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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뮤지컬 ‘투모로우 모닝’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결혼하고 이혼하고 결혼한다


매일 다른 고민이 있다. 그러나 사실 그 고민은 같은 고민이다. 우리는 늘 헤어짐과 만남 사이에서 고민한다. 결국은 만나고 또 헤어질 텐데 말이다.

결혼은 약속이다?
결혼을 소재로 한 작품은 대부분 ‘약속을 지키지 않았거나, 균형을 깨버려서’ 일어나는 갈등을 단골손님으로 등장시킨다. 이는 결혼이 사회적 약속이며 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벌을 받게 되고, 잘 지키면 문제없이 살 수 있다는 것을 은연중에 학습시키는 과정이며 결혼은 ‘약속을 지키는 일’ 이라는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각인시키는 역할을 하게 만든다.

수많은 사랑 이야기의 종착역이 결혼이라 알려졌는데, 결혼은 약속이라니, 아이러니한 논리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믿음과 권태, 일과 돈, 자녀로 귀결되는 이야기들은 대게 ‘결혼’이라는 단어로 치환되어 등장해왔다. 굳이 ‘손쉽게’라는 말을 쓴 이유는 앞서 언급한 단어들이 결혼에 대한 이미지를 정형화시켜 결혼이 가진 복잡 미묘함이 사장되기 일쑤기 때문이다. 결혼을 앞둔 젊은 커플 존과 캐서린, 이혼을 앞둔 부부 잭과 캐서린의 위태로운 하루를 그린 뮤지컬 ‘투모로우 모닝’ 역시 결혼 이야기 공론화에 단골 소재인 믿음과 권태, 일과 돈, 자녀 이야기에 대해 말한다. 그러나 ‘결혼은 약속이다.’라는 공식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는 않다.

어떤 그릇에 담긴 작품인지도 잘 보아야 한다
결혼 하루 전날 분주하게 짐을 싸는 예비신부 캐서린은 결혼식이 불과 24시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그녀의 임신 사실과 예비 신랑 존의 시나리오 낙방 소식까지 인생에 몇 번 겪지 않을 비중 높은 일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접한다. 그녀가 결혼식 전날 짐을 열심히 싸는 모습이나 이런 다이내믹한 사건이 한꺼번에 터지는 사건 진행은 현실성을 떨어뜨린다. 이런 일을 동시간대에 겪을 커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싶다. 또한, 이혼 서류를 제출하기 바로 전날 하필이면 아들을 잃어버리는 캐서린과 아들을 너무 쉽게 찾게 되는 잭 부부의 소동 또한 확률 낮은 사건의 연속임이 분명하다. 장면 하나하나를 통해 드러나는 이야기의 완성도를 따지자면 현실성 떨어지는 보여주기식 전개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중요한 부분과 작품의 메시지를 음악과 안무로 집약 표현하는 뮤지컬이다. 다시 말하면,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를 표현하는 플랫폼이 다양한 장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다이나믹한 사건 진행이 용인된다. 아니, 관객은 용인해주어야 한다. 뮤지컬 ‘ 투모로우 모닝’은 장면 하나하나를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남녀의 하루를 지독하게 현실적으로 보여주려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사는 인생에서 사랑을 발견했던 하루를 보여주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닮은 듯 다른 두 작품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도 비슷한 구성과 소재를 가진 연극이 올라왔었다. 헤어진 남녀가 새로운 사랑을 결심하려는 순간 마치 운명의 장난처럼 과거의 사랑과 재회하게 되고 과거와 현재의 사랑에 대해 얼마나 솔직해야 하는지 지극히 현실적인 물음을 던진 작품 연극 ‘Vides Privades(개인의 삶)’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Vides Privades(개인의 삶)’이라는 작품 이름을 통해서 이미 인지 가능하듯이 사랑이 결혼으로 이어졌을 때 수반되는 약속들에 대해 핵심적으로 다루고 있고, 이 약속에서 과거의 삶에 대해 수용하는 기준은 너무나 모호하기 때문에 이를 놓고 번민하는 커플에 대한 이야기를 그렸다. 아파트를 연상케 하는 무대 디자인에 사십 대 남녀와 이십 대 후반 남녀가 등장해 서로의 모습과 행동을 교차적으로 보여주고, ‘나와 너, 우리, 그리고 너희’를 발견하는 과정을 그렸다는 점에서 뮤지컬 ‘투모로우 모닝’과 많이 닮았다. 그런데 그 표현방식이 확연히 다르다. 스페인 작품 ‘개인의 삶’에서는 담배를 태우거나 화가 났을 때 드러나는 연인 특유의 표정 등 작은 부분까지도 인지하고 있는 남녀 간의 당연하면서도 섬세한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렸고, 관객을 이를 지켜보게 했다.

뮤지컬 ‘투모로우 모닝’의 경우 노래를 통해 인물의 심리를 설명하는 방식을 활용했다. 사실적 행동을 통한 공감보다는 이야기 전체 흐름을 보고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를 맥락적으로 이해하기 쉽게 표현한 방식이다. 그러니 전자의 작품이 생각의 여지를 많이 주는 불친절한 연극이라면 후자는 빠르고 정확하게 이해하도록 구성된 친절한 뮤지컬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자세히 봐야 보인다. 투모로우 모닝, 너도 그렇다
작품 후반을 주의 깊게 관람하다 보면 이 작품의 구조가 조금 독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간 이후부터 이야기는 파국으로 치달은 부부 잭과 캐서린에 비중이 실리면서 후반에는 잭과 캐서린이 결혼식을 앞둔 존과 캐서린 커플을 직접 지켜보는 장면이 노출된다. 두 커플의 이야기를 수평적으로 진행시키던 작품의 초반과 달리 인물이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또 다른 이야기를 관찰하게 만들었다는 점은 관객으로 하여금 흥미를 유발함과 동시에 작품 구조의 독특성을 강조하는 부분이다. 이 부분은 뜨겁게 사랑했던 지난날, 모진 풍파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곁에 서 있는 오늘, 이 두 세월이 차곡차곡 쌓여 결국은 두 남녀가 살아갈 인생이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재미난 기호로써 충분히 역할 하였다. 그러니 뮤지컬 ‘투모로우 모닝’은 진부한 사랑 이야기라기보다는 요리조리 뜯어보면 재미있는 구석이 많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여랑 객원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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