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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천재교수와 뱀파이어의 절묘한 케미스트리, 뮤지컬 ‘마마, 돈크라이’예측 불가 B급 정서, 회전문 돌게 하는 ‘중독성’의 비결

원하는 과거로 돌아가 미래를 바꿀 수 있다면? 영원히 죽지 않는 영겁의 삶을 얻을 수 있다면? 이 매력적인 질문들이 독특한 스토리라인으로 얽혀 묘한 매력의 뮤지컬로 완성됐다. 벌써 다섯 번째 무대에 오른 뮤지컬 ‘마마, 돈크라이’의 매력은 B급 정서와 대중적 코드가 만난 독특한 개성이다. 작품 그 자체가 하나의 장르라 할 만큼 작품이 선보이는 스토리 라인이나 캐릭터 연출, 강렬한 넘버와 음향이 모두 독보적인 고유의 색깔을 가졌다. 대중적이라기엔 장르를 예측하기 힘든 서사나 과장된 연출, 비현실적인 캐릭터나 판타지적 설정이 고집스럽고 뻔뻔할 만큼 일관성 있게 펼쳐진다. 이게 뭐지 싶다가도 막이 내릴 때쯤엔 다시 무대를 보고 싶어지는 이 절묘한 중독성. 뮤지컬 ‘마마돈크라이’는 확실히 다른 작품과는 구별되는 자신만의 길을 가고 있다.

사랑과 시간여행, 뱀파이어까지
서사보다는 ‘이미지’, 무엇보다도 ‘캐릭터’

서사의 요소로 따지면 ‘마마돈크라이’는 장르를 따질 수 없는 작품이다. 로맨스도 있고, 코믹도 있으며, 판타지와 스릴러적 요소도 있다. 하지만 ‘마마, 돈크라이’가 서사 대신 택한 것은 캐릭터다. 다양한 요소를 하나의 치밀하고 필연적인 스토리로 엮기보다는 몇 개의 이미지나 상징을 설정으로 차용해 대조적인 두 캐릭터를 완성하는 데 더욱 집중했다. 한 마디로 이 작품은 이미지와 상징으로 완성되어가는 독특한 두 캐릭터를 설명하기 위해서 서사를 활용하는 캐릭터 중심의 극이라 할 수 있다.

천재교수인 프로페서V(이하 브이)는 주인공이자 극을 이끄는 서술자로 초반에 혼자서 무대를 휩쓸며 잔망스럽고 유쾌한 대사와 몸짓으로 순수하고 소심한 캐릭터를 선보인다. 혼자서 여러 가지 목소리를 내며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상황을 연출하는 브이는 객석에 소소한 웃음을 터뜨리며 판타지적 세계로 서서히 몰입을 유도한다. 그림자로만 등장하는 아름다운 그녀 메텔과 사랑에 빠지면서 브이는 자신도 매혹적인 존재가 되고 싶은 마음에 ‘뱀파이어’가 사는 과거 세계로 이끌리게 된다.

브이가 과거로 타임슬립에 성공하는 순간, 객석 또한 매혹적인 분위기의 뱀파이어 백작과 대면한다. 백작은 말보다는 우아한 동작과 실루엣, 상징적인 가사를 담은 노래와 특유의 분위기로 자신의 신비한 캐릭터를 완성해간다. 천재라지만 어딘가 모자라 보이는 순수청년 브이와, 어둡고 위험하지만 어딘가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카리스마의 백작이 좋은 대조를 이루며 극의 긴장을 높여간다. 관객은 뱀파이어처럼 매력적인 존재가 되고 싶은 브이에게 공감하며 뱀파이어로 변한 새로운 브이의 탄생에 설렘과 불안을 동시에 느낀다.

