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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성의 The Stage 112] 필립 드쿠플레의 '콘택트'
  • 유희성 칼럼니스트
  • 승인 2016.11.18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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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프랑스 알베르빌 동계올림픽 개막식은 가장 아름답고 예술적인 스포츠 개막식으로 아직까지도 회자하고 있다. 개막식을 통해 그 진가를 발휘했던 전방위 문화 크리에이터 ‘필립 드쿠플레’의 융복합 공연 ‘콘택트’가 공연되었다.

크리에이터 ‘필립 드쿠플레’는 동계 올림픽 개막식을 연출하며 공연계의 이단아에서 일약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다. 프랑스 언론은 그의 창의적인 연출방식을 가리켜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독특하고 유니크한 스타일의 예술방식은 ‘드쿠플러리(Decoufleries)’라는 신조어 만들어내며 칭송받았다.

‘콘택트’는 화려한 비주얼과 멀티미디어의 적극적인 활용으로 공연의 미래상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연은 연극과 서커스, 마임, 비디오, 영화, 그래픽, 뮤지컬 등 모든 장르를 망라하고 있다. 주로 요즘 국내 공연계의 화두로 명명되고 있는 융복합 공연이기도 하다.

‘콘택트’는 원작인 괴테의 대표작 ‘파우스트’의 뮤지컬 연습장면을 엮어 메피스토와 거래하는 듯한 내용이 일부 등장한다. 작품은 괴테의 원작에 대해 논리적이거나 텍스트를 따라가며 설명 혹은 내용을 구체화하지 않는다. 단지, 뮤지컬 리허설이라 설정하고 장면별 캐릭터의 시선이 머무르거나 빚어지는 다양한 생각들을 새로운 사물이나 즉각적인 이미지의 컨택을 통해 예측불허한 방향으로 파고든다. 결국 ‘파우스트’를 상기하는 미래의 공연 언어를 생각하게 한다.
 
또한, 필립 드쿠플레가 존경하는 선배 안무자인 세계적인 현대무용의 거장 피나바우쉬(Pina Basch)의 작품 ‘콘탁트 호프’(Kontakthof)1978을 오마주 하여 작품을 구상하였다 한다. 그래서인지 피나바우쉬가 주로 쓰는 직선과 사선의 라인을 유지하며 걷거나 춤을 추는 동선에서 피나바우쉬를 상기하게 하지만 이내 ‘드쿠플러리’한 방식으로 새로운 형태와 컬러로 춤과 무대를 디자인해 선보인다. 특히 음악은 필립 드쿠플레와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노스펠 (Nosfell)과 삐에르 르 브르주아(Pierre Le Bourgeois)가 맡았으며 직접 무대에서 무용수들과 컨택하며 기타, 첼로, 피아노, 퍼커션 등을 연주한다. 애잔한 솔로에서부터 몽환적인 전자음악, 그리고 강렬하게 가슴을 후벼 파는 록 사운드까지 현장에서 디제잉하고 믹싱하듯 음악으로 공간과 시간의 정서를 쥐락펴락한다. 다양한 음악을 물씬 내뿜었으며 보컬로서도 인간의 순진함과 악마성이 공존하는 천상의 목소리와 메피스토팰레스의 목소리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긴장과 이완, 유희와 상큼함으로 전체 극을 리드해 음악적 리듬의 변주에 세뇌당한 것 같았지만 결국 귀를 호강하게 했다.

 

작품은 기존에 보았던 배경으로서의 미디어 파사드나 리어스크린이나 샤막에 투사하는 단순한 영상이 아니다. 무릇 프로시늄 구조의 제한적이고 한정된 무대의 공간을 벗어나 바닥에서부터   다양한 면에 투사하는 미디어파사드를 통한 공간의 확장과 부각 그리고 선별된 축소미등 영상이 단순히 배경이 아닌 적극적인 간섭과 작품의 리딩으로 사물이나 공간의 컨택과 더불어 새로운 현상을 만들어 내거나 활용되어 환타지한 영화와는 또 다른 마술 같은 순간들을 연출하기도 하고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은 착각 속에서 어느새 작품 속에 참여하여 가파른 호흡을 쉬며 작품의 에너지를 체험하게 하기도 한다.

‘콘택트’는 미디어 파사드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독특한 모양의 구조물과 더불어 특별하고 유니크한 패턴의 의상으로도 이미 시각적인 황홀경에 이르게 했으며 ‘파우스트’의 연습장면을 모티브로 각 장면을 엮어낸 콜라주는 보고 듣고 참여하며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제시하는 작품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게 했다. 그리하여 안무자가 의도했던 것처럼 어느새 무료한 일상에서의 탈출에 동참하며 스릴 넘치는 낯선 세계의 판타지에 젖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카타르시스를 체험했다. 지금 한국의 현대무용계나 전방위 문화에서 필히 참조하거나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느껴지는 귀하고 완성도 높은 공연이었다.

유희성 칼럼니스트  he2s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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