오민석 배우

어떤 부분을 좀 더 관객에게 표현하고 싶었는지.

ㄴ 고영빈: 배우적인 욕심으론 좀 다른 모습을 봐주셨으면 하는 것과 극적으로는 J를 보시면 내 주변의 인물을 보고, M은 속해있는 구조와 사회의 모습을 엿볼 수 있게끔 준비했던 것 같다.

본인에게 꽂히는 작품의 핵심 대사가 있는지.

ㄴ 오민석: '꽂힌다' 까진 아니지만 작품을 관통하는 대사는 관객들의 선택에 맡기고 싶고 그냥 제가 좋아하는 대사는 "난 내 손에 피를 묻힌 적이 없다"는 J의 대사가 와 닿았다.

   
▲ 양승리 배우

원작엔 'M'이란 역할이 없다던데 어떻게 만들었는지.

ㄴ 양승리: 원작에선 실체가 아니라 '구조'로 표현되는 걸 하나의 인간으로 보여주는데 함께하는 두 형님들께 많이 도움 받았고, 아직도 완성은 아닌 거 같고 완성시켜가는 단계인 것 같다.

주변의 인물, 영화 등에서 도움 받은 게 있다면.

ㄴ 양승리: 원작에서 도움 받지 않는다는 게 좋다고 생각했고 대본에 새로 쓰여진 부분이 더 많았다. 형님들과 더 이야기하면서 수정도 많이 했고 개인적으론 직장 상사들의 안 좋은 모습을 묘사하고 싶었던 것 같다.

   
▲ 김나미 배우

작품 보고 느낀 점은 뭐였는지.

ㄴ 김나미: 처음 캐스팅 제의 받았을 땐 대본 나오기 전이었다. 너무 궁금해서 개인적으론 소설 읽는 스텝들 마다 매니저 역할로 저를 떠올리셨다고 하더라(웃음). 그래서 대본 보고 '이래서 날 떠올렸구나' 하고 수긍할 수밖에 없던 부분들이 있었다. 대본을 처음 봤을 때는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구조나 사회에 대한 이야기여서 누구나 공감하겠다 싶었다.

   
 

나만의 매력이나 강점이 있다면.

ㄴ 진소연: 매니저가 J의 페티시와 판타지의 총체란 설정이 강하기에 관객들이 만날 때 여성캐릭터를 도구적으로 쓴다는 인상을 받을 거란 우려는 분명히 있었다. 그런데 극화시키며 원작에 나오는 세 여성의 요소를 하나의 매니저로 만들었고 좀 더 다른 행동양식과 전사, 감수를 가진 캐릭터로 재창조해보려고 노력했다.

   
▲ 진소연 배우

일인다역을 하는데 어려운 점은.

ㄴ 윤광일: 조금씩 나오더라도 극에 필요한 인물처럼 보이는 게 어려웠다. 그냥 다행인 건 같이 더블하는 김주일 배우한테 많이 배우고 있다.

   
 

긴장을 풀어주는 역할인데 공연에 반응이 너무 있거나 없어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ㄴ 김주일: 뭔가 관객의 만남을 연기하고 있긴 한데 이게 100% 열었다고 볼 수는 없고, 텍스트적으로 간 거다. 현장적으로 가버리면 배우의 재치와 애드립으로 살려야 하기에 극 안에서 열린 느낌을 주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반응이 정말 있을 때도 없을 때도 있지만 큰 타격은 없는 것 같다. (윤광일)형님과 제가 많이 고민한 부분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1인 5역인데 역이 국회의원, 과장, 목사, 기자, 회장이다. 사회 구조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는 작품이라서 각 캐릭터의 역할을 분할해서 다섯개의 구성을 다르게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에피소드를 말하자면 목사로 나올 때 제가 마이크를 들고 나왔는데 연습 초반엔 그게 없었다. 어느날 비도 오고 바람도 불고 연습 분위기가 다운돼서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소품팀이 마이크 갖다주시길래 '희생해보자'는 마음으로 목사씬을 했는데 너무 재밌게 돼서 연출님께서 마이크를 픽스했다.

   
▲ 김주일 배우

원작 있는 작품인데 어떤 면에선 쉽겠지만, 어떤 면에선 어려울텐데 원작과 대비해서 중점을 둔 부분?

ㄴ 문삼화 연출: 원작은 보이지 않고 만져지지 않는 구조에서 무기력하지만 자발적이고 비겁하면서 합리화하는 개인의 이야기다. 구조가 보이지 않아서 무섭다. 그런데 저희는 라디오 드라마도 아니고 심장이 뛰는 배우들이 무대에 서야 하는데 사건도 액션도 필요했다. 원작에선 J가 상대하는 게 여자 셋 뿐이다. 철저하게 숨겨지고 감춰진 상징을 M이란 인물로 가져와서 '회사'란 구조로 만들었다. 원작이 가진 구조의 무서움이 약해질 수도 있지만 극화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 원래 J는 무기력하고 자발적이지만, 점점 회사에 반항도 하고 괴물이 되어가는 모습으로 그렸다. 마지막 작업 무렵 '미투' 바람이 많이 불었는데 같이 작업하는 사람들이 폭력에 분노했지만 너무나 괴물이 된 그들의 모습을 보며 우리도 그렇게 될까봐 두려워하기도 했다. J 역시 그렇게 자기도 모르게 괴물이 되다가 결국 구조에 산듯 죽은듯 하게 남아있는 모습이었다.

주인공이 입은 셔츠가 독특한데 어떤 의미인지.