넘버 만큼 열일하는 조명과 음향의 활용
“때로는 코믹하게, 때로는 신비롭게”

‘마마, 돈크라이’에서 넘버는 공연이 끝난 후에도 귓가에 맴돌 만큼 강렬하고 중독적이다. 특히 제목이기도 한 대표 넘버 ‘Mama, don’t cry’는 강렬한 사운드와 단순하고도 반복적인 가사가 중독적인 여운을 남긴다는 점에서 작품을 그대로 닮아있다. 이밖에도 백작의 탄생에 얽힌 비극적인 비화를 강렬한 록사운드로 풀어낸 ‘달의 사생아’나 순수한 브이의 성격을 그대로 풀어낸 듯한 넘버 ‘You’re so beautiful’ 또한 전혀 다른 매력의 두 캐릭터에 어울리는 대표 넘버들이다.

넘버가 메인디쉬라면 조명과 음향은 작품의 전반부와 후반부의 곳곳에서 분위기를 바꾸는 향신료 역할을 톡톡히 한다. 전반부에서 조명과 음향이 브이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되는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코믹적이고 동화적으로 표현하는데 초점을 두었다면, 후반부에서는 백작과 브이의 극적 긴장감을 높이고 메텔의 죽음을 전후로 일어나는 분노와 슬픔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또한 조명은 밝은 빛으로 ‘어머니’를, 빛 뒤의 그림자로는 ‘메텔’을 만들어내며 하나의 캐릭터로 분하기도 한다. 2인극이라는 한계를 조명으로 채운 점이 작품의 상징적이면서도 신비로운 매력을 더하게 한 셈이다.

회전문을 돌게 하는 다양한 페어들의 조합
오리지널 캐스트 ‘허규’ x 화려한 카리스마 ‘김찬호’

‘마마,돈크라이’는 유독 재관람률이 높은 작품이기도 하다. 일명 ‘회전문을 돌게 하는’ 비결은 두 배역을 맡은 다양한 페어들의 조합으로 새로운 매력을 맛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시즌에는 오리지널 캐스트인 허규, 송용진을 포함해 조형균, 김찬호, 윤소호 등 새로운 배우들이 합류한 총 13명의 배우가 다양한 페어로 조합을 이룬다. 천재인 동시에 사랑에 서툰 ‘브이’라는 캐릭터나, 누구나 매혹될 만큼 완벽한 아름다움과 카리스마를 가진 ‘뱀파이어 백작’이나 어떤 배우가 맡느냐에 따라 캐릭터가 다르게 해석될 수 있어 회전문을 도는 재미를 선사한다.

초연부터 함께 했던 ‘허규’는 특유의 노련한 잔망미로 유쾌하게 브이를 소화했다. 그의 하이톤과 다채로운 표정연기가 빠르게 흘러가는 모놀로그 형식의 대사에 묻어나며 작품의 초반부터 시선을 집중시켰다. 화려한 외모와 복장으로 뱀파이어 특유의 카리스마를 선보인 ‘김찬호’는 섬세한 동작과 절제미로 비현실적인 캐릭터를 아름답게 완성했다. 특히 소극장을 꽉 채우는 김찬호의 노래는 록사운드의 강한 비트와 함께 작품의 한 축이 되는 음울하고 고독한 뱀파이어의 존재감을 강렬하게 발산했다.

“아무도 사랑하지 말라”고 명령한 뱀파이어 백작. 그는 역설적이게도 끝까지 사랑을 위해 싸우는 브이에게서 영원한 구원을 얻는다. 그것은 ‘영겁’의 삶이 안겨줬던 고독이라는 감옥에서 해방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볼 때는 아무 생각 없이 즐겁다가도, 보고나서는 생각할 거리를 새삼 곱씹게 되는 묘한 여운을 우리에게 남긴다. 영겁의 삶은 축복일까 불행일까.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내가 살아온 수많은 시간 중에 어떤 시간을 택하게 될까. 명제는 매력적이지만 답은 없다. 결국 우리의 모든 선택에는 이유가 있었다는 것, 삶이란 영원한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동반하는 기쁨과 슬픔으로 완성된다는 것. 그것을 뮤지컬 ‘마마, 돈크라이’는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사진 출처_클립서비스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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