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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리뷰 : 솔깃한 공연] 인간을 키워본다면? 연극 ‘인간’을 보고
  • 문소현 관객리뷰가
  • 승인 2017.01.09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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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인간’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처음 시도한 희곡 ‘인간’을 원작으로 한다. 작품은 희곡의 일반적인 형식을 따르지 않고 소설과 희곡의 경계를 넘나든다. 희곡 ‘인간’은 2004년 국내 출간 당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다. 작품은 같은 해 프랑스에서 처음 연극화됐다. 이후 2010년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에서 아시아 초연으로 공연됐다. 

연극 ‘인간’은 최후의 인간인 화장품 연구원 ‘라울’과 호랑이 조련사 ‘사만타’가 보여주는 2인극이다. 영문도 모른 채 유리 감옥에 갇힌 두 남녀가 서로를 경계하며 짐승의 울부짖음을 주고받다가 같은 언어를 쓰는 것을 알게 된다.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 그들은 긴 토론 끝에 자신들이 외계인에게 납치돼 우주 한 행성의 유리 감옥에 갇혀 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자신들이 인류 최후의 한 남자와 여자라는 것도 깨닫게 된다. 그들은 그곳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한다. 하지만 자신들의 상황에 서서히 지쳐 정체 모를 집단을 비난하기도 하고, 자멸하려고도 하고, 종교로 합리화하기도 한다. 그들은 결국엔 인류의 ‘번식’을 책임져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게 된다.

이번 연극 ‘인간’ 에서는 ‘라울’ 역에 고명환, 오용, 박광현, 전병욱이 출연한다. ‘사만타’ 역은 안유진, 김나미, 스테파니가 맡았다. 연극 무대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배우와 연극 무대에서 쉽게 만나볼 수 없는 배우가 호흡하는 점이 신선하다.

 

프랑스 천재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다른 관점으로 인간 바라보기’


희곡 ‘인간’은 베르나르 베르베르 특유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그의 첫 희곡 작품이다. 그는 ‘개미’, ‘나무’, ‘신’, ‘제3인류’ 등 교보문고에서 발표한 ‘최근 10년간 가장 많은 작품이 판매된 소설가’다. 베르나르의 작품은 인간 중심의 세계관에서 벗어나 전혀 새로운 눈높이와 각도로 현실을 살펴보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면 개미의 눈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본 그의 전작 ‘개미’가 있다. 소설 ‘개미’는 300만 년 밖에 되지 않는 인간의 오만함을 1억만년이 넘는 시간동안 살아남아온 개미들의 눈에 빗대 경고하고 있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개미’나 ‘타나토노트’ 등 전작들에서 제시한 ‘다르게 보고 다르게 생각하기’를 제시하고 있다. 작가가 제시한 관점으로 관객들은 무대에서 ‘라울’과 ‘사만타’의 갈등, 화해, 재판을 본다. 작품은 이를 통해 인간의 삶과 사회, 체계 등에 관한 포괄적인 인간 탐구를 시도한다. 무대에서 다투고 화해하고 결국엔 인간이라는 존재의 존속을 위해 서로를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인간이란 과연 어떠한 가치를 지니는 존재인지를 진지하게 묻는다.

 

360도 관람이 가능한 독특한 무대 구조


연극 ‘인간’의 무대감독은 “유리 감옥에 갇힌 두 주인공을 직접 관찰하는 시선을 형성하기 위해 객석을 마주 보는 형태로 배치했다”고 전했다. 무대는 단순히 공연을 보는 일반적 형태의 관람이 아니라 객석끼리 마주보는 형태로 배치돼 독특함을 더한다. 그로 인해 관객들은 두 배우의 움직임을 더욱 현장감 있게 관찰할 수 있다. 또한, 무대 전면에 LED 조명을 사용해 유리 감옥의 느낌을 현실감 있게 구현해냈다. 재판 장면에서는 관객이 배심원의 입장이 되어 라울과 사만타가 관객들을 보며 각자 열변을 토하는 모습을 보면서 재판에 참여하는 느낌도 든다.

 
연출의 감각으로 재탄생한 연극 ‘인간’


문삼화 연출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원작 희곡을 어떻게 연출했는지가 이 작품의 관람 포인트 중 하나다. 소설과 희곡의 경계가 모호한 원작의 특징 때문에 최대한 구어체로 대사가 수정됐다. 문삼화 연출은 “‘역시 베르나르 베르베르’라는 말이 나오는데, 작품의 핵심이 관통성을 갖춘다. 인간이 무엇이며, 인간이 얼마나 보잘 것 없느냐는 주제가 관통한다”고 밝혔다. 문삼화 연출은 “‘썰을 푼다’는 게, 한국인과 잘 안 맞아서 그 부분을 쳐내는 데 집중했다. 그래서 재판 장면이 힘들었다”며 “너무나 한국적이지 않았지만, 재판 장면이야 말로 이 작품의 핵심이었다”고 설명했다.

극중 ‘사만타’와 ‘라울’은 ‘인류는 이 우주에서 살아남을 자격이 있는가’에 대한 상반된 의견을 관객들에게 이야기한다. 한국 관객의 정서에 재판 장면이 다소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문삼화 연출은 ‘사만타’와 ‘라울’의 주장 하나하나가 관객들의 귀에 들어오도록 긴장감 있는 전개를 이끌어 냈다. 그들의 재판을 보고 있자면, 나도 모르게 ‘인간은 존재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사만타’의 주장에 동의하면서도, ‘인간은 없어져야 마땅하다’는 ‘라울’의 주장에 마음이 움직이기도 한다. 이 점이 관객들이 연극 ‘인간’을 특별하게 느낄 수 있는 포인트 중 하나다.

사진 제공_그룹에이트 

문소현 관객리뷰가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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