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연극계에 파문을 일으킨 연극 ‘모스크바. 사이코(MOSCOW. PSYCHO)’가 ‘2009 서울국제공연예술제’의 해외초청작으로 오는 11월 9일에서 11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이 작품은 현존하는 최고의 아방가르드 연출가 안드레이 졸닥과 실험 정신이 투철한 러시아 극단 모던 드라마 스쿨이 함께해 고전과 파격적인 전복 사이를 넘나든다.

이 작품은 고대 그리스 신화의 메데이아에서 모티브를 차용, 히치콕의 영화 ‘사이코(PHYCHO)’(1960)와 결합해 현대 사회의 폭력과 광기를 드러낸다. 분리된 두 개의 방으로 구성돼있는 세트는 선명한 원색을 대조적으로 활용, 시각적으로 관객들을 자극한다. 이는 세트 위에 설치된 스크린의 흑백 영상과 병렬적으로 자리한다. 무대에는 배우들을 촬영하는 카메라맨이 등장해 배우들을 클로즈업하거나 무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을 촬영, 실시간으로 투사한다.

인물들의 감정들은 주로 다양한 오브제와의 결합을 통해 표현된다. 집 안에 혼자 남겨져 불안에 떠는 메데이아의 절망감은 샹들리에가 흔들리는 소리와 함께 점점 고조된다. 또한 종이 인형이나 살아있는 뱀, 결혼식에 배달된 독이 든 케이크 樗� 소품은 광기와 복수에 사로잡힌 메데이아의 처절한 몸부림과 중첩된다. 현대 사회의 해체된 가정 속에서 아내이자 어머니인 메데이아의 불안감과 공포, 광기 어린 몸부림은 이러한 모든 요소들에 의해 서서히 증폭되면서 무대를 압도한다.

연출가 안드레이 졸닥은 2002년부터 2005년까지 하리코프 아카데미 극장의 예술감독 겸 극장장을 역임했으며, 2004년 러시아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의 원작 소설을 각색한 ‘백치’로 유네스코 연극 연출 혁신상을 수상했다. 또한 2009년 유럽 연극상 뉴 리얼리티상 후보로 노미네이트됐다. 그의 작품들로는 ‘과도한 열정(파리)’을 비롯, ‘카르멘(키에프)’, ‘타라스 불바(상트 페테르부르그)’, ‘햄릿(모스크바)’, ‘실험: 스타니슬라브스키 시스템을 따른 갈매기(모스크바)’, ‘오셀로(루마니아)’, ‘이반 드니소비치의 하루(하리코프)’, ‘페드라, 황금 귀(모스크바 국립극장)’외 다수가 있다.

극단 모던 드라마 스쿨은 컨템퍼러리 극작을 개척해 드높은 명성의 극장들과 함께 메이저 극장으로 급부상했다. 이들은 러시아 레퍼토리 극장의 전통에 입각해 약 20년 동안 40여개에 이르는 작품을 초연했다. 이 극단은 현재 ‘모스크바, 사이코’를 비롯, 에브게니 그리쉬꼬베츠의 ‘러시아 여행자의 수기’, 희곡 배우들의 즉흥 연기 형식으로 요시프 라이헬가우즈가 고안한 창작극 ‘자신의 말로써’, 류드밀라 울리츠카의 희곡 ‘러시안 잼’, 체홉의 ‘갈매기’ 3부작 등 18편의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


박소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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