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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벙커 트릴로지’는 사방이 밀폐된 비좁은 벙커 안에서 단 100명의 관객과 함께하는 오감자극형 연극이다. 실제 전쟁 벙커 안에 들어와 있는 듯 형식을 파괴한 무대와 공간에서 관객들은 극한의 몰입감과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원작자인 ‘제스로 컴튼’의 극찬을 받으며 성공적인 국내 초연으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는 연극 ‘벙커 트릴로지’를 주목해봤다.

실감나는 공간 구현, 숨 막히는 긴장감

연극 ‘벙커 트릴로지’는 극장으로 들어가는 입구부터 실제 전쟁 속 ‘벙커’라는 공간에 들어가는 듯한 착각을 준다. 군복부터 장총, 물통, 군번줄 등 소품들도 실제와 같이 실감나게 재현해놨다. 총탄이 발사될 때마다 객석까지 생생하게 떨림이 전달된다. 군복 차림의 배우들은 손 뻗으면 닿을 거리로 관객들 옆을 지나간다.

국내 팬들은 앞서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와 ‘사이레니아’를 통해 이와 같은 신선하고 독특한 구성을 경험했다. 연극 ‘벙커 트릴로지’는 두 작품의 원작자인 ‘제스로 컴튼’의 또 다른 작품이다. 관객들은 실감나는 공간 속에서 1차 대전의 리얼한 참상을 목격하게 된다. 작품은 소극장의 특성을 100퍼센트 활용한 참신한 연출로 관객들에게 전쟁과 죽음, 삶과 진실에 관한 밀도 있는 이야기를 전달한다.

믿고 보는 원작자 콤비와 국내 제작 콤비의 만남

연극 ‘벙커 트릴로지’는 영국 연극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천재 창작 콤비인 제스로 컴튼과 제이미 윌크스의 대표작이다. 그들은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 ‘사이레니아’ 등으로 한국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바 있다. 연극 ‘벙커 트릴로지’는 2013년과 2014년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전석 매진을 기록한 작품이다. 2014 애들레이드 프린지 페스티벌에서는 최고 연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연극 ‘벙커 트릴로지’의 국내 초연은 김태형 연출과 지이선 작가 콤비가 호흡을 맞췄다. 이들은 앞선 트릴로지 시리즈에서도 환상의 호흡을 보여주며 관객들의 호평을 받은 바 있다. 국내 초연 개막 당시 직접 한국을 찾아 공연을 관람한 제스로 컴튼은 “한국 프로덕션에 무한한 신뢰를 보낸다”며 “영국의 원작은 거의 날것에 가까운 작품이었는데, 한국 공연은 드라마와 캐릭터를 보강해 또 다른 작품으로 완성된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세 개의 이야기, 재해석된 고전 속 전쟁의 참상

연극 ‘벙커 트릴로지’는 제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아서왕 전설, 아가멤논, 맥베스 등 총 세 개의 고전을 재해석했다. 세 편의 공연이 각각 독립된 이야기로 진행되는 옴니버스 형식이다. 배우들은 세 가지 에피소드에서 각기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며 일인 다역을 보여준다.

첫 번째 에피소드 ‘모르가나’는 아서왕의 전설을 재해석했다. 모험을 떠나는 기분으로 군인이 된 젊은 청년들이 전쟁의 참담한 실상을 직접 경험하며 겪게 되는 심리적 고통을 생생하게 표현했다.

두 번째 에피소드 ‘아가멤논’은 그리스 3대 비극작가 아이스킬로스의 고대 희랍극 ‘아가멤논’을 모티브로 했다. 깊어가는 독일과 영국 양국의 전쟁 속에서 충실한 독일군 알베르트와 그의 영국인 부인 크리스틴이 겪게 되는 갈등과 운명을 다뤘다.

세 번째 에피소드 ‘맥베스’는 극중 장군과 병사들이 모여 ‘맥베스’ 공연을 관람하는 극중극 형태로 각색됐다. 전쟁의 잔인함에 인간의 모든 것이 잠식당할 때 드러나는 본성에 주목하고 있다.

사진 제공_스토리피​ 

전하영 인턴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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