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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성의 The Stage 106] 국악 “청춘가악”
  • 유희성 칼럼니스트
  • 승인 2016.09.27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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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단 10주년을 맞은 서울시청소년국악단의 제45회 정기연주회 ‘청춘가악’ 올해도 어김없이 막이 올랐다. 서울시청소년국악단이 10년 전 출범할 당시 창단 기념 연주회의 공연제목과 같다. 이 또한 보기 드문 미덕이 아닐 수 없다. 요즈음 대부분은 전임자가 했던 좋은 업적들을 계승하고 유지하기보다는 뭔가 변화를 주고 본인 재임 동안 새롭고 변별된 업적을 남기려 한다. 이런 풍토에 물들지 않고 좋은 레퍼토리를 계승해 일부분을 수정하더라도 본태를 더 갈고 닦음으로써 동시대와 미래까지 이어 갈 수 있는 문화를 제시하는 참 좋은 본보기 같아서 흐뭇하다.

‘청춘가악’은 서울시청소년국악단이 연주를 맡고 협연은 공모를 통해 선발한다. 공연은 30세 이하의 우수 연주자를 발굴하고 협연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국악계에 신선한 자극과 바람을 불러일으킨다. ‘청춘가악’은 ‘국악계를 흔들 청춘들’이란 부제처럼 갈수록 에너지 넘치는 무대로 국악계뿐만 아니라 공연계 안팎과 문화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또한, 젊은 창작자나 연주자들에게는 꿈의 무대로 각광받고 있다. 연주는 객석과 무대가 하나 되고 절로 참여하게 되는 국악을 바탕으로 다양한 시도를 보여줬다. 내일의 국악계에 거는 기대가 가을의 파란 하늘처럼 마냥 싱그럽기만 했다.

‘청춘가악’은 이틀에 걸쳐 레퍼토리를 다르게 편성했다. 첫날의 공연을 본 소감을 간략히 적어본다. ‘보물섬’은 재주 많은 청년 작곡가 오현의 작품이다. ‘보물섬’은 36년 전 광주민주항쟁을 통한 민주의 씨앗이 헛되지 않도록 투쟁과 항쟁, 그 고착의 단계를 벗어나 더 나은 세계를 만들겠다는 젊은이들의 의지와 다짐이 엿보이는 곡이다. 희망의 보물섬으로 닻을 띄우는 여정을 앙상블 ‘경지’의 연주와 하모니를 통해 경쾌하게 풀어냈다. 다양한 악기를 구사하며 익숙한 뱃놀이의 구절을 인용한 보물섬을 향한 여정은 젊음 그 자체로 꿈과 희망이 넘실대는 기분 좋은 첫 무대를 장식했다.

대금협주곡 ‘서용석류 대금산조’나 이준호의 생황 협주곡 ‘풍향’은 이미 국악 클래식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대금 연주자와 생황 연주자들에게는 꼭 거쳐야 하는 통과 의례적인 곡이다. 하지만, 이번에 협주곡 형식으로 편곡한 음악 속에서 한창희 연주자의 깊은 성음은 더 묵직한 울림으로 전해졌으며 한지수의 생황은 마치 애원송을 부르듯 읊조리더니 어느새 강인한 쇳성의 의지를 공간에 흩뿌리고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저절로 흥겨운 미소를 짓게 했다.

가야금 협주곡 ‘달꽃’은 ‘장태평’ 작곡 지휘의 작품이다. ‘달꽃’은 잿빛 밤하늘에 흐르는 구름의 이미지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며 피어나는 달무리의 모습을 그린다. 작품은 25현 가야금을 통해 흥겹고도 구슬프게, 때론 훔치듯 급격하게 변조하며 긴장감을 피력하다 어느 순간 유유히 흐르는 달빛의 이미지를 평안하게 상상할 수 있게 했다. 작곡과 연주도 좋았지만, 달빛과 구름의 경주하는 듯한 흐름의 정서를 함양하고 끄집어내는 지휘자의 당찬 모습도 보기에 참 좋더라.

모듬북 협주곡 ‘타’는 ‘이경섭’ 작곡의 모듬북을 위한 협연 곡이다. ‘타’는 이번 연주곡 중 관객들의 호응이 가장 뜨거운 무대이기도 했다. 협연자 이우성은 직접 제작한 모듬북을 연주하며 화려한 퍼포먼스와 연기로 모듬북의 특징을 잘 살려냈다. 협연자 이우성은 특별히 본 공연을 위해 제작한 모듬북의 특이성을 보여주고 들려줬다. 관객은 그 흥겨움에 동요되어 끊임없이 몸을 움직였다.

수궁가 중 토끼 세상에 나가는 대목 ‘가자가자’는 관현악에 맞춰 판소리의 원형과 관현악의 절묘한 조화를 끌어냈다. 판소리를 부른 김유진 양은 넉살과 연기로 저절로 추임새를 끌어냈다.

박범훈의 ‘신모듬’은 신명 나고 다이나믹한 곡으로 여러 곳에서 연주된다. ‘난장앤판’은 이번 공연에 ‘신모듬’을 ‘도깨비 신모듬’으로 재구성했다. ‘난장앤판’은 연희극 형식을 가미한 축제로 풀어내 ‘신모듬’의 새로운 판을 만들어냈다.

유경화 단장은 취임 이후 특출난 연주자로서의 아우라를 발산하는 것뿐 아니라 탁월한 지도력과 리더쉽으로 서울시청소년국악단원들과 국악계 청소년들의 잠재된 예술적 재능을 끌어냈다. 그녀는 인접 장르와 협업을 통한 직, 간접적으로 자극을 주기도 하며 격려했다. 일련의 환경과 과정에서 젊은 창작자들은 날개를 단것처럼 어디든 날아다녔다. ‘청춘가악’은 협연자들의 상상과 창작의 산물을 자유분방하고 싱그럽게 쏟아내는 장(場)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앞으로도 쭉 국악계와 우리 문화를 이끌고 역량 있는 재원들의 동참과 활약을 함께 기다리고 응원해본다.

사진_세종문화회관 

유희성 칼럼니스트  he2s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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