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보도지침’ 프레스콜에서 배우 고상호, 이형훈이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_강영화 기자

 연극 ‘보도지침’이 4월 27일 오후 3시 서울 대학로 TOM 2관에서 프레스콜을 개최했다. 

▲연극 ‘보도지침’ 프레스콜에서 배우 고상호, 이형훈이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_강영화 기자

 연극 ‘보도지침’은 1986년 제5공화국 시절 전두환 정권이 각 언론사에 보도 방향과 내용 및 형식까지 하달했던 사실에 의구심을 품은 한국일보 김주언 기자가 월간 ‘말’지 특집호를 통해 ‘보도지침’ 584건을 폭로한 사건의 재판을 모티브로 삼아 재구성한 작품이다. 

사건 당시 법정과 기자회견장에서 실제로 했던 말들이 연극의 대사로 옮겨졌다. 역사를 토대로 하고 사회 비판적이지만 네 명의 가상 인물들의 우정과 성장 과정을 재미있게 풀어나가며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소재에 활력을 불어넣어주고있다.

▲연극 ‘보도지침’ 프레스콜에서 배우 박정표, 고상호, 이형훈이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_강영화 기자

 연극 ‘보도지침’에서 보도지침을 폭로한 신문사 사회부 기자 김주혁 역은 배우 봉태규, 김경수, 이형훈이 캐스팅 됐다. 김주혁과 함께 보도지침 사건을 폭로한 월간지 독백의 발행인 편집장 김정배 역에는 고상호, 박정원, 기세중이 맡았다. 김주혁과 김정배의 대학 친구로 보도지침 사건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 황승욱 역에는 박정표, 박유덕이 연기한다. 대학 친구로 같은 연극반 시절을 보냈지만 이제 그들과 맞서는 검사 최돈결 역에 남윤호, 안재영이 열연한다. 네 명의 친구들의 우상 같은 사람이자 사건의 판사역에는 배우 서현철, 윤상화가 맡았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남자 역엔 김대곤과 최연동, 여자 역에는 정인지와 이화정이 함께 한다.

▲연극 ‘보도지침’ 프레스콜에서 배우 김대곤, 남윤호, 고상호, 박정표가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강영화 기자

 장면시연 이후 기자간담회에 앞서 작품 소개와 연출을 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오세혁 연출은 “보도지침에 대한 의구심을 품은 김주혁 기자가 자료를 수집한 후 동료들과 폭로하게 된 사건이다. 작품을 준비하면서 재판의 기록을 읽어봤다. 최후 진술이나 법정에서 했던 말을 읽어보며  다른 연극에서 본 그 어떤 독백들보다 감동적인 경험을 했다. 이분들이 하는 말이 가장 진실한 독백이였고 진실된 현실의 과정에서 솔직히 말하는 것이 빛나는 독백이구나 생각했다”

▲연극 ‘보도지침’ 프레스콜에서 배우 봉태규, 최연동이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_강영화 기자

  이어 “이야기 중심보다는 이분들의 발언, 연설, 생각들 중심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보자 생각을 하게 되었다. 법정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야기하되 당시 시대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수많은 빛나는 말과 글,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다른 시대의 이야기, 말, 글까지 다 여기에 넣었다. 이것은 어떤 배우의 연기나 합이 중요하기보다는 무대에서 그 순간에 배우가 하는 말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연습할 때도 ‘연기를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보다는 가장 진실된 상태에서 그 말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말을 표현하는 방식은 각자 알아서 하되 말을 할 수 있는 가장 진실된 상태를 만들자고 했다”

▲연극 ‘보도지침’ 프레스콜에서 배우 안재영, 기세중이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_강영화 기자

  “이 작품은 법정이 중심이지만 법정이자 광장이자 극장인 것이 포인트다. 법정에서의 발언도 있고, 광장에서의 토론과정도 있고 연극이 벌어지는 극장임을 복합적으로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이번 작품에서 올해 연출까지 같이 맡게 되면서 중심을 둔 포인트는 실제 배우의 말이 존재하는 것 말고는 많이 덜어내려고 했다. 배우가 말을 할 수 있는 가장 솔직한 상태를 만들기 위해서 음악, 무대, 조명은 최소한의 것으로 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공연에는 작가로만 참여했으나, 올해는 연출도 겸하게 됐다. 추가된 부분과 덜어낸 부분에 대한 질문에 대해 오세혁 연출은 “작년에 작가로 참여했을 때 썼던 대본 중에 빠진 장면이 있었다. 서로 협의를 해서 빠진 장면이 있었다. 충분히 빠질 장면이었는데 시대가 변하고 있어서 빠진 장면 중에 넣어야 할 장면이 있지 않을까 배우들과 논의했고 몇 가지 추가되었다. 대표적인 장면으로 초연에서는 정배가 채플린 독백만 읽고 바로 법정으로 넘어왔었지만 이번에는 채플린 독백을 읽는 와중에 전경들이 들어오면서 뿌려진 유입물을 읽는 장면이 추가됐다”라고 답했다.

이어서 “가장 진실한 독백이 무엇일까 물으면서 햄릿이나 채플린의 독백이 들어간다. 실제로 세상을 떠난 학생이 쓴 유서 중에서 어떤 부분에 귀를 기울여야 할까 생각을 하고 싶었고 그런 장면을 추가로 넣었다. 다른 것들을 많이 덜어내기로 했는데 ‘장면의 온도’가 있다. 작년에는 때가 때인만큼 작년엔 온도가 뜨거웠는데 지금은 오히려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가야 할 시기인 것 같아서 장면마다 온도를 차갑게 낮추려고 했다”라고 답했다.

▲연극 ‘보도지침’ 프레스콜에서 배우 윤상화, 기세중이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_강영화 기자

  연극 보도지침이 꼭 보도되어야 할 내용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배우 윤상화는 “어려운 질문이다. 보도지침이란 말이 있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이다. 언론에 지침을 내린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 이 작품 안에서 어떤 것은 살았으면 좋겠다는 것은 결국 관객과의 문제에서 결정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연극 ‘보도지침’ 에서 최돈결 검사 역을 맡은 배우 안재영, 박정표, 남윤호, 박유덕이 포토타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해 공연장보다 무대가 작아서 관객에게 몰입감을 줄 수 있었다 이번에 법정을 중심으로 한 이유와 지난해 상업 극으로 올려도 되는지 우려가 있었는데 이 작품을 다시 올리게 된 이유에 대해 오세혁 연출은 “TOM은 3면이 무대를 내려다보기 때문에 광장 같은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어떠한 장치를 하지 않고 배우들의 말과 몸짓으로 해도 되겠다고 생각을 했다. 무대 디자이너를 믿는 편인데 무대가 법정이나 광장이자 극장이었으면 좋겠다고 했고 지금 같은 형태가 만들어졌다. 만족하고 있다. 다른 극장에 가면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다” 

이어 “이곳의 장점은 여기 안에서 많이 바꾸지 않고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법정에서는 그 어떤 조명 효과를 주지 않고 하얀 조명을 쓰고 과거로 돌아갈 때만 노란 불빛을 쓰기로 했다. 작년같은 경우에는 시대에 외치고 질러야 하는 필사적으로 해야 할 때라면 지금은 즐거운 외침이랄까 작년에는 시대를 뚫고 가는 거였지만 지금은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작년에는 공연 온도가 뜨거웠다. 지금은 어떠한 위치에서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까가 중요해졌다. 많이 차가워지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 어떤 장면에서는 뜨거워질 수밖에 없는데 계속 배우들에게 차갑게 해야 한다고 얘기를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