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쟁한 배우들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연극 ‘뱃사람’이 오는 10월 18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에서 공연된다. 연극 ‘뱃사람’은 아일랜드 출신의 젊은 작가 코너 맥퍼슨의 작품으로, 스튜어트 파커상(Stewart Parker Award)과 영국의 3대 연극상(올리비에, 이브닝 스탠더드, 연극 평론가협회상)을 휩쓴 바 있다. 실제 술로 인해 연애와 건강상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던 맥퍼슨은 이 작품으로 자아성찰에 대한 마침표를 찍었다고 한다. 이번 공연에서는 배우 이호재와 정동환, 이남희, 이대연, 이명호 다섯 배우들의 팽팽한 연기대결로 극의 재미를 한층 끌어올린다.

너저분한 무대 구석구석에 놓여있는 찌그러진 맥주캔들과 술병들. 밤새 켜놓은 듯한 텔레비전의 지지직거리는 소리는 공연의 시작을 알린다. 느릿느릿 거실로 걸어 나오는 샤키의 모습에서는 거칠게 휘몰아치는 파도의 기운이 느껴진다. 그의 뒤로 들려오는 백발의 노인 리차드는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사키에게 호령하기 바쁘다. 술에 취해 잔뜩 곯아떨어진 아이반은 잃어버린 안경을 찾느라 부산을 떤다. 언제나 그래왔던 듯 이들은 익숙한 몸놀림으로 아침을 맞이한다. 익숙하지만 조금은 특별한 아침, 이 날은 다름 아닌 크리스마스이브다.

하지만 그들의 지하다락방은 누추하고 음습하기 그지없다. 윗층 계단 옆에 걸려있는 성모상 액자의 조명은 수명이 얼마남지 않은 듯 깜빡깜빡 대다 꺼져버린다. 오른쪽에 자리해있는 크리스마뵈??� 전구조명도 켜놓은 지 얼마 안 돼 나가버린다. 비루한 술꾼들의 말로를 암시하는 걸까? 아침부터 술잔을 기울이는 리차드는 독하디 독한 밀주와 포커에 대한 기대로 잔뜩 부풀어있고, 아이반은 몰래 술 따라 마시기에 바쁘다. 술을 끊을 것이라는 샤키의 다짐을 비웃는 이들에게서는 일말의 희망마저 엿보이지 않는다.

악마 록하르트의 등장으로 이야기는 암흑으로 한껏 치닫는다. 술기운으로 감행했던 주정뱅이들의 무모한 행적들은 그에 의해 속속들이 파헤쳐진다. 널브러진 술병과 테이블 위의 카드는 인생막장들의 구원될 수 없는 삶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샤키의 영혼을 담보로 치러진 마지막 포커 판, 게임은 록하르트의 승리로 끝난다. 하지만 안경 없이 포커를 치던 아이반의 실수는 모든 것을 운명의 장난으로 만든다. 우여곡절 끝에 얻은 아이반의 승리로 록하르트는 결국 샤키의 영혼을 얻지 못한 채 홀로 발걸음을 돌린다.

반전으로 더욱 즐거워진 크리스마스를 맞이한 아이반과 리처드, 그리고 샤키는 행복감으로 충만해있다. 하지만 그들의 삶에 비친 구원의 빛은 무사함을 약속하진 않는다. 바닥에 뒹굴고 있는 술병들은 그들의 완전한 ‘해피 엔드’를 방해한다. 결국 이들을 구원할 수 있는 것은 온전히 그들 자신의 몫으로 남겨진다.

인생막장 주정뱅이들의 최후의 선택, 그들은 자신들의 손에 들려 있는 술병의 병을 깨뜨릴 수 있을까? 이들의 이야기는 10월 8일에서 18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계속된다.


박소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공연문화의 부드러운 외침 ⓒ 뉴스테이지 www.newstage.co.kr]

뉴스테이지  

<저작권자 © 뉴스테이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