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9.10.18 금 17:53
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리뷰
[관객리뷰] 2시간 동안 풋풋한 연애한 기분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
  • 문소현 관객리뷰가
  • 승인 2016.09.22 18:13
  • 댓글 0

‘고아원 소녀의 신데렐라 스토리’, ‘착한 후원자 아저씨와 편지 교환’, 그리고 뻔한 ‘해피엔딩’.  

명작 소설 ‘키다리 아저씨’는 우리에게도 친숙하지만 세계적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이야기이다. 그 당시의 상류층과 종교인들의 위선, 편협함을 꼬집는 재치 있는 웃음과 재미를 주며 작가가 되려는 꿈을 포기하지 않는 여주인공 ‘제루샤 에봇’의 끈기와 노력, 불우한 환경을 극복하고 키다리 아저씨로부터 점점 독립해가는 그녀의 성장 스토리는 모든 세대를 아우르며 지금까지도 감동을 선사한다.

세계 4대 뮤지컬 중의 하나인 ‘레 미제라블’을 만든 오리지널 연출가 ‘존 캐어드’가 이 키다리아저씨 이야기를 선택하여 또 하나의 명작 뮤지컬 시리즈로 탄생시켰다. 2009년 미국 캘리포니아 초연을 시작으로 미국 전역 투어, 일본과 영국, 캐나다를 거쳐 2016년 한국에도 감성과 재미를 전달하려 상륙했다. 

1. 관객들도 궁금해지는 키다리 아저씨  

소설 ‘키다리아저씨’는 전반적으로 여주인공 제루샤의 편지 형태로 쓰여져 있다. 연출가 ‘존 캐어드’는 이것을 ‘원-우먼 쇼’로 만들고자 했다. 뮤지컬 ‘키다리아저씨’ 또한 1부, 2부를 총 통틀어 대부분 제루샤의 시선에서 진행된다. 1부 동안 키다리 아저씨의 입장에서 말하는 대사는 총 12넘버 중 ‘나 늙었대’와 ‘사랑이라니?’의 2개의 넘버뿐이다. 이 넘버들의 길이도 다른 넘버들에 비해서 비교적 짧다.

극의 대사는 대부분 제루샤의 입장에서 쓴 편지의 내용으로 이루어진다. 키다리 아저씨도 그녀와 번갈아가며 그의 목소리로 그녀의 편지를 낭독하며 관객들에게 전달해준다. 제루샤가 편지에서 후원자 키다리 아저씨를 궁금해 할 때마다 관객들도 덩달아 궁금해진다. ‘키다리아저씨는 언제 모습을 보여줄까?’, ‘그녀의 편지를 읽으면서 그의 마음은 어떠할까?’

하지만 무대에서 펼쳐지는 ‘극’이라는 점을 감안해서 원작 소설과는 달리 초반부터 키다리 아저씨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노출이 돼있다. 제루샤는 그를 볼 수 없지만 그녀와는 달리 관객들은 그의 모습을 ‘몰래’ 볼 수 있다. 관객들은 그의 모습을 ‘몰래’봄으로써 제루샤의 시선으로 진행되는 흐름에서 재미를 맛본다. 남의 연애편지를 훔쳐보는 느낌조차 재미있다.

그녀가 키다리 아저씨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묘사할 때, 키다리 아저씨가 그녀의 편지를 받고 ‘사랑을 보내며’가 무슨 뜻인지 곰곰이 생각할 때, 그녀가 ‘제르비스’와 보낸 방학의 추억을 편지에 표현할때 관객들은 그들의 편지에 동화돼 수줍은 느낌도 든다. 이것은 키다리 아저씨가 우리에게 이미 친숙한 이야기며 기가 막힌 반전과 자극적인 사건이 없이도 극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묘미이다. 

2. 두 명이 보여주는 담백한 구성의 매력  

2시간 동안 무대에는 오직 제루샤와 키다리아저씨, 2명의 배우만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야기에는 고아원 원장도 나오고 제루샤의 대학 친구 샐리 맥브라이드, 줄리아 팬들턴, 샐리의 오빠 지미 맥브라이드도 나온다. 이들은 모습의 실제 등장 없이도 편지의 내용, 제루샤나 키다리 아저씨 역 배우의 1인 다역으로 공백감을 주지 않았다.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는 혼성 2명이서 보여줄 수 있는 담백한 구성의 극치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화려한 특수 효과가 아니라 순수한 스토리텔링 자체에 중점을 둔 서정적인 음악과 가사도 이에 한몫한다. 넘버는 피아노, 기타, 첼로의 겨우 3개의 악기로 구성된다. 그럼에도 3개의 악기는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관객들의 감성을 울리는 충실한 소리를 낸다. 꽉 찬 오케스트라가 없어도, 과도한 예산과 휘황찬란한 효과들이 없어도 관객들의 마음을 두드릴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세트와 의상도 변화가 크고 화려하게 이루어지지는 않지만 이러한 구성이 오히려 두 인물과 그들이 주고받는 편지들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하지만 관객들이 허전함 없이 극에 몰입할 수 있는 것은 이야기의 전개보다 더 흥미진진한 감정의 전개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말 풋사랑의 설렘을 아름답게 그린 최고의 작품이다. 두 사람의 편지를 2시간 동안 읽다보면 연애를 하고 나온 기분이 든다. 주인공 제루샤와 키다리 아저씨의 행복한 감성이 시간의 흐름과 함께 변화하고 성장해 나아가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따뜻해진다. 

3. 보는 내내 행복한 공연  

극 중의 넘버 ‘행복한 비밀’중에서 이런 가사가 나온다.

‘행복이란, 물 흐르듯 살아가기. 행복이란 그 흐름을 즐기는 것, 그걸 배웠죠’ -제루샤

‘행복이란, 너무 서두르지 않고 살기, 그걸 배웠어’ -제르비스

제루샤와 키다리 아저씨의 듀엣곡을 듣다보면 ‘행복’의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정신없이 바쁜 일상을 살다가 잠시 다른 세상에 머리를 식히러 온 관객들에게 참 따뜻하게 다가가는 가사이다. 과잉 감정이 범람하는 뮤지컬 시장에서 이만큼 과장 없이 순수하고 담백한 작품은 찾기 힘들다.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에서는 눈앞에서 진실된 사랑이야기가 펼쳐진다. 단지 가슴 뛰는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마음과 영혼의 상호 작용을 통해 서로 완벽히 일치하는 두 사람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들의 풋사랑뿐만 아니라 제루샤가 나이팅게일도 모르는 1학년에서 톡톡 튀는 상상력으로 4학년을 거쳐 작가로 성장하는 과정동안 관객들은 행복의 의미, 살아가는 것의 의미도 생각하게 된다. 다 알고 있는 고전이야기임에도 빠져들며 볼 수 있는 뮤지컬 ‘키다리아저씨’. 이 작품을 보면서 넘버 속의 가사 대로 관객들 또한 ‘지금 살아있는 이 순간을 느끼면서 살기’를 바란다.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는 10월 3일까지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에서 공연된다.

사진_달 컴퍼니

문소현 관객리뷰가  newstage@hanmail.net

<저작권자 © 뉴스테이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소현 관객리뷰가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Back to Top