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수에서 준비한 연극 ‘나생문’이 오는 11월 1일까지 원더스페이스 동그라미극장에서 공연된다. 연극 ‘나생문’은 일본의 작가 아쿠다카와 류노스케가 쓴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이 소설은 과거 영화로도 만들어져 1951년 베니스 영화제 대상 수상, 아카데미 최우수외국어상을 수상하게 되면서 세간의 이목을 끌기 시작했다.

다소 어려운 작품으로 인식된 연극 ‘나생문’은 한 가지 사실(fact)에 대한 네 종류의 수용(reception)을 이야기한다. 대나무 가득한 숲 속에서 무사의 사체가 발견된다. 사인을 둘러싸고 네 명(부인, 나무꾼, 산적, 무사의 영혼)의 진술은 판이하다. 살인의 주체마저도 각기 다르고 사인의 동기도 각기 다르다. 이를 두고 영화 ‘라쇼몽’의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은 “인간은 그 자신에 대해 정직해 질 수 없다. 자기 자신을 얘기할 때면 언제나 윤색하지 않고는 못 배긴다. 이 작품은 그러한 인간, 즉 자신을 실제보다 더 나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거짓말을 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인간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연극 ‘나생문’은 2005년 서울연극제 인기상 수상, 2006년 동아연극상 후보작 선정, 가발장수 역의 배우 서현철이 유인촌 연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연출이자 극단 수의 구태환 대표는 “처음 이 작품을 결정했을 때 주변의 많은 만류가 있었다. 어려운 작품이고 우리 관객들이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우려와는 달리 창단 공연 때부터 이 작품은 지대한 관심과 흥행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연극 ‘나생문’은 각자의 이해관계와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인간의 본성을 파헤친다. 누가 거짓인지 참인지 알 수 없는 진술을 통해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인간의 이기성을 드러낸다. ‘사실’이 인간 각자에게 얼마만큼 ‘사실’일 수 있는지, 그리고 인간의 본질이 어떠한 것인지 때론 유머러스하게, 때론 진지하게 전달한다.


최나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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