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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만드는 정직한 빵, 의정부 식빵카페 ‘비라르고’'비라르고' 김수연 대표 인터뷰

최근 베이커리가 세분화되면서 식빵만을 전문으로 하는 빵집이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 사실 식빵은 주재료보단 부재료에 가까웠다. 다른 식재료와 곁들여 먹는 게 익숙했던 식빵은 이제 주재료로서 기능하며 다양한 맛을 선보이고 있다.

의정부 주택가에 위치한 ‘비라르고’ 역시 식빵을 전문으로 건강하고 느린 맛을 추구하며 고객을 만나고 있다. ‘비(베이커리, 브래드, 바리스타) 라르고 (느리다)’라는 이름답게 빵을 숙성시키는 데에만 무려 20시간을 쏟아 급히 대량의 예약이 들어와도 받지를 못하는, 조금은 미련하고도 착한 빵집이다. 화려하진 않지만 직접 꾸민 작고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와 정성이 들어간 맛으로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고 있는, 의정부 식빵카페 ‘비라르고’를 소개한다.

Q. 상호명인 ‘비라르고’ 의미와 ‘비라르고’ 빵만의 특징은? 
A. 상호명을 많이 고민했다. ‘비’는 베이커리, 브래드, 바리스타라는 뜻을 담고자 했고, ‘라르고’는 ‘느리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빵은 나오자마자 노화가 시작된다. 노화란 곧 거칠어진다는 거다. 하지만 숙성을 오래하면 노화가 더뎌진다. 발효를 느리게, 그리고 많이 할수록 빵 안에 나쁜 걸 덜 넣어도 된다. ‘비라르고’ 빵은 첨가제를 넣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에 비해 20시간 숙성을 하기 때문에 갑자기 예약이 들어오면 바로 만들 수 없다는 단점도 있다.

Q. ‘비라르고’의 노화가 느린 빵의 기법이 있나?
A. 우리 가게는 발효종을 따로 만들어 미리 준비해 빵의 노화를 막고 있다. 기법은 ‘폴리쉬’ 기법이라고, 발효 종을 만드는 기법이 있다. 전날 발효를 해서 다음날 빵을 만든다. 숙성을 20시간 동안 하기 때문에 작업 속도는 떨어지지만 그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손이 많이 가지만 조금이라도 맛있는 식빵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 정성들여 만들고 있다. 만드는 과정은 수고스럽지만 빵에 수분을 최대치로 올려 그만큼 식빵이 촉촉하고 부드러워진다. 아마 다른 곳에서는 이렇게까지 안 할 거다. 첫 빵을 새벽 6시부터 만들어도 10시나 돼야 나온다. 그때부터는 모양잡고 반죽하는 것을 반복한다.

Q. 건강한 빵에 대해 생각한 계기는?
A. 몸에 좋고 맛있는 빵이 정답 같다. 오래 걸리고 손이 많이 가지만 몸에 안 좋은걸 넣을수록  속이는 기분이 든다. 알면서도 나쁜 재료를 넣지 못하겠다. 빵을 만들다보면 힘든 공정에 지쳐 편한 길을 찾을 수도 있다. 하지만 끝까지 꼼꼼하게 지키려고 한다. 사실 빵을 만드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는데 반응이 좋아서 감사하다.

Q. 제과제빵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A. 시작한지는 이제 12년차가 됐다. 제과제빵은 도구가 많이 필요해서 끝이 없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집에 오븐이 생겨 이것저것 만들어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 당시만 해도 직업으로 삼을 생각은 전혀 없었다. 원래 만드는 걸 좋아해서 의상디자인을 전공했는데, 막상 옷을 만드는 일은 거의 없더라. 그래서 다른 걸 해볼까 하다가 제과제빵 학원을 1년 정도 다니기 시작했고, 일이 잘 맞아서 지금까지 하게 됐다.
이후 워킹홀리데이를 경험해보고 싶었고, 마침 학원에서 보내주는 일본 연수가 있어 동경제과학교에 가게 됐다. 지금은 일본이 우리나라와 발전 격차가 3~4년 정도인데, 당시에는 10년 이상이었다. 모든 게 너무 신기했다. 그때는 돈이 목적이 아니라 많이 보고, 많이 먹어 보자였다. 맛있는 걸 많이 먹어봐야 비슷하게라도 만들 수 있으니까. 지금도 기회가 되면 자주 가서 도구도 사고 새로 나온 것도 먹어보고 한다.

