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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연극 ‘신인류의 백분토론’ 토론보다는 토의가 필요한 현실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 신장, 그 사이엔 늘 백분토론이 있었다.

연극적 시간 백분, 실제 공연 시간 백분, 연극의 기호 안에 관객도 동참시키다

객석에 들어오는 순간 가장 먼저 마주한 광경은 토론 방송 녹화장을 방불케 할 사실적인 세트다. 공연 시작 10분 전 상황 역시 마치 관객이 녹화 방송 방청을 온 것과 같은 착각을 일으킬 만큼의 연출을 해 놓았다. 그리고는 실제로 생방송을 진행하는 듯 연극적 시간 백분은 공연 시간 백분과 함께 꼭 맞는 톱니바퀴처럼 흘러간다. 이 모든 설정은 극단 ‘간다’의 신작 연극 ‘신인류의 백분토론’의 시작 진행 풍경이다. 실제 토론 방송 현장처럼 꾸며 놓은 세트에 무대 전면 모니터를 설치하여 패널들의 얼굴을 드러냈고, 그 모니터를 통해 토론 중간 영상 자료를 관객과 함께 볼 수 있도록 설치하는 등의 섬세함도 극단 간다의 새로운 연극의 표현 방식 중 하나다.

이 작품은 특정한 이야기나 갈등 등을 그린 드라마가 없는 연극으로서 연극이란 모름지기 드라마를 표현하는 장르라는 기존의 의식과 상충하는 지점에 대해 ‘리얼리티’라는 키워드를 대전제로 하여 작품을 이끌어나갔다.

그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생방송만이 가진 ‘리얼리티’를 최대한 살리려 노력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한 도구로써 실제 공연 시간과 작품 내 연극적 시간이 평행적으로 장치한 면을 들 수 있다. 이는 종래의 백분토론이 대게 생방송으로 이루어져 예상치 못한 상황이나 발언의 기회를 가지기 위한 알력 상황을 자연스럽게 노출하는 재미의 지점을 그대로 살려 백분토론이 가지는 현장감을 더 살려주었다. 게다가 동시간대에 객석에 자리한 관객들은 관객이면서 방청객이 된다. 이 작품에서 배우들은 단 한 번도 관객에게 직접 말을 걸거나 관객의 반응을 유도하지 않지만, 관객들이 객석에 앉는 순간 관객들은 연극의 일부로서 자리하게 된다. 그 어떤 연극보다 관객이 적극적으로 극적 개입을 하는 작품이라고도 볼 수 있는 지점이다.

근원적, 고질적 문제를 토론의 주제로 가지고 온 진짜 이유

연극 ‘신인류의 백분토론’에서는 그 어느 시대에도 풀지 못한 숙제 ‘인류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를 창조론과 진화론의 입장으로 나누어 언급한다. 이러한 이분법은 관객이 이들의 토론에 갈등양상을 띄며 충돌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예상을 가능케 하는데, 공연은 예상대로 패널들의 갑론을박과 갈등, 난장 등을 주된 흐름으로 하여 진행된다. 이러한 광범위하고 추상적인 주제에 대해 과학, 사회, 예술계 저명인사로 구성된 패널들은 자신들의 지식을 뽐내며 상대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 것이 이 작품의 기본 맥락이다.

연극 ‘신인류의 백분토론’은 왜 이러한 주제를 가지고 왔느냐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지식을 전달하려고? 연극을 통해 관객에게 교육적 효과를 주려고? 근원적이면서 고질적인 문제를 토론의 주제로 삼아 결국에는 답을 내지 못하고 끝이 나는 토론으로 작품을 마무리하도록 만든 데는 창작자의 의도가 다분히 드러나는 지점이 아닐 수 없다. 사회자 이름과 어투를 보면 굳이 의미를 찾지 않아도 이 작품 속 등장하는 사회자 신석기가 국민 앵커 손석희를 모티브 하여 만든 인물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는데 손석희 백분토론이 가진 대중적 이미지를 활용하여 시대 현실을 규탄하고자 의도가 있다고 본다.

손석희의 백분토론은 사회 이슈가 되거나 조명되어야 하는 주제들로 채워져 왔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인 손석희로 하여금 생산된 방송은 필수불가결하다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그의 토론에 출연하는 패널들은 사회 각계의 저명인사들임에도 불구하고 손석희가 생산하는 컨텐츠에 부흥하기 힘들만한 단순하고 졸렬한 모습을 많이 보인다. 토론의 주제에 대해 몰이해, 자신의 견해만을 관철하려는 언변 등으로 점철되어왔는데, 이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백분토론의 존재와 그 시도는 그가 하는 방송의 서두와 말미에 나오는 멘트에서 언제나 반복되듯,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함이 분명한데 연극에 등장한 인물들처럼 서로 자신의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하거나 이기기 위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목적으로 토론장에 나온 패널들 즉, 현실로 인해 방향성을 상실한 상태다.

사실 이 작품에서도 정치적 주제나 시의성 있는 사회적 이슈 주제로 삼아 이를 직간접적으로 언급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러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던 이유는 과거 공중파만 언론으로 존재하던 시절에 사회 현실에 대한 공론의 장이라 불렸던 백분토론이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방송’이 아니라 자랑과 싸움으로 점철된 어쩔 수 없는 오늘을 보여주는 응집체라는 것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것이 더 시의성 있다고 판단된 창작자의 의도가 아니었나 싶다. 그러므로 수 세기 동안 인류가 고민했지만 풀지 못했던, 빠른 사회의 변화에 조금은 뒷전으로 물러나 있던 생물학적 진리를 주제로 내세운 것으로 생각한다. 이것이 어떠한 사회 이슈보다도 가장 효과적으로 시 의적 문제의식을 건드리기 위한 방법이라 판단했기 때문이었다고 본다.

토론보다는 토의가 필요한 시대, 2017 대한민국

하나의 공통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안을 내세우는 것이 토의, 하나의 문제 사항에 대해 입장을 두 개로 나누고 자신이 믿는 쪽의 입장을 관철시키는 것이 토론이다. 사회에는 인류가 합심하여 해결하고, 밝혀내야 하는 문제가 무수히 많다. 그러나 우리는, 한국은 방법을 도출하려고 하지 않는다. 주장 하고, 입증을 하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다. 생존과 관련한 수많은 문제를 두고 우리는 토의하려 하지 않고 토론만 하는 것이다. 사이보그로 근원 된 신인류의 출현과 이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될 지경에 놓인 오늘날 언론인 손석희가 꿈꾼 백분토론은 아마 토론보다는 토의가 중심이 되는 방송이 아니었을까. 그 현실을 고스란히 담아 역설적 주지를 토로한 작품이 연극 ‘신인류의 백분토론’이라고 본다.

나여랑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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