ㄴ 문삼화 연출: 의상이 반반이다. 아수라백작처럼, 색깔처럼 회사를 상징하는 색이지만 점점 변화하는 J의 모습. 이쪽은 차이나 카라고 저쪽은 카라가 있는 옷을 통해서 급격하게 변하는 J의 내면을 표현하고 싶어했다.

   
▲ 윤광희 배우

J를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무너지지 않는 구조가 뭐라고 생각하나.

ㄴ 문삼화 연출: 제가 생각하는 구조도 있고 다른 누군가의 구조도 있겠다. 작게는 회사일 수도 있는데 은유적으로 표현해보자면 사무엘 베케트(Samuel Beckett)가 '고도를 기다리며'를 발표한 뒤 어떤 사람에게 고도가 '신'이 아닌가 하는 질문을 받더니 '그건 당신의 고도일 거다'라고 했다더라. 각자 누구가 느끼는 구조가 있을 거다. 절대 깰 수 없는 구조가 있을 거다.

   
 

J는 감정도 에너지도 많이 쓰고 혼자 극을 끌고가면 참 힘들텐데 어떻게 하고 있나.

ㄴ 강승호: 소설을 극화하며 사이사이 설명을 해야하는 장면들도 있는데 그냥 믿고 가자니 관객들이 혼란을 올 것 같고 해서 극 사이에서 변화를 주려고 노력한 것 같다. 매 공연 할 때마다 집중하려 하는데 쉽지 않은 거 같지만 해보고 있다.

ㄴ 주민진: 세상 일이 쉬운 게 있겠냐만, 전 아직 너무 힘들고 그래서 언제든 그만둘 준비를 하고 있다(웃음). '정말 힘들면 그만둬야지' 하면서 그 대신 '오늘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자'고 하고 있다. 이 팀에서 저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여기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고 무대 뒤에서 옆에서 스탭과 배우들이 정말 응원해주셔서 J가 혼자 하는 거 같아 보여도 안일할 수 없다. 예를 들면 '디아더'의 작은 캐릭터에도 큰 역사가 있을거고 그런 고민들이 무대에서 펼쳐지고 있는 거라 생각한다. 힘내고 열심히 하고 있고 다들 즐겁게 하면 좋겠다.

ㄴ 주종혁: 저희 극에도 점핑 자체가 꽤 있다. 그래서 한 배우가 이어서 하는 걸 보셔도 쉽게 이해하긴 어려울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부분에서 무척 집중해서 보여드리려고 하고 있고 그러면서 더 해야할 게 뭐냐면 회차를 거듭하며 깨달은 바는 목표는 분명 있다. 거기까지 도약해야하기에 그 목표까지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말 가는 길에서 점프의 간극을 줄이고 관객들이 위화감 없이 따라오게 하는 방법도 노력하고 있다. 처음부터 잘 쌓아야 한다. 블럭을 잘못 쌓으면 뒤에도 어그러진다. 무대가 반사판같아서 관객들이 너무 잘 보이는데 (웃음) 눈 마주치고 그럴 때에도 집중이 깨지지 않아야 한다.

   
 

전반적으로 평범함에 대한 이야기가 배경에 깔려있는데 그 둘이 생각하는 평범한 삶은 무엇인지? M도 평범함을 원하는 시절이 있었던 거 같은데.

ㄴ 고영빈: M도 평범함을 꿈꿨을까? 하셨는데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환경에 의해 사람이 어느정도 변할 수 있고 자기가 처한 환경에서 열심히 사는 모습이 있는데 그 기준이 개인마다 다른 것 같다. 그 기준에 맞춰 살다보니 어느순간 체념. 굴복. 이런 걸 맞이하는 거 같다. M도 역시 그럴 거라 생각했고 지금은 구조를 절대적으로 신봉하는 사람으로 변했다고 연기하고 있다.

ㄴ 김나미: 작품에서 말하고 싶은건 모두가 원하는 게 평범한 삶인데 M의 말처럼 누구나 평범하게 살고 싶지만 그게 어렵다는 거다. 그 삶을 꿈꾸지만 살아가지 못하는 그런 결말을 갖고 있는데 매니저의 꿈도 회사에서 벗어나는 거였다. '컨설턴트'란 작품이 벗어날 수 없는 큰 구조를 상징하는 거 같은데 거기서 벗어날 수 없어서 안타깝다.

ㄴ 주민진: J랑 저는 많이 성향이 다르다. J는 큰 노력 없이 안정화된 삶이 아닐까 싶은데, 저희가 우려하는 건 작품에서 표현하는 평범함이 누군가의 삶을 평가절하하는 걸로 보일까봐 걱정된다. 그저 극 중의 표현으로만 봐주시면 좋겠다.

ㄴ 주종혁: J는 극중에서 성장한다. 우리도 나이먹고 성장하듯이 평범하게 사는 게 제일 힘든거라는 어른의 말을 느끼지 않나. 찌질하던 삶에서 대단한 컨설팅을 하면서도 평범하게 살고 싶어하던 J의 모습은 M이 말한 계속 바뀌는 평범함의 기준이 바뀌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나 싶다.

   
▲ 문삼화 연출

원작과 달라진 뒷부분의 이야기에서 하고 싶은 말은.

ㄴ 문삼화 연출: 원작과 달리 괴물이 되어가는 J의 모습이다. 막판에 배우들과도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 저한테는 그게 제일 왔다. "우리가 실행을 안하는데 니가 쓴다고 되겠니?" 요즘에는 점점 누군가가 실행하고 난 손가락만 움직이는데 그게 전지전능처럼 믿게 되는 것 같다. 그게 깨지는 순간 J가 무너진다. 그게 다른 점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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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준  some@munhw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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