Q. 식빵카페를 열게 된 계기는?
일본 긴자에 유명한 식빵전문점이 있다. 배합만 다른 플레인 식빵 3가지를 판다. 레스토랑처럼 고급스러운데 사람들이 줄서서 산다. 특징은 토스터 기계가 있다. 잼이랑 버터세트를 시키면 빵과 토스터 기계를 골라 자기 자리에서 먹을 수 있다. 잼도 여러 가지가 나온다. 우리 가게의 ‘네 멋대로 해드세요’ 역시 그 곳을 보고 착안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접목하게 됐다.

Q. ‘네 멋대로 해드세요’ 컨셉은 호응이 어떤가?
A. ‘네 멋대로 해드세요’는 토스터기를 자기 자리에 놓고 구워먹는 것이다. 가게에 토스터기를 여러 개 놓았고 콘센트도 많다. 그런데 아직은 어색하신지 잘 안 드신다. 그래서 토스터기를 한쪽에 두었더니 빵만 가져다 드시더라. (웃음) 파니니처럼 구워먹는 기계도 있다. 편하게 식빵카페를 카페처럼 즐겨주셨으면 좋겠다.

Q. 처음 오픈하면서 시행착오는 없었나?
A. 어려운건 호불호가 생길 수밖에 없는데, 불호거나 안 팔리면 속상하다. 말차단팥식빵을 뺄까했는데 어느 날은 그것만 나가기도 한다. 아직 가늠을 잘 못하겠다. 누구나 맛있게 먹는 메뉴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생각도 든다. 어느 정도 포기를 해야 하는데 자꾸 욕심이 생긴다. 원래 쉬폰케이크를 좋아해서 판매하려고 했다. 그런데 대부분 무스케이크 외에는 생소해서 접근을 안 하려고 한다. 그래서 한국에 없는 스타일로 쉬폰산도를 만들었는데, 잘 나갈 때와 안 나갈 때 차이가 컸다.

Q. 이후 메뉴 변경이 생겼나?
A. 지금 판매되는 메뉴는 취향을 고려해서 골고루 넣었다. 제일 좋아하는 메뉴는 블랙슈가베리 식빵이다. 말차식빵은 녹차보다 진하고 달지 않은 단팥이 들어간다. 앙금 중에서도 첨가제가 덜 들어가 덜 달고 짜지 않은 앙금이다. 말차 재료 자체가 호불호가 있긴 하지만 어르신들이 좋아한다. 어떤 날은 초코가 잘 나가고 어떤 날은 말차가 더 잘 나가기도 한다.

Q. 단골이 생기기도 했나?
A. 평일에는 점심에 주위 회사원들이 샌드위치와 음료를 드시고 그 외 시간에는 대부분 포장해가는 분들이 많다.

Q. 회사원이 좋아하는 메뉴는?
A. ‘비라르고 샌드위치’다. ‘비라르고 샌드위치’는 구운 야채와 생바질을 갈아 넣은 소스가 들어간다. 또, 발사믹에 꿀을 넣어 졸인 소스도 들어간다. 유명한 샌드위치 전문점의 인기메뉴를 착안했다. 낯선 맛이지만 맛있고 바질은 익숙한 향신료라서 많이 찾으신다. 식빵으로 하는 샌드위치는 ‘크림치즈 어니언’이다. 양파랑 크림치즈가 잘 어울려서 햄을 넣고 달달하게 먹는 샌드위치다. ‘에그베이컨 샌드위치’와 ‘얼그레이 마들렌’도 좋아하신다.

Q. 추천하고 싶은 음료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빵이 있나?
A. 아이스티 종류의 ‘트로피칼’이다. 시나몬과 사과주스를 합한 맛있는 궁합이다. ‘루이보스 라떼’도 좋다. 제 입맛에 맞는 빵은 ‘소프트밀크’와 ‘블랙슈가베리’다. 샌드위치는 ‘치아바타 샌드위치’다. 스콘은 ‘고메버터’라고 최고급버터를 쓰고 있다. 퍽퍽하지 않은 스콘을 좋아하는 분들이 대량으로 구매해 가신다.

Q. 끝으로 ‘비라르고’가 나아갈 방향이 있다면?
A. 처음 식빵카페라는 의도대로 편하게 앉아서 빵과 커피를 즐겨주셨으면 좋겠다. 목표는 제품개발을 시도하고 지점도 늘어날 계획이다.

 

사진_박민희 기자

박민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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