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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리뷰 : 솔깃한 공연] 배우 한명 한명이 시가 되는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문소현 관객리뷰가
  • 승인 2016.12.06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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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백석. 중학교 시절 국어 시간에 들었을 법한 이름이다. 백석은 1910년대에 평안북도 정주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영어 사범과를 전공했다. 조선에 돌아온 뒤 잡지 편집자, 영어 교사 등의 일을 했다. 그러던 중 조선일보 신춘현상문예에 단편 소설 ‘그 모와 아들’이 당선되면서 등단하게 된다. 그는 당시 작가들에게도 인기가 있었는데, 시인 윤동주는 그의 시집을 구하려 애썼고 주변에 백석의 시를 권했다고 한다. 백석은 일제강점기 친일을 거부하기 위해 절필하고 고향인 만주로 떠났다. 해방 이후 고향에 남은 그는 사상이 없다는 이유로 북한에서 비판받았고, 해방 후 북으로 갔단 이유로 남한에서 금지당했다. 1987년 재북 작가에 대한 금지령이 풀리면서 비로소 우리도 그의 소박한 철학의 단면을 느낄 수 있게 됐다. 그리고 2016년, 그의 작품이 뮤지컬로 탄생했다.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그의 따뜻한 심장 속으로 파묻혀 보자.

 

20편의 백석의 시가 깃들어 있는 음악


백석의 시를 음악으로 녹여내는 작업에서 ‘채한울’ 작곡가는 시를 음악의 말로 다듬는 작업이 필요했다고 한다. 시의 언어들은 일상의 말에 비해 훨씬 정제되어 있어서 어떤 말을 선택하고 버릴지 결정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한다. 그 결과 나온 18개의 넘버들은 때론 자야와 백석의 가난하지만 흰밥과 가재미 반찬만 있으면 행복한 나날을 그린다. 때론 사랑하는 이와 함께 가고 싶은 바다를 그린다. 새하얀 대나무로 가득 찬 소극장 한 편에는 하얀 그랜드 피아노 한 대가 놓여있다.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의 음악은 바로 이 피아노 하나로 연주된다. 단 한 대의 피아노가 만들어내는 음악은 대규모 오케스트라 사운드 이상의 감동과 몰입감을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또한 모든 넘버들은 3인극을 표현하는 데에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다.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의 음악은 배우들이 하나의 시가 되도록 한다.

 

아름다운 움직임이 된 백석의 시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보고 있자면, 배우들의 동작 하나하나가 안무라기보다는 드라마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움직임이라는 생각이 든다. 동작들은 대체로 과한 표현보다는 드라마 속 시공간을 표현한다. 오히려 그런 움직임들이 더욱 극에 집중하게 해준다. 백석, 자야, 서술자… 각 인물의 작은 손짓, 걸음, 고개, 시선 등의 동작에 섬세한 감정 표현이 잘 나타난다. 작품은 그러한 섬세한 움직임을 통해 작은 무대를 극적 공간으로 훌륭하게 표현했다. 극 중 배우들의 움직임을 보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정말 백석의 삶 자체를 보고 있는 느낌이 든다. 이 작품의 안무는 백석의 시가 아름다운 작품의 모습으로 보이게 만든다.

배우, 무대, 안무, 음악 4박자가 잘 맞춰진 작품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배우와 무대, 그리고 안무와 음악이 모두 균형을 이루며 잘 호흡하고 있다. 관객들은 극장에 들어오자마자 시각으로 무대의 모습을 보고 작품의 분위기를 느낀다. 이 작품의 무대는 극이 시작하기도 전에 온통 하얀색의 이미지를 관객들에게 준다. 자야의 하얀 이미지, 그리고 그 안에서 백색보다 더 눈부시도록 붉은 그녀의 삶은 붉은색 나무의 마루로 무대 중앙에 표현됐다. 백석과 자야의 기다림과 사랑의 여정. 그들의 인생의 정원이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의 무대에 나타나 있다. 그런 무대 위에서 배우들이 그려내는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백석과 자야의 뜨겁고 새하얀 순간들을 마치 한 폭의 그림같이 장면 장면 그려낸다.

사진 제공_뉴스테이지DB​ 

문소현 관객리뷰가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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