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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연극 ‘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아름다운 말과 뜨거운 눈빛으로 완성된 노래, 발라드


누가 누구를 사랑하고 그 누군가가 또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사랑하는 감정이 소멸되지 않는 한 존재할 것이다. 그래서 인생의 트라이앵글은 절대로 한 곳에 있지 않다. 사랑이 움직이는 그 곳에 있다. 

인생의 트라이앵글 위에 정처 없이 부유하는 청춘, 시라노, 크리스티앙, 그리고 록산느
무대에 그려진 빨간 삼각형이 유난히 눈에 띈다. 이것을 보면 연극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에서 삼각관계를 이야기하겠구나 싶다. 극은 역시나 삼각관계에 대해 말했고, 또한 이런 사랑에 대해서 조금은 다르게 말하고 있다.
 
사회적 권력이 있는 남자 앙투완, 잘생긴 남자 크리스티앙, 아름다운 언어를 구사하지만 못생긴 남자 시라노 중에 록산느가 가장 먼저 선택한 남자는 잘생긴 남자 크리스티앙이다. 그러나 그녀는 단숨에 깨닫는다. 잘생긴 외모보다는 영혼을 울리는 아름다운 말과 사랑의 언어를 더 사랑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물론 이 말들은 못생긴 순정남 시라노가 대신 써준 것인데, 여기까지 상황을 얼핏보면 시라노의 사랑이 가장 지고지순하고 크리스티앙과 앙투완의 사랑은 굉장히 평범해보인다. 하지만 작품에서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무엇을 사랑하는가’에 있지 않다. ‘끊임없는 사랑’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의 주요 맥락은 누구에게도 맞추어져 있지 않아 보인다. 화려한 외모를 좋아하던 록산느는 어느 순간 영혼의 울림에 마음을 빠앗기게 되고, 세월과 싸우며 그리움을 간직한 사랑에 대해 알게 된다. 동시에 그녀를 사랑했던 남자들 역시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록산느를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전장에서도 총알을 뚫고 편지를 보내는 시라노의 사랑은 편지지를 통해 가장 빛났다. 그래서 그는 그렇게 그녀에서 수 없는 편지를 보낸 것이다. 육신의 교감을 가장 좋아했던 크리스티앙은 달빛 아래에서 그녀에게 뜨거운 키스를 남겼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치열하게 사랑하는 모습이다. 그러므로 누가 누구를 사랑하고 그 누군가 또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감정의 생명이 다하지 않는 한’ 존재할 것이다. 그래서 인생의 트라이앵글은 절대로 한 곳에 있지 않다. 사랑이 움직이는 ‘그 곳’에 있다.

쉽게 이야기하면서, 정확하게 이야기한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 

연극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는 시의성 짙은 사회 이야기를 다룬 여타의 국립극단 작품들에 비하면 달달함의 포텐이 터진다. 그러나 ‘인생을 산다는 것은 사랑을 한다는 것’이라는 강렬한 한마디를 반복적으로 던지고 있다는 점에서는 결코 뒤지지 않는 여운의 중후함을 선사한다. 진지한 사회극처럼 어렵고 복잡하게 전개하지 않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는 것이다. 그 대신 강렬한 메시지를 던지기 위한 여러 연극적 장치들이 등장한다.

악사들 매력과 아쉬움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세션이 무대에 배치된 점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인물의 심리나 장면의 분위기가 음악을 통해 바로바로 표현되었다. 그런데 악사들의 역할은 극 내부의 음악 공급에 그치지 않아 보였다. 극 안의 인물로써 주요 인물들과 소통하는 장면이 왕왕 등장했다. 그런데 장면 심리의 음악적 표현에서는 매우 유연했던 모습을 보인 이들의 역할이 극 중 인물로써는 조금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전통 연극에서는 이와 비슷한 기능을 하는 역할로 연주자로써 역할을 하며 인물로써도 극의 흐름에 개입하는 ‘산받이’라는 배역이 있는데 산받이의 경우 극 안에서 매우 적극적이고 유연하게 나서며 극 중 인물로써 입지를 만들어 때로는 관객의 편에 서서 인물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때로는 극중 인물로써 드라마의 흐름을 관객에게 다시 설명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산받이의 기능적 효용처럼 악기연주자들의 극적 개입이 조금 더 부각됐다면 객석과 무대의 심리적 거리는 많이 좁혀졌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극적 진입장벽을 낮추는 시도에 대한 고민
물론 객석과 무대의 거리가 가까운 공연이 무조건 좋은 공연이라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이 공연은 ‘청소년극’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개막되었다. 주요 타켓층의 하나가 청소년인 경우 연극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어주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아이들의 지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쉽게 다가가서 연극이 주는 매력에 빠지게 만드는 것이 입문자에 대한 창작자의 기본 태도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이해가 쉽고, 관객의 극적몰입과 직간접적 참여도가 높은 공연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관객의 심리적 개입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다고 본다. 이런 기능을 하는 연극적 장치가 바로 ‘해설자’의 등장이다. 그러므로 이번 공연에서도 악사들이 해설자의 기능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했더라면 더 몰입도 높은 공연이 되었으리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조명과 대소도구의 활용을 통해 완성된 미쟝센

그러나 해설자의 기능의 미약함을 완전히 메꾼 무대적 장치가 있어 이 공연의 극적 몰입도는 매우 높았다고 평가 가능하다. 조명과 대소도구의 활용이 바로 그 장치들이다. 조명의 경우 날씨나 밤낮 등의 일기 변화를 표현하는데 적극적으로 활용되었다. 배우의 말과 장면 전환시에 동선에 따라 매우 빈번하게 조명이 바뀌었으며 이는 관객으로 하여금 극적 흐름의 가속을 붙여 재미를 더했다. 특히 다양한 색채를 통해 표현된 상황의 분위기 묘사는 인물들이 처한 고난과 그들의 정서를 직설적으로 대변해주었다. 대소도구의 경우 연기 구역의 확장과 수직적 동선을 가능하도록 도왔다는 점이 가장 인상깊다.

밧줄을 천장에서 매달아 무대로 길게 늘어뜨려 배우들이 이 밧줄을 오르기도 하고 거꾸로 매달리기도 하고, 빙글빙글 돌기도 하는 연기가 가능하도록 장치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피터팬과 같은 애니매이션이나 판타지 영화의 한 장면과 흡사한 미쟝센이 연출되었다. 사다리 역시 비슷한 기능을 하였는데 록산느와 크리스티앙이 달 아래서 사랑을 맹세하며 키스를 나누는 장면에서 두드러졌다. 숨어서 대신 사랑을 말하는 시라노의 ‘히든 플레이스’를 확보하면서 록산느와 크리스티앙의 만남이 관객으로 하여큼 최대한의 강렬함으로 다가오도록 하기 위한 적절한 장치였다.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는 누가 보아야 하는가?

아는 것에 대한 향수와 모르는 것에 대한 호기심 속에서 우리는 살아간다. 아마도 사랑의 기원은 알거나 모르는 것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되었다고 본다. 그러니 진정한 사랑의 포문 조차 열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이 작품을 권하고 싶다. 알고자 하지 않거나 모르는 것에 대해 무관심한 사람들 말이다. 분명 연극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는 삶의 거대한 틀거리에 눌려 무관심에 천착해있던 이들을 무수한 사랑이 기원하고 소멸되는 새로운 세계로 이끌어 줄 것이기 때문이다.

사진제공_국립극단

나여랑